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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베이스볼 Jul 31. 2017

[NC다이노스때문에산다] 3. 갈매기의 방해 공작


<2008시즌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을 축하하는 갈매기의 세레모니>




<최근 한 달 간 NC와 롯데의 순위 그래프. 데이터는 정직하다(팩폭) (자료=KBO홈페이지)>







9구단을 막아라




2011년 새해가 밝았다. 롯데 자이언츠의 시무식에서는 다소 뜬금없는 이야기가 튀어 나왔다. 장병수 당시 대표이사는 신년사를 통해 9구단 창단 반대를 시사하였다. 그는 시무식이 끝나고 별도로 취재진과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여 열띤 반대론을 펼쳤다. 덕분에 롯데의 새 시즌 목표나 비전보다 9구단 소식은 더욱 화제가 되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9구단 창단은 시기상조'



롯데가 강력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단 기간에 제대로 된 팀 빌딩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수 한 명을 육성하는 일에만 꽤나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무슨 수로 7,80명을 한꺼번에 확보하냐고 의구심을 표하였다. 성급하게 팀을 꾸리다간 기존 팀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야구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허술한 절차와 빈약한 야구 기반도 지적하였다. 초기 투자 계획 및 선수 육성 방안, 경기장 정비와 연습장 확보 등 현실적인 문제에 꼼꼼하게 살펴 보지 않고 창단 허가만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기준도 없이 창단 승인했다가 팀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 리그 전체의 수준을 떨어뜨리지 않겠냐고 설명하였다. 이사회에서 쉽게 심의를 통과시키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장병수 전 롯데자이언츠 대표이사 (사진=부산일보)>




롯데의 주장이 타당한 것일까?



9구단 창단의 가장 큰 목적은 국내 야구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함에 있다. 이는 2008 베이징올림픽 직후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검토되어왔다.



한국 야구는 올림픽이라는 세계 무대에서 금메달을 쟁취하며 실력을 입증받았다. 하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낙후된 인프라와 묵은 제도를 방치했다간 귀한 금메달이 자칫 일장춘몽으로 끝나버릴 일이었다. 특히 만 19세 미만 아마추어 학생 선수의 운동 환경 개선이 시급한 일이었다. 한국은 일본의 고교 야구팀의 40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당시 기준). 다방면으로 야구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첫 걸음은 신규 구단 창단에서 비롯되어야만 했다.



KBO회원사인 롯데는 이러한 전후 사정을 필시 잘 알고 있다. 시기상조라는 말로 창단을 가로막는 건 터무니 없는 핑계였다. 그럼에도 그토록 반대에 열을 올린 건, 9구단의 연고지가 될 '창원' 때문이었다.







<2000년 이후 마산항만의 야경 (사진=경상남도)>




대한민국 수출전진기지의 탄생




1969년 1월, 청와대에서 개최된 수출 진흥 확대 회의에서 정·재계는 입을 모아 국내에도 일본, 대만과 같은 특수 자유 지역이 필요하다고 건의하였다. 같은 해 7월에 정부는 '수출 자유 지역을 신설' 할 것임을 공식 발표하였다.



먼저 부지 선정에 돌입하였다. 마산과 목포, 울산, 인천 등을 비롯하여 바다와 인접한 8개 지역이 후보지로 올랐다. 입지 적합성을 평가하는 현장 조사와 심사가 진행되었고 최종적으로 제반 여건이 우수한 '마산'이 선정되었다.




<1970년 4월, 마산수출자유지역관리청 개청식 (사진=산업단지출범50주년역사관)>




이듬 해 봄이 되자 대한민국 최초 수출자유지역 건설 착수가 시작되었다. 정부는 마산에 단지 조성을 위하여 7년 간 총 92억1600만원을 투자하였다. 단지를 비롯하여 공공 시설과 복지 시설, 도로, 하수도, 전력, 전신, 공업 용수, 항만 등의 지원 시설도 완공하였다. 마산과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상당하였다.



수출자유지역에 첫 입주한 업체는 단 네 곳. 이는 2년 만에 70개 사, 3년 만에 115개 사로 늘어났다. 단지가 조성된지 십 년 만에 수출 6억2800만 달러를 기록하였다. 이 중에 외화 가득률이 53%나 되었다. 1971년에 1,200명 남짓의 근로자는 십 년 뒤에 2만85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무려 23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마산은 변신을 거듭하였다. 수출자유지역 주변으로 아스팔트 도로가 뻗어 나갔다. 고층 맨션과 종합 병원 등 신식 건물이 들어섰다. 80년대 접어들자 마산은 농가의 모습을 털어내고 대한민국의 수출 전진 기지로서 활기를 띄고 있었다.





<1980년대 마산수출자유지역 정문 (사진=구글링)>




1982년 마산야구장 개장



단지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마산은 자연스레 대도시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1982년에는 마산종합경기장과 야구장이 완공되었다. 수출자유지역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가을에 마산에서 개최한 제63회 전국체육대회는 도시의 발전상을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1982년은 프로 야구가 출범한 해이기도 하다. 서울, 대구, 부산 등의 광역도시 위주로 프로 야구단이 창단하였다. 롯데 자이언츠는 부산을 연고지로 삼는 팀이지만 마산 야구장의 개장을 기념하여 이 곳에서 홈 경기를 한 차례 가졌다. 9월 26일, 상대는 삼미 슈퍼스타즈였고 스코어 11대9로 롯데는 졌다. 결과는 아쉽지만 마산 사람들은 처음으로 프로 야구의 맛을 보았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롯데는 줄곧 마산을 제2의 홈그라운드로 삼았다. 연내 십 여 차례의 경기를 이 곳 마산에서 치루었다. 산업화의 가파른 성장에 몸을 맡긴 채 앞만 보고 노동을 하던 시절이었다. 여가 생활이라는 게 변변치가 않았다. 특히나 구직을 위하여 외딴 마산으로 찾아 온 외로운 사람들이 많았다.



이 시절 마산 사람들에게 야구가 주는 의미는 무엇이겠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퇴근 길의 근로자들은 일제히 야구장으로 향하였다. 그들의 아우성은 뜨거운 불도저처럼 마산 야구장을 밀어 부쳤다. 철문을 부수고 지붕까지 기어 올라가는 엽기적인 만행도 벌어졌다. 마산 야구장은 거대한 가마솥처럼 달아 올랐다.




<1995년 8월 24일 마산야구장. 본부석 지붕 위에 올라간 아재들이 보인다 (사진=경남도민일보)>





2000년대가 되어 차츰 마산은 하락세로 접어 들었다. 더 좋은 조건을 제공하는 곳으로 기업은 자리를 옮겼고 근로자들은 마산을 떠나갔다. 많은 것이 마산을 등지고 외면했지만 희안하게도 야구를 - 정확하게는 롯데 자이언츠를 향한 열정은 이전과 같았다. 변치 않았다.



지저분하고 다 낡아빠진 야구장이 '야구의 성지(聖地)'로 불리는 힘은 누가 만든 것일까. '전설의 마산 아재'는 경악하는 에피소드 이전에 롯데를 좋아하는 열렬한 사랑의 대명사였다. 열 몇 차례 열리던 경기를 단 여섯 차례로 줄여 버리고, 그 마저도 장마 기간에 편성하면서 마산의 팬심을 홀대해버린 롯데였다. 비록 그럴지라도 퍼주는 사랑의 온도는 익히 알고 있던 모양이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롯데의 이런 행보야 말로 망우보뢰(亡牛補牢)인 셈이다.






<2011년도 제1차 이사회를 앞두고 엔씨소프트는 창단신청서를 제출하였다 (사진=구글링)>





새로운 세입자를 희망하며



롯데의 시무식과 같은 날, 서울에서는 엔씨소프트가 9구단 창단 계획서를 제출하였다. 엔씨소프트는 창원시와 함께 그려나갈 미래의 청사진도 제시하였다. 자사의 IT기술력을 접목하여 야구와 게임이 함께 어우러지는 '꿈의 그라운드'를 만드는 것이다. 첫 타석에 당장 홈런을 날리지는 못 하더라도 연타석 안타를 칠 준비는 충분히 하고 있었다.




다음 날, 2011년 제1차 KBO이사회가 개최되었다. 롯데의 장병수 대표를 포함하여 8개 구단 대표이사가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신생 구단의 창단 필요성과 9,10번째 구단 승인 여부를 논의 할 예정이다. 사전에 실시한 모 언론사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찬성이 절대 우세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나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다.



부산갈매기는 여전히 마산야구장에서 두 집 살림을 지속할 수 있을까? 아니면 방 빼고 그 자리에 새 주인이 당당하게 입주할 수 있을까? 비공개로 진행되는 이사회에 야구팬의 관심이 쏠렸다.







<목차> NC다이노스 때문에 산다

1. 새로운 구도의 등장

2. 게임회사의 도전

3. 갈매기의 방해 공작

4. 창단을 향한 의지

5. 발판 마련

6. 감독님 모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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