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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베이스볼 Feb 21. 2017

롯데가 넘어서야 할 NC



기자    :  NC와 어떤 구도를 만들 것 같나. 그동안 눈에 띈 선수는.
이대호 :  
지난 시즌 NC가 롯데에 안 좋았던 것 알고 있다. 하지만 올해에는 그렇게까지 지진 않을 것이다. 



만만하게 볼 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역 라이벌이지 않나. 어떻게든 이기게 준비할 것 같다. NC가 좋은 팀이지만 창원에 롯데 팬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마산 야구장이 아닌 사직 야구장을 되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롯데자이언츠 복귀 기자회견 중)





<FA신분으로 롯데 자이언츠에 재입단하는 이대호 (출처 롯데자이언츠)>





이대호가 온다. 2017시즌에 KBO 복귀한다고 선언하였다. 그야말로 뜨거운 핫 이슈였다. 국정 농단이 절정을 이른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모두를 꺾고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간만에 반가운 실검이 아닐 수가 없었다.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와의 계약 내용도 놀라웠다. 4년에 150억. KBO에서 이대호라는 선수의 이름은 그만큼 무겁다.



이대호는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 고교 졸업하고 줄곧 롯데 자이언츠에서 열 한 시즌을 뛰었다. 이후 FA자격을 얻고 전 세계를 펄펄 날아다녔다. 일본에서 네 시즌 동안 최정상급 타자로 군림하였고, 시애틀 마리너스의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였다. 한-미-일 3개국 프로 리그를 모두 경험한 한국 타자로는 이대호가 유일하다.






한편 이대호를 떠나보내고, 롯데는 어땠을까. 연평균 130만 이상 관중을 유치하던 인기 팀 롯데. 허나 2013 시즌부턴 70만 대로 뚝 떨어졌다. 자이언츠의 간판 스타인 이대호와 홍성흔이 연이어 자리를 비웠다. 거포의 부재로 롯데는 화끈하고 폭발적인 야구 컬러를 잃었다. 성적도 거침없이 미끌어져 내려갔다.



스타 선수의 부재. 결과에 급급하여 수시로 바뀌는 지도자. 불거지는 논란과 돌아서는 팬심. 최근 4시즌 동안 롯데의 분위기는 급속 냉각된 모습이었다. 때마침 이웃 동네에 NC가 창단하며 롯데의 인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어디까지나 그들의 표현에 의하면) NC는 롯데의 제2의 홈그라운드를 빼앗아 갔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서슴치 않았다. 마산 갈매기들은 대거 이탈하여 공룡의 품 안으로 뛰어 들었다.



그럼에도 롯데는 NC에게 찍- 소리조차 할 수 없었다. 극명하게 벌어진 성적차 때문이다. 





가자 얘들아, 마산으로~!! (출처 www.jaeminy.com)







| 공룡 깔보다간 갈매기 가랑이가 째진다




NC에게 역사로 남을 1군 데뷔 첫 상대는 롯데였다. 경기를 앞두고 양 팀 심리전이 뜨거웠다. 아니, NC만 뜨거웠나? 아무튼 NC는 롯데가 지역 라이벌이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반면에 롯데는 NC를 라이벌로 생각조차 안 한다고 말했다. 고개 뻣뻣한 롯데였다. 첫 대결에서 롯데는 보란듯이 스윕 승을 거두었다. 2013시즌은 롯데가 8승6패2무로 근소하게 우세하였다.



놀랍게도 이듬 해부터 판도가 완전히 뒤집혔다. 두 번째 시즌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NC는 쭈욱쭈욱 치고 올라갔다. 128게임 중 70승을 기록, 전체 순위 3위에 안착하였다. 프로리그 2년 차인 2014시즌부터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은 NC 선수들과 팬들의 프라이드다. 한편 가을 야구에서 롯데의 이름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NC가 하늘을 바라볼수록 롯데는 점점 바닥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상대 전적보다 더욱 심각한 건 따로 있었다. 부산 팬들 앞에서 잃어버린 롯데의 자존심이다.





최근 3시즌 간 NC와 롯데의 상대 전적







| 갈매기의 잃어버린 자존심



부산 사람이라면 롯데 팬이라는 공식은 '1+1=2' 와도 같은 논리다. 부산 시민의 롯데 사랑은 이처럼 당연한 일이었다. 사직에서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좌석을 차지하기 위한 예매 전쟁이 워털루 전투를 방불케 하였다. 사직 야구장이 '초대형 노래방'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이유는 관중석을 빼곡히 채운 2만 명이 오직 롯데 응원가만을 한 목소리로 따라 부르기 때문이다. 원정 팀 팬의 머리카락 한 올 구경하기 힘든 곳이었다.



야구팬에게 홈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직관하는 경험은 얼마나 뭉클한 일인가. 특히 내 팀이 이긴다면 더더욱. 허나 롯데 팬들은 이런 감동을 누릴 일이 적었다. NC와 경기가 있는 날이면 사직을 가지 않는 편이 마음편할 정도로. 2015년 4월 16일부터 롯데는 NC를 사직 야구장으로 불러놓고 단 한 차례도 승리를 거둔 적이 없다. 해를 넘기고 2016시즌이 끝날 때까지 장장 2년 동안 NC전 at 사직은 모두 패전을 기록하였다.



흘러나오는 KNN라디오(부산지역방송)에서 누군가 그랬다, '오늘 밤이 무서워요'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이렇지 않냐고. 오늘 사직에서 NC랑 게임 한다냐?






<2015~2016시즌 롯데의 홈 경기 성적표 (출처 스탯티즈)>




 


다시, 이대호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그가 새 시즌부터 롯데 선수로 뛴다는 소식에 열광하는 건 첫 번째로 부산 시민이었다. 그리고 그들 만큼 기뻐하는 사람들이 마산의 NC팬들이었다.



이대호라는 선수는 말이다. 과거에 누구보다 열렬히 좋아하던 스타였다. 어느 누구보다도 NC로 와주길 간절히 바라던 타자였다. 내 편일 때는 어느 누구도 덤비지 못 할 천군마마더니 이제는 외나무 다리에서 마주해야 한다. 과연 이보다 흥미 진진한 일이 있을까!



NC를 향해 '지역 라이벌'이라고 표현한 이대호의 답변이 나를 설레게 만든다. 부서질듯 메마른 롯데의 분위기에 이대호의 방망이는 얼마나 뜨거운 불을 지필 것인가. 부디 '조선의 4번 타자'에 걸맞는 다이너마이터 급의 화력을 붙여주길 기대 해 본다. 그렇다면 NC는 더욱 무서운 기세로 맹렬하게 달려 들 것이다. 진정 2017시즌에는 화끈하게 라이벌 대결을 펼쳐보자, 우리.









<2016.06.05 사직의 만원 관중 (출처 롯데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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