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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베이스볼 Aug 02. 2017

[NC다이노스때문에 산다] 4. 창단을 향한 의지





2011년 3월 31일. 이른 아침에 서울에서 KTX를 타고 내려 온 남자는 창원역에 도착하였다. 반듯한 양복 차림새는 그가 업무차 창원을 찾았음을 짐작케 하였다. 택시에 올라탄 그는 목적지를 말하였다. 차가 출발하고 침묵을 깬 것은 남자였다. 그는 기사에게 물었다.



남자: 기사님, 야구 좋아하십니까?

기사: 암요, 좋아하다마다요. 운전할 때 만날 라디오로 야구 중계 듣는다 아임니꺼.

남자: 혹시 어느 팀 좋아하세요?

기사: 이 지역이라면 롯데지 롯데.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남자는 속으로 흠칫하였다. 기사는 대화를 계속 이어 나갔다.



기사: 근데 마산에 새로 팀이 생긴다쿠데예?

남자: 네, 저도 들었습니다. 그럼 기사님께서는 계속 롯데를 응원하실 건가요?

기사: 만다꼬? 우리 동네에 새 야구단이 생긴다카는데. 새 팀을 응원해야지!



기사의 답변을 듣자 그제서야 남자는 만면에 미소를 띄었다. 택시는 금세 목적지인 창원컨벤션센터 앞에 도착하였다. 창원을 처음 방문하는 남자에게 앞으로 이 곳은 어떤 의미가 될까. 오늘은 그에게 그리고 창원 시민에게 여려모로 중요한 날이었다.









31일, 창원시의 창원컨벤션센터에서는 제 9구단 창단 승인식 및 기자회견이 열렸다. KBO의 유영구 총재와 박완수 창원시장, 김이수 창원시의회 의장 등이 참석하였다. 그리고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도 참석하였다. 



김 대표는 9구단의 구단주 자격으로 오늘 아침에 창원을 찾았다. 좀처럼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가 3년 만에 공식 석상에 나온 것만으로도 이슈가 되었다. 그는 처음으로 게임이 아닌 야구로 말문을 열었다. 야구와의 추억, 꿈 그리고 야구로 그리는 미래에 관하여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9구단 창단 유보


지난 두 달 간, 어떤 일이 있던 걸까. 먼저 제1차 KBO이사회 결과는 아쉬움에 그쳤다. 이사회는 새 구단 창단에는 동의하나 9구단 회원사 결정이라던가 기타 자세한 사항은 유보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회원사 선정에 적합성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야구단 창단의 모기업을 선정할 때, 과거에는 기업 총 매출만으로 판가름하였다. 단순하게 회사 규모가 크면 야구단을 이끄는데 별 다른 문제가 없다는 뜻이었다. 규모 측면에서만 본다면 NC소프트는 합격이었다. 



하지만 이사회는 앞으로의 기여도에 중점을 두었다. 프로 야구의 발전을 위하여 얼마나 참여하고 활동할 수 있을지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KBO에서도 기준이 없었다. 이에 제2차 이사회가 열릴 때까지 심사 기준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창단 자격을 논의하기로 하였다. 일각에서는 9구단 창단 및 NC소프트의 선정을 방해하려는 핑계가 아니냐고 거센 목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창단을 향한 의지



연고지인 지자체와 희망 기업도 모두 창단 의지가 확고한데 창단을 가로막으니 여론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가장 먼저 일구회가 쓴 소리를 하였다. 프로 야구 원로 모임인 일구회는 '유치에 발벗고 나선 창원시가 연고지로 확정되지 않은 점'에 관해 반대 의사를 밝힌 특정 구단을 의식한 결과가 아니냐고 날카롭게 물었다. 창원시 야구협회와 창단 추진위원회도 구단 이기주의에서 벗어나라며 직관적으로 롯데 자이언츠를 질타하였다. 



이사회의 결정에 가장 좌불안석인 것은 창원시였다. 창원시 문화체육국은 창단이 승인된다면 세계에서 손꼽히는 새 야구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가 있다. 시는 최대 3천억 원까지 예산을 투입할 생각이다. 2002년에 완공된 인천 문학구장의 경우 약 600억 원(부지비용제외)이 들었으니 얼마나 큰 액수인지 짐작 가능할 것이다. 창원시는 50%이상 재정 자립도를 유지할 만큼 경재력이 탄탄하다. 창원시의 지역 내 총 생산은 약 21조7천억 원으로 이는 광역시인 대전과 광주보다 높다. 적어도 금액때문에 신규 야구장 건설을 망설이지 않겠다는 창원시의 의지가 엿보였다.



NC소프트 또한 마찬가지다. 9구단 창단 신청서를 제출한 기업은 NC소프트를 포함하여 총 세 곳이다. 나머지 두 곳은 사명을 밝히지 않고 비공개로 진행 중이었다. 이는 기업 측이 KBO에 요청한 부분이었다. 공개적으로 착수했다가 불발되면 실패했다는 인상이 덧씌워져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NC소프트는 신규 구단 창단 의사를 발표하자마자 주가가 6% 하락하였다. 온라인 환경에서 사업을 펼치던 회사가 전혀 다른 분야로 확장하는 것에 따른 불안감이었다. 그러나 NC소프트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사회의 창단 승인 유보 결정에도 창단이 취소된 것은 아니라며 긍정적인 뜻을 보였다. 회사와 창원시는 어떤 연관성도 없지만 연고지에 대한 불만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창원시에 구단 운영 청사진을 먼저 제시하는 등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멈추지 않고 다음 심사 때까지 준비에 박차를 가하였다.




그 결과, 2월 8일에 열린 제 2차 KBO이사회에서 NC소프트가 9구단 창단 기업 우선 협상 대상자로, 창원시는 신규 구단의 연고지로 결정되었다. NC소프트와 창원시의 공식적인 첫 만남이 예고되는 순간이었다.








 


<목차> NC다이노스 때문에 산다

1. 새로운 구도의 등장

2. 게임회사의 도전

3. 갈매기의 방해 공작

4. 창단을 향한 의지

5. 발판 마련

6. 감독님 모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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