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몸이 살아가는 원리
문득 냉장고 문을 열었다.
찬 우유 한 모금을 마시고 다시 누웠지만, 몸은 여전히 어딘가 허기졌다.
배가 고프다기보다는 그냥 뭔가 채워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하루가 기운이 없을 때는 괜히 예민해진다.
'내가 예민한 탓인가?'라고 넘겼던 날들이 사실은 몸이 보내던 구조 신호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 몸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도대체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 질문 하나로 시작한 여정이 이곳에 담겨있다.
우리는 그렇게 몸의 언어를 하나씩 번역해 나갔다.
"당 딸려"는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의 뇌가 살려달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참 까다로운 뇌를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우리의 행복도, 의욕도, 중독도 전부 도파민의 기획이었다. 달달한 게 당기는 이유도, 소소한 일상에 질리는 이유도 도파민이 빠져나간 뇌의 풍경 속에서 설명되었다.
잊지 말자. 별다방의 아이스시그니처초콜릿 그란데사이즈
헤이즐넛시럽 4번 카라멜드리즐 초코드리즐 휘핑 많이!!!!!!!
냄새를 맡는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가?
그저 냄새 하나일 뿐인데, 어떻게 그날의 장면이 사진처럼 지나가고, 감정이 살아나는 것일까?
그것뿐이랴, 위기에서 나를 구해주는 가장 예민한 존재가 우리 몸에 있다.
코로 들어온 냄새분자가 뇌까지 비밀스러운 통로를 따라가며 우리 몸에게 냄새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들여다봤다.
전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전쟁은 바로 '다이어트와의 전쟁'이다.
체지방은 단순한 비만의 상징이 아니라 우리 몸의 에너지 저장, 생존 전략이다. 우리는 늘 물어본다.
"도대체 왜 살이 찌는데?", "그냥 에너지원으로 다 쓰면 되지 굳이 그걸 저장을 하냐?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쯤 되면 체지방 써도 되잖아..". "운동 열심히 하고, 식단 열심히 하는데 언제 살 빠져?"와 같은 모든 물음에 생리학은 언제나 조용하지만 정확한 답을 건넨다.
다이어트는 체지방과의 싸움이 아니라, 내 몸을 설득하는 과정이기에 급하게 빼지 말고, 잘 먹고, 잘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혹시 지금도 다이어트 때문에 스트레스받는다면, 그 스트레스 호르몬이 지방 분해를 억제하고, 합성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스트레스는 다이어트에게 가장 질이 나쁜 녀석이다.
카페인 수혈은 못 참지.
지금은 한 여름이 아닌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켰을 때, 몸속으로 전해지는 그 '차오르는 뽕(?)'의 느낌.
분명 나는 친구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신세한탄을 하고 있는데, 화장실을 왜 그렇게 많이 가는지, 어쩌다 많이 먹게 되면 심장이 왜 이리 좌삼삼우삼삼 뛰는지도 배웠다.
쉽게 꺼내지 못했던 '그날'의 이야기도 다뤘다.
생리라는 이름으로 가려져 있던, 자궁의 한 달 살이, 통증과 감정기복 그리고 진통제라는 존재까지.
감사하게도 이 주제를 공부하고 나서 여자친구에게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짜증을 내고 싶어서 냈겠는가? 만약 스스로 시켜서 했다고 하더라도 힘들 것 같은데, 어느 누구도 시키지 않았다. 그저 몸이 그렇게 살아갈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굉장히 민감한 주제.
그러나 언제까지 민감하다는 말로 상대방 이해하기를 꺼려야 한다는 말인가?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힘을 좀 냈다.
한밤중에는 역시 라면 만한 게 없다.
어째 우리의 몸은 먹어도 먹어도 밤만 되면 배고프다고 말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야식을 완전히 차단하고 산다는 것은 인생이 아니다. (물론, 안 먹는 게 좋긴 하다.)
그러면 전략적으로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때는 2012년 고등학교 3학년 때, 기숙사에서 '야식데이'라고 해서 외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날이 있었다. 그때 우리는 '지코바 양념숯불 치킨'을 시키고, 밥을 비비고자 햇반도 주문했다. 배달이 왔는데 햇반이 데워지지 않은 상태로 온 것이다. 모두가 '오늘 야식은 실패'라고 말할 때, 한 친구가 기어코 해내고야 말았다. 화장실에서 제일 뜨거운 물로 햇반을 데우기 시작했다. 물론 완벽하게 익을 수는 없지만 매우 행복한 야식이 됐고, 3학년 기숙사에는 다음날 보름달이 몇 개나 떴을지 모를 정도로 모두 풍족한 상태였다. 그때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칼륨 섭취를 많이 했을 텐데...
부어오르는 것조차 우리 몸에 있는 혈관과 물, 나트륨과 신장 그리고 호르몬이 얽힌 생리적인 결과였다.
결국 이 모든 이야기는 하나로 향한다.
"내 몸은 어떤 식으로 일을 하고 있는가?"
질문은 단순했지만, 답은 언제나 정교했고, 다정했다.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라 너의 몸이 너를 보호하려고 애쓰고 있었던 거야.
감사한 나의 몸에게 이 시리즈를 바친다.
이제야 너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나는 또 물어볼 거야.
"도대체 너에게,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데?"
이과생이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쓰고 나서도 늘 "책 좀 더 읽을걸..."이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분들이 계셔서 정말 감사하고, 무엇보다 행복했습니다. 라이킷을 눌러주실 때마다 '몸과 친해지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구나' 하면서 뿌듯함이 몰려오기도 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과학은 참 어렵습니다. 심지어 그중에서도 '몸을 설명하는 과학' 즉, 생리학은 특히나 더 낯설고, 어렵습니다. 저야 항상 이런 생각을 하고 살기에 익숙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하면 '생리학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쉽게, 친근하게,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글을 썼습니다. 비유도 써보고, 대화체도 넣어보고, 때로는 약간 B급 감성의 농담도 던져봤습니다. 모두가 '읽고 나면 내 몸을 조금 이해하게 되는 글'을 만들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어쩌다 읽으신 분들 중에 당이 딸릴 때, '아 당 딸리는 거 내가 이상해서 그런 거 아니야' 하고 한 번쯤 몸을 다정하게 바라봐 주신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정말로요.
다음 시리즈는 '기초의학 시리즈'로 돌아옵니다. 가벼운 감기부터,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하는 장염과 피부염, 그리고 언젠가는 듣게 될지도 모를 암까지, 우리 주변에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놓치고 있던 질병과 증상들의 이야기를 풀어볼 예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병원에 가면 종종 설명은커녕, 자신들만의 언어로만 말하는 의료진들을 마주하곤 합니다. 그 말들을 이해하지 못한 채 고개만 끄덕이고 나오는 일, 불안해서 검색하다가 괜한 공포에 빠지는 일,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합니다. 심지어 그 무지함을 틈타 과잉 진료, 과잉 치료로 이어지는 현실에는 정말 화가 납니다. '기초적인 의학 내용'만 알아도 더 내 몸을 잘 살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읽는 분들이 "절대 이해 못 할 수 없는 언어로, 절대 어렵게 느껴지지 않도록."
의학이라는 이름으로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는 그들에게,
우리는 일상의 언어로 대답할 것입니다.
우리의 언어로, 우리의 아픔을 다시 설명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