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가 야구단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창원시의 가장 큰 고민은 '민심 통합'에 있었다. 새로운 창원시를 낯설어하는 시민들이 하나로 뭉칠 계기가 필요하였다. 그 수단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프로 스포츠'였다. 하나의 팀을 응원하면서 흩어진 민심이 한 자리로 모이기를 기대하였다. 때마침 KBO에서는 프로 야구단을 창단할 준비에 나섰다. 창원시와 KBO의 이해 관계가 서로 부합한 것이다.
당초 9구단은 시민 구단으로 창단할 계획이었다. 시민 구단이란 연고지의 예산 또는 시민들이 모은 자금으로 운영하는 팀을 뜻한다. 유럽의 축구 팀인 'FC바로셀로나' 라던가 '레알마드리드CF' 등이 대표적인 시민 구단이다. 시민이 자발적으로 운영에 참여하므로 막장 경영이나 연고지 이전같은 우려가 적다. 또한 지자체와 스포츠 팀 사이의 결속력이 무척 강하다. 때문에 시민 구단 형태로 9구단을 운영하는 것이 창원시가 바라는 이상향과도 같았다.
하지만 비용 측면에서 무리라는 의견이 잇따랐다. 프로 야구단의 1군 운영만 하여도 한 해에 200억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다. 여기에 야구장 신설 및 인프라 확충까지 고려한다면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불어났다. 이를 온전히 모금 또는 지자체의 재정만으로 충당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판단되었다. 논의 하에 창원시와 KBO는 9구단 역시 기업 후원을 받는 방향으로 바꾸었다.
어느 기업이 9구단을 맡게 될 것인지 추측성 보도가 연일 쏟아졌다. 연고지가 창원인 만큼 경남 소재의 기업이 거론되었다. 하지만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로 경제 상황이 좋지만은 않았다. 여전히 성장세는 둔화되었고 경기 회복은 더디기만 하였다. 하물며 국내 대기업은 대부분 야구단을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창원시가 내민 손을 누가 나서서 잡아줄까. 보름의 시간을 기다려 그 손을 잡겠다는 회사가 나타났다.
창원시의 손을 덥썩 잡은 쪽은 'NC소프트(이하 엔씨소프트)'였다. 이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 9구단의 모기업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야구팬과 창원 시민들 사이에서 다시 한 바탕 난리가 났다. 이들의 등장이 화제가 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엔씨소프트'가 무엇인지 몰랐다!
"엔씨소프트가 뭐하는 회사야?"
"거 왜, 어릴 때 하던 게임 있잖아요. 리니지 만든 회사예요."
그 다음엔 어김없이 이런 질문이 뒤따랐다.
게임 회사가 야구단을 운영한다고? 그럴 만한 돈이나 있어?
프로 야구단이란 여전히 돈 먹는 하마라는 인식이 만연하였다. 유지 비용은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는데 또렷한 수익 창출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야구단은 적자 운영이라는 공식을 당연한 듯이 여기고 있었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대기업은 '그룹 홍보'라는 명분으로 스포츠 팀을 소유하였다. 엔씨소프트를 향한 우려가 마냥 잘못된 것만은 아니었다.
엔씨소프트는 대표적인 온라인 게임 회사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인 김택진 대표가 1997년에 설립하였다. 당시 직원 수는 열 일곱 명. 90년대에는 PC게임 개발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드물었다. PC게임이란 컴공과 대학생이 아르바이트로 만드는 수준이었다. TV에 연결하여 즐기는 콘솔 게임이 여전히 강세였고 이 분야에서는 미국과 일본이 독보적이었다.
엔씨소프트는 이런 판도를 완전히 뒤바꾸어 버렸다. 창립 이듬 해에 탄생한 리니지는 사운을 바꾼 황금 열쇠가 되었다. 출시되자마자 리니지는 MMORPG(대규모다중접속온라인게임)의 대표격으로 떠오른다. 리니지를 하려는 사람들로 PC방은 연일 만원이었다. 마침 이 시기에 정부의 IT시책이 맞물렸다. 전국에 초고속 인터넷망이 확충되었고 가정에도 PC보급이 빠르게 확산되었다. 시류를 타고 리니지는 더욱 잘 나갔다. 엔씨소프트는 단숨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게임 회사로 우뚝 섰다.
그러나 성공 이면에는 그림자가 드리우기 마련이다. 리니지가 성행할수록 온라인 게임의 악영향도 조금씩 드러났다. 게임에 매진하느라 학교를 빼먹는 청소년이 늘어났다. 게임 내 아이템을 현금 거래하는 과정에서 폭생, 사기 등의 범죄가 발생하였다. 점점 온라인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늘어났다. 업계의 주역으로서 엔씨소프트는 이런 병폐를 외면할 수가 없었다.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의 소명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윤리 의식을 제고하는 방법에 무엇이 있을까. 회사는 고민에 빠졌다. 게임 회사로서 엔씨소프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수단으로 우리 사회에 가치를 환원하는 방법. 기나 긴 고민 끝에 엔씨소프트는 스스로 해답을 제시하였다. 그 키는 바로 '야구'였다.
다음 편 예고) 3. 갈매기의 방해 공작
<목차> NC다이노스 때문에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