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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베이스볼 Sep 26. 2016

팬들의 수다 - 고의4구 미스터리

지난 22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플레이를 보았다.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눈치챈 NC팬도 있을 것이다. 9회 초 NC의 공격 차례. 2사 주자 2루 상황이었다. 루상의 주자는 김태군(포수)이었다. 타석에는 박민우가 나왔고, 다음 타자로 나성범이 대기 중이었다.



뜻밖의 장면은 여기서 연출되었다. 한화는 박민우를 고의 4 구로 걸렀다. 나성범과의 대결을 선택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의 4구의 목적은 '타격감이 좋은 타자를 고의로 거르는 것'에 있다. 장타력은 좋은데 주자로서 발이 느리다면 볼넷으로 내보내는 편이 안전하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따라서 투수는 해당 타자와의 승부를 의도적으로 포기하는 것과도 같다. 조금 덧붙이자면 해당 타자에게는 안타를 맞을까 두려우니 다음 타자를 비교적 만만하게 보고 승부를 하는 것이다. 교타자인 박민우가 만만해서 장타자인 나성범을 상대하겠다 -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야구로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보기 드문 작전을 두고 NC와 한화의 야구팬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9회 초 문제의 장면 ;;; (사진=NC다이노스)

[사진1 / 9회 초 화제의 장면 (사진=NC다이노스)]





1) 박민우가 잘 쳤다.


한화팬 사이에서는 이 의견이 가장 우세하였다. 9회 초 타석 전까지 두 타자의 기록은 다음과 같다. 박민우는 3타수 3안타를 쳤다. 반면에 나성범은 3타수 무안타였다. 고의4구 작전의 기본적인 의미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만약에 박민우가 안타를 쳤다고 가정하자. 그 날 박민우의 3개의 안타는 모두 외야수 앞에 떨어진 1루타였다. 외야 깊숙이 떨어지거나 넘어가는 장타는 없었다. 2루의 주자인 김태군은 발이 느린 선수다. 공이 3유간에 떨어졌다면 주자를 잡거나 혹은 진루를 막을 수 있다. 박민우의 타격감이 좋았으나 투 아웃 상황에서 승부를 걸어볼 만하였다. NC팬들은 오히려 교타자를 지나치게 두려워했다는 반응이었다.





[사진2/박민우 요즘 히트다 히트 (사진=NC다이노스)]






2) 2루에서 주자를 잡으려고 했다.


나성범이 외야 깊은 곳에 떨어지는 안타를 친다. 그럼 미리 채워둔 1루의 주자를 2루에서 잡아 아웃 처리한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1루의 주자인 박민우는 발이 빠른 테이블세터다. 나성범의 타석에서 장타가 나왔다면 2루 안착이 충분하다. 2루를 잡지 못하면 만루가 되거나 혹은 1 실점하고 주자를 두 명이나 살려둔다. 작전의 성공보다는 실패의 확률이 높다.





3) 해당 투수를 상대로 나성범 기록이 나쁘다.


이번 시즌에 투수 정재원과 나성범이 마주한 건 2타수에 불과하다. 나성범의 프로 데뷔 이후 4년 간을 통틀어 보아도 4타수밖에 되지 않는다. 특정 투수를 상대로 기록이 저조하다고 평가하기에는 데이터베이스가 턱없이 부족하다.





[사진3/심경이 복잡하였을 나성범 (사진=NC다이노스)]





4) 나성범이 못 칠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나성범의 타격감은 나빴다. 뜬 공/볼넷/뜬 공/땅볼이었다. 아마도 이를 보고 한화 벤치에서는 나성범을 '스트라이크 아웃'으로 잡아낸다고 확신하였을 것이다. 반신반의하며 모험을 거는 수준도 아니고 나성범에서 이닝을 끝낸다는 확고한 생각이 99프로에 가까웠을 것이라고 본다.



나성범이 살아나간다는 가정을 10프로라도 하였을까? 나성범의 출루를 고민했다면 박민우 고의 4구는 결코 나올 수 있는 작전이 아니었다. 타격감이 형편없어서 도저히 나성범은 안타를 칠 수가 없는 셈으로 치자. 그럼에도 출루할 방법은 두 가지나 된다. 한화의 투수가 제대로 상대하지 못했을 때, 타자는 볼넷 또는 사구(四球)로 나갈 수 있다. 그렇다면 2사에 주자 1, 2루의 상황이 2사 만루로 바뀐다. 그럼 3번 타자 나성범의 뒤를 잇는 건 누구인가, 테임즈다.





[사진4/테임즈의 적시타로 2득점 추가한 NC (사진=NC다이노스)]




한화 벤치의 상상이 처참히 빗나갔다. 투수는 나성범에게 초구는 스트라이크를 던졌으나 2구 째부터는 제구가 되지 않았다. 정재원은 나성범에게만 공을 아홉 개를 던졌다. 끈질긴 씨름 끝에 나성범은 볼넷 출루라는 유리한 결과를 얻어냈다. 김태군과 박민우는 한 베이스 씩 밀려갔다. 나성범에 이어서 나온 테임즈는 3구째에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한화와의 점수 격차를 더욱 벌렸다. 조영훈의 플라이 아웃으로 일곱 명의 타자가 나왔던 9회 초의 긴 이닝이 종료되었고 9회 말 한화의 마지막 공격은 NC 투수 이민호가 삼자범퇴로 짧게 끝냈다. 스코어 2-7로 승리하며 NC는 2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 덧붙임



이 날 경기에서 이호준은 4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하였다. 역대 16번째 기록이다. 또한 선발 투수로 등판한 이재학은 승리를 챙기며 4년 연속 10승을 달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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