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 먹고 붓기 빼기!
라면을 뚝딱 하고 누웠다.
하루를 고생한 나에게 준 선물이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거울 앞에 선 나는 나는?
내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맞다.
보름달이 잠들 때, 나의 얼굴과 바꾼 것이 아닐까?
그래도 참 감사한 것은 야식을 먹고 붓는 것이 몸이 보내는 일종의 구조요청이라는 것이다.
붓는 이유는 '물' 때문이니까 '물'을 잘 관리해야 한다.
우리 몸의 워터파크 관리자 바로 '신장'이다.
이제 물 조절 컨트롤을 한 번 살펴보자.
감지와 명령의 본부 - 시상하부
우리의 뇌에서 시상하부라는 곳이 있는데, 시상하부는 우리 몸속이 얼마나 짠지에 대해서 감지하는 곳인데, 여기에 삼투수용기 즉, 혈액 속의 '나트륨 농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안테나가 있다.
예를 들어서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높아지면 "지금 물 부족!"이라는 신호로 인식을 할 수 있다.
이때, 시상하부는 두 가지의 명령을 내린다.
- ADH(항이뇨호르몬)을 분비한다.
쉽게 말하자면, "물 좀 아껴! 소변으로 못 나가게 막아!"
- 갈증을 유발한다.
"아... 물 마셔야겠다"느끼는 것도, 시상하부가 갈증 센터에 신호를 보낸 것 때문이다.
그러나 ADH를 분비하라고 얘기를 해도, 바로 온몸으로 뿌려지는 것이 아니다.
호르몬 배송 업체 - 뇌하수체 후엽
ADH는 시상하부에서 만들어져서 '뇌하수체 후엽'에 저장됐다가, 우리 몸에서 필요할 때 혈액으로 뿌려지게 된다.
ADH 택배를 보내기 위해서 저장하는 일종의 '옥천 HUB'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ADH는 시상하부(생산) - 뇌하수체 후엽(보관) - 혈액(분비) - 신장(작동)의 과정이 필요하다.
명령을 받게 되는 워커봇 - 신장
혈액을 타고 온 ADH는 '신장의 집합관'에 도착한다.
집합관은 말 그대로 집합을 하는 장소이며, 물이 집합을 한다고 보면 된다.
ADH가 집합관에 있는 세포 수용체에 결합을 하게 되면, 소변으로 나가려고 하는 물을 다시 혈관으로 흡수를 시켜서 혈액의 '짠 농도'를 물로 '희석'시킨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짠 음식을 먹고 난 뒤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게 되면 색깔이 진하며, 양이 적은 이유다.
그러나 색깔이 연하면서 양이 많게 되면, 위의 과정이 전부 반대로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즉, 내 몸이 너무 싱겁기 때문에 물을 밖으로 많이 내보내는 것이다.
우리가 야식을 포기하는 일이 굉장히 쉽지 않다.
그러니 붓기를 잘 뺄 수 있는 몸 상태를 한번 알아보자.
1. 야식을 먹은 후 물을 꼭 섭취하자.
아니, 물을 더 마시면 더 붓는 게 아닐까?
안 그래도 몸이 짠 상태에서 물을 안 마시게 되면, 신장은 농축 모드로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나트륨의 농도가 더 올라가고, 붓기가 지속된다.
그래서 혹시 라면 국물을 먹었다면 직후에 바로 물 1~2컵 정도는 마셔주는 것이 좋다. 너무 많이 마시게 되면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으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 한 컵으로 신장에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2. 붓기 담당 저격수 - 칼륨 소환술
칼륨(K)은 붓기의 천적이다. 솔직히 이것만 잘하더라도 우리의 얼굴을 지킬 수 있다.
놀랍게도 나트륨(Na)이 우리 몸을 단지 '짜게'하는 것 만으로 쓰이지는 않는다. 정말 우리 몸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다.
나트륨이 우리 몸에 있어야 혈압과 혈액의 양, 수분대사 전부 조절이 가능하게 된다. 또한, 우리가 다섯 가지의 감각(오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무조건 나트륨이 필요하다. 그리고 근육이 수축할 때도 필요하다. 즉, 나트륨이 없으면 심장, 근육, 뇌 모두 기능이 정지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신장은 우리 몸에 필요한 정도의 나트륨은 흡수하고, 나머지는 소변으로 배출시켜 버린다.
그런데, 칼륨을 많이 먹게 되면 우리 몸은 "칼륨 너무 많은 것 같은데, 칼륨 소변으로 좀 내보내야겠어!"라며, 칼륨을 소변으로 버리게 되는데 이때, 높은 농도의 나트륨과 같이 소변으로 배출되게 된다.
즉, 칼륨이 나트륨에게 '물귀신 작전'을 쓰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혈액 내의 나트륨 농도를 낮춤으로써 붓기를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칼륨이 많은 음식은 '키위', '바나나', '아보카도', '삶은 시금치', '삶은 감자', '삶은 검은콩' 등이다. 그러나 신장 질환이 있으면 칼륨 조절이 안 되기 때문에 무작정 섭취하면 안 된다.
3. 먹고 나서 움직이는 것이 좋다.
야식을 먹고 바로 눕게 된다면, 그 어떤 좋은 방법이 있다 하더라도 다음날 나의 얼굴은 정월대보름의 보름달과 같을 수밖에 없다.
신장은 혈액에서 노폐물을 걸러내는데, 혈액이 잘 돌아야만 잘 걸러낼 수 있다.
즉, 움직여야 한다. 먹고 나서 집안을 돌아다닌 다던지, 자고 일어나서 스트레칭과 요가, 산책을 하게 되면 붓기가 줄어들 수 있다.
우리는 밤에 먹는 라면 한 그릇에도 위로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먹는 것을 죄책감으로만 남겨두진 말자.
대신, 내 몸이 힘들지 않도록 물 한 컵, 칼륨 섭취 그리고 가벼운 움직임으로 균형을 잡아보자.
과학은 때때로, 이렇게 소소한 야식의 순간에도
우리 삶을 더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따뜻한 지도가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