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내 얼굴은 보름달보다 더 커졌다.
밤 10시 30분
입이 심심한 나는 라면을 끓이기 시작한다.
아주 노멀 하게, 계란만 더 넣고, 나머지는 그대로.
탱글탱글한 면발 또는 불어버린 면발을 후후 불어서 입으로 넣고, 혹시나 있는 김치나 깍두기를 행복한 야식파티에 참여시킨다. 그리고 남은 밥과 햇반도 불러본다.
밤이 되면 포만감을 주는 '렙틴'이라는 호르몬이 줄어들고, 식욕을 자극하는 '그렐린'이라는 호르몬이 증가한다.
심지어 밤이 되면 스트레스가 풀리면서 '세로토닌'이 분비되는데, 이는 우리 몸을 느긋하고, 느슨하게 해 주며, 쉼을 주게 된다.
이 두 가지가 합쳐지는 순간 뇌는 "아~ 행복해지고 싶다. 뭐 먹을 게 없을까?"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밤마다 라면이 우리를 부르는 이유.
그렇지만 맛있게 잘 먹었으면 됐지, 배만 불렀으면 됐지!
다음날 내 얼굴은 왜 붓는 건데?
안 붓고 먹는 방법은 없을까?
체수분이 약 70%인 우리 몸.
붓는 이유를 파헤쳐보자.
붓기 is 과학.
우리가 먹는 음식에는 나트륨이 들어있다(없는 것도 있다).
이 나트륨은 물에 녹아서 이온화가 되어 나트륨이온으로 우리 체내에 흡수된다.
Step1. 모든 형태의 나트륨은 Na+(이온) 상태로 몸에 존재한다.
우리는 흔히 나트륨이 많은 음식이라고 하면 '짠가?'를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NaCl(소금), NaHCO3(베이킹소다), NaNO3(보존제) 모두 소화과정에서 Na+(이온)으로 흡수가 된다.
빵을 만들 때, 베이킹소다를 사용하기 때문에 빵도 나트륨함량이 높다.
Step2. 소장의 상피세포를 통과해 흡수된다.
Na+은 단독 흡수가 어렵다. 그래서 누군가가 같이 들어가야 한다.
소장에서 포도당도 흡수된다는 것을 전에 배웠다. 포도당을 소장 상피세포 안으로 들여 넣기 위해서는 포도당을 운반해 주는 SGLT1이라는 버스가 필요한데, 이 버스에 나트륨이온이 같이 탑승을 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포카리스웨트 또는 게토레이 또는 파워에이드'를 먹게 되면 흡수가 빠른 이유가 음료 안에 들어있는 설탕과 나트륨이온 그리고 물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또한, Na+이 너무 많게 되면, 소장의 상피세포 사이의 틈새를 놓치지 않고, 확산이 일어나게 된다.
확산은 분자농도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현상이다.
Step3. 흡수된 나트륨이온은 간을 거쳐서 혈액으로 배달된다.
세포 안으로 들어온 Na+을 간에 있는 간문맥으로 보내기 위해서 다시 세포 밖으로 보내야 하는데, 아까 봤던 것처럼 Na+은 혼자 이동할 수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Na+/K+ 펌프를 통해서 세포 밖으로 나가게 되고, 이렇게 나온 나트륨이온이 우리 몸의 혈액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것이 혈액 안의 Na+ 농도가 오르는 이유!
이제 우리의 혈액 안에 나트륨의 농도가 굉장히 높아졌다.
쉽게 생각하면 미역국에 계속 국간장을 넣게 되면 엄청 짜지 않은가? 말 그대로 우리 혈액의 상태가 그렇다는 것이다.
자, 우리의 학창 시절 과학시간을 잠깐 떠올려보자.
'삼투압' 정말 익숙하지만 쉽지는 않았던 친구가 등장한다.
삼투압(스며들 渗, 통할 透, 누를 壓) 즉, 스며들 거나 통과할 때 생기는 압력이라는 뜻.
서로 다른 농도를 가진 두 용액 사이에 반투과성막으로 막았을 때,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용매(물질이 녹아있는 액체나 기체)가 이동하는 현상이며, 이때의 압력을 삼투압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농도가 싱거운 곳에서 짠 곳으로 물만 이동한다는 것.
Step1. 나트륨 농도가 낮은 세포 안의 물이 나트륨 농도가 높은 혈액 안으로 이동한다.
정말 중요한 현상이다.
혈액 안의 나트륨 농도가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나트륨 농도가 낮은 세포 안에 있는 물이 혈액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세포는 탈수(물이 없어진) 상태가 돼서 쭈글쭈글해지는 반면, 혈액 안에는 물이 많아져서 혈관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게 된다.
Step2. 혈액 안의 넘치는 물은 혈관과 세포 사이의 비어있는 공간으로 물이 샌다.
우리 몸에는 혈관 중에도 아주 작은 모세혈관이 있다. 모세혈관은 영양소, 기체, 물을 선택적으로 여과하는 아주 얇은 반투과성 필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항상 혈관 안과 혈관 밖, 이렇게 둘 사이에서 물을 밀고, 당기는 싸움을 매일매일 하게 된다.
그런데 모세혈관이 갑자기 물이 많이 들어오면서 빵빵해졌다. 이때, 모세혈관의 벽에 압력이 가해지게 되면 모세혈관의 틈으로 물이 와르르르 새게 된다.
이 물이 주변에 있는 조직인 간질로 엄청 채워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붓기'다.
그렇다. 발목, 종아리, 발등, 눈꺼풀, 얼굴, 눈두덩이 즉, 모세혈관이 얇은 곳이 물이 새기가 쉽기 때문에 빵빵하게 부어오르는 것이다.
심지어 그 비어있는 공간에 채워진 물은 림프관에서 다시 회수를 해서 혈액으로 보내주는데, 붓는 양이 너무 많으면 림프관도 감당을 못 하게 되고, 이는 곧 부종이 고이게 되는 현상이 생긴다.
우리는 단순히
"짜게 먹으면 부어요"라는 말 뒤에
나트륨이 혈장을 짜게 만들고,
세포가 물을 내어주며 쪼그라들고,
혈관이 넘쳐 물이 새는 정교하고, 긴박한
생리학적 드라마가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
붓기의 주인공은 지방도, 살도 아니다.
우리의 혈관이 짜지는 것을 우려한 세포가
자신의 물을 내어준 것이다.
우리의 몸이 균형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결과물이다.
혹시 야식으로 너무 짜게 먹더라도,
다음 날 아침, 거울 속 보름달 같은 얼굴을 보면서
"어제 라면 먹지 말걸..." 하며 후회하지 말고,
"나를 살게 하기 위해 힘을 내어줬구나!"라고 생각하자.
물론, 야식은 정말 몸에 좋지 않다.
그런데, 더 감사하게도 우리 몸은 너무 짜고, 붓게 되는 것을 다시 원상태로 돌리고자 열심히 일 하는 친구가 있다.
그 이름은 바로 '신장(콩팥)' 그리고 우리의 '쉬아 저장소 방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