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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송이 붉은 파도, 그 안에 나의 가을.”

양주 가을꽃 축제 천만송이 천일홍축제

천만 송이 붉은 파도, 핑크뮬리 양주에서 만난 가을


“가을은 꽃처럼 피고, 마음에 물결친다.”

붉은 바다에 사로잡히다


가을이 절정을 향해 흐르는 9월의 끝자락,

양주 나리농원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한눈에 사로잡혔다.


끝없이 이어진 붉은 천일홍이 바람에 몸을 흔들며

땅 위에 바다를 만들고 있었다.

햇살은 꽃잎마다 스며들어 붉은 파도를 빚어냈고,

바람은 그 파도를 밀어 올려

눈앞의 풍경을 쉼 없이 출렁이게 했다.


아이들은 작은 손을 내밀어 꽃잎을 만지려 애썼고,

연인들은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붉은 물결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갔다.

홀로 걷는 이들은 카메라 셔터로 그 순간을 붙들었고,

찰칵, 하는 소리조차 이 풍경의 리듬에 어울려

또 하나의 선율이 되었다.


꽃은 모두에게 같은 얼굴로 다가왔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모두 달랐다.

어떤 이는 설레었고,

어떤 이는 위로받았으며,

나에게는 오랫동안 기억될

가을의 붉은 장면 한 편이 되었다.

“천만 송이 붉은 파도, 그 안에 나의 가을.”

꽃밭의 깊은 속으로


발길을 조금 더 안쪽으로 옮기자,

천일홍 사이사이로 핑크뮬리가 피어 있었다.

분홍빛 안개처럼 피어난 그 길을 걷다 보면

현실과 꿈 사이를 오가는 듯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햇살을 머금은 천일홍은 불꽃같았고,

핑크뮬리는 바람결에 흩날리며

붉음과 분홍이 어우러진 한 폭의 수채화를 완성했다.


꽃잎에 내려앉은 작은 벌들이 윙윙거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버스킹 음악 소리가

꽃밭의 배경음악처럼 어우러졌다.

눈은 꽃으로 가득했고,

코끝엔 풀 향기와 달콤한 전 냄새가 섞여

시간조차 천천히 흐르는 듯했다.


입장료, 그리고 쿠폰이 된 기쁨


올해 축제의 입장료는 5,000원이었다.

하지만 입구에서 건네받은 건

동일한 금액의 나리쿠폰 5,000원.


처음엔 단순한 종이 한 장이라 생각했지만,

먹거리존에 들어서자 그것은 금세

노릇노릇 구워지는 전과,

달콤한 솜사탕,

그리고 따뜻한 꽃차로 변했다.


아이들의 손에는 달콤한 간식이 쥐어졌고,

연인들의 웃음소리엔 고소한 옥수수 향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돈이 돈이 아닌 순간을 경험한다는

새로운 축제의 의미가 남았다.


작은 종이 한 장이

사람들의 하루를 더 환하게 밝혀주는 풍경,

그것이 바로 양주 천만 송이 천일홍 축제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길 위에서 만난 또 하나의 풍경


나리농원 앞에는 1,600여 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꽃을 향해 몰려든 사람들의 발길까지는 다 담아내지 못했다.


노을빛이 서서히 번지던 저녁,

빈자리를 찾아 천천히 돌고 있는 차들의 행렬,

그리고 버스에서 내려 함께 걸어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묘하게 어우러져 또 하나의 장면을 만들었다.


축제장에 들어서자 들려온 건

아이들의 웃음소리,

들뜬 대화,

그리고 발끝에 밟히던 가을바람이었다.


꽃밭에 닿기 전부터 이미 축제가 시작된 듯,

길 위의 풍경조차 하나의 무대가 되었다.

주차장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꽃, 계절이 함께 엮어낸

또 다른 축제의 입구였다.

“짧은 계절이 남긴 긴 여운.”

“꽃은 지지만, 마음의 가을은 여전히 피어난다.”

가을이 스며든 하루


양주 천만 송이 천일홍 축제는

단순히 꽃을 바라보는 자리가 아니었다.


붉은 꽃밭은 거대한 무대가 되고,

그 안을 걷는 사람들은 모두 배우가 되어

웃음과 설렘, 그리고 작은 순간들을 연기했다.

무대 위의 노래, 먹거리 부스의 향기,

길 위에서 스쳐간 눈빛과 발걸음까지—

모두가 모여 하나의 계절을 완성했다.


짧은 계절, 단 세 날의 축제였지만

그날의 풍경은 파도처럼 내 마음에 밀려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장면이 되었다.


꽃은 시들어도,

그날의 가을은 내 안에서 여전히 피어 있다.


“세 날의 축제, 오래 머무는 기억.”


단 세 날뿐인 축제였지만,

그 안에서 만난 순간들은

몇 해가 지나도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사람과 꽃, 웃음과 노을—

그 모든 것이 내 기억 속에 오랫동안 머무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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