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생리] 그날의 생리학#2 - 왜 이렇게 아프냐.

학씨! 다 없애버리고 싶을 정도야.

by 과커콜라

생리혈이 떨어지는 순간부터 몸과 마음이 함께 무너진다.

내가 철거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아니 철거를 하려면 조용히, 곱게 했으면 좋겠는데,

조용히 철수할 수는 없었나 보다. 자궁은 오늘도 소리친다.

"나 철거한다고!!!’”

온 동네방네 소문을 다 내고 있다.


부랴부랴 약을 찾는다.

타이레놀, 그날엔, 이지엔 식스인지 스트롱인지,

탁센은 종류가 왜 이렇게 많은 거며,

'혹시 약 먹었다가 몸에 더 안 좋은 거 아니야..?'

라는 생각과 함께 2개 먹을 거를 1개로 줄여버린다.


더 화가 나고, 당황스러운 것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것.

차라리 정확한 날짜, 몇 시, 몇 분, 몇 초에 하는지를

알려주면, 위생용품도 전부 다 챙길 텐데,

왜 버스며, 지하철이며 꼭 준비가 안 됐을 때 터지는가?


알고 싶지 않을 만큼 나에게 고통을 주지만,

그래도 내 몸이니까.


뭐라고 하는지는 들어는 보자.

*이 글을 읽기 전에 여러분들 집에 있는 소염진통제를 가져와서 약 성분을 보고 읽으면, 꽤나 재밌고 유익합니다. 1000% 보장합니다. 또한, '혹시 이 약은?' 하는 게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됩니다.


아픔의 주범은 바로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이다.

이름만 들어도 나를 더 아프게 할 것 같은 느낌.


일단 생리를 시작하게 되면, 자궁의 내막이 탈락한다.

내막의 세포가 죽으면서 '아라키돈산'이라는 부산물

방출하게 되는데, 이것이 'COX'라는 효소에 의해

대사가 되면 프로스타글란딘이 생성된다.


생성된 프로스타글란딘은 여러 근육에 자극을 주는데,

자궁의 근육을 강하게 수축시키게 만들어서 강한 통증을 유발하고, 자궁의 혈관을 수축시켜서 허혈을 하게 만들고, 이것이 주변 조직을 손상시켜서 또 강한 통증을 만들어낸다.

위의 통증 신호를 신경세포 말단에서 감지를 해서 우리의 척추 안에 있는 척수로 전달한다.


위의 통증의 성격은

첫 번째로 주기적으로 쥐어짜는 느낌의 통증을 주게 된다.

근육을 강도 1로 수축시켰다가 갑자기 8로 수축시키는 등 지속된다. 또한 아랫배와 허리, 허벅지 쪽까지 퍼져가는 통증을 일으키며, 심한 경우에는 구토와 설사를 동반하기도 한다.

스크린샷 2025-07-15 162115.png 출처 : 구글 이미지

정말 근육을 쥐어짜는 것 같다는 표현이 아주 정확하지 않을까.

*물론, 사람마다 통증의 양상은 다르지만 기전은 똑같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통증 시작 전과 시작했을 때 먹으면 효과가 훨씬 좋고,
늦게 먹으면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위에서 봤던, 근육을 쥐어짜는 원인 '프로스타글란딘' 합성을 억제하는 것!

그래서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거나 병원에서 처방해 주는 약 중에 제일은 '통증을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을 초전박살 내는 것'이다.


이러한 계통의 약들을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라고 한다.

이 소염진통제가 COX 효소를 억제시켜서, 프로스타글란딘을 못 만들게 하는 것.

그러니, 생리 예정일을 잘 확인하고, 엄청나게 아프기 전에 얼른 먹어야 한다.


그러면 '어떤 약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혹시나 내성은 안 생기는지'를 확인해 보자.


약국에 여러 생리통에 관한 약들이 있다.

탁센 시리즈(핑크색, 초록색, 파란색)

이지엔6 시리즈(이브, 에이스, 스트롱)

타이레놀, 게보린, 펠루비정, 덱시부펜정 등.


약국에서 그저 "저 생리통 약 하나만 주세요"라고만 얘기하면, 좋은 효과를 기대하기가 힘들다.

쉽게 두 가지만 생각하면 된다.

'생리 예정일 전날과 시작한 날 당일'

또는 '이미 엄청 아프기 시작한 후'


첫 번째는 "이부프로펜"
부루펜정, 이지엔6 에이/스트롱, 이브A, 펜잘-Q, 게보린 이부 등

이부프로펜은 위에서 배웠던 COX효소를 모두 억제시켜 버린다.

통증 자체를 완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통증의 원인을 차단하기 때문에 '미리'먹어야 한다.


장기간 복용하게 되면 신장기능이 떨어지거나, 위장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에 이미 엄청 아픈 뒤에 먹으면 부작용만 더 생길 뿐이다. 그렇지만 다른 약들보다 '안정된 약'이다.


두 번째는 "덱시부프로펜"
펠루비정, 덱시부펜정, 유니펜정, 케노펜정, 덱시날정 등


덱시부프로펜은 이부프로펜과 약간 생김새는 같으나 성질이 다른 '이란성쌍둥이'같은 느낌이다.

역시나 COX효소를 억제시키는데, 굉장히 효율적이고 정밀하다.


이부프로펜보다 먹는 양은 적지만 효과가 끝내주며, 다른 위장장애의 부작용이 적게 나타난다.

또한, 드물게 가려움과 두드러기, 어지러움이 생길 수도 있으며, 가격이 이부프로펜보다 높다.


세 번째는 "나프록센 또는 나프록센나트륨"
흔히 탁센시리즈(탁센 녹색, 탁센 빨강, 탁센 파랑) 등


생리통 계의 아이돌 같은 존재.

위의 약과 똑같이 COX효소를 억제시켜서, 통증의 원인을 차단시켜 버리는 성분이 있는데,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탁센 녹색은 나프록센으로 효과 속도는 느리지만 지속시간이 길다.


탁센 빨간색은 나프록센에 나트륨(Na)이 포함 돼 있다는 특징이 있다.

나트륨을 포함시킨 이유는 나트륨이 물에 잘 녹는 성질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를 적용시키면 나프록센+나트륨은 잘 녹아서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 진짜 겁나 아픈데!!!!"의 상태로 약국에 가서 탁센 빨간색을 먹으면 효과가 있다는 것.

*물론 생리 전과 당일에 먹어야 효과가 좋다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탁센 파란색은 똑같이 나프록센나트륨이지만 '서방정'으로 되어있다.

보통 알약은 먹으면 위에서 바로 녹기 때문에 흡수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서방형이란 말은 '알약이 특수 코팅, 특수 압축, 특수 레이어 설계' 즉, 뭔가 특별한 장치가 많이 되어있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위에서 늦게 녹게 되어서 효과는 천천히, 대신 약효가 오~래 간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잠들기 전에 먹게 되면 자는 동안의 통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나프록센 계통의 약들은 이부프로펜이나 덱시부프로펜보다 위장 장애를 일으킬 확률이 높다.

COX효소 중에 COX-1을 억제하면, 위장 점막 보호 또한 같이 억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평소에 위가 안 좋은 사람들은 나프록센 종류는 피하는 게 좋다.


그 외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약도 있다.

타이레놀은 통증의 만병통치약처럼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정확하게는 뇌에게 소위 '구라뻥카'를 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뇌가 "어?? 이 정도면 너무 아픈데... 근데 왜 안 아픈 것 같지?"와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뇌에게 "너는 지금 아프지만, 아프지 않다고 생각해라"와 같이 최면을 걸고 있는 것이다.


정리를 하자면,

'아... 오늘 아랫배가 뻐근한데... 설마?????'

폰 또는 다이어리를 확인한다.

'곧 예정일이네...'

이때는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 탁센을 먹으면 된다.


이미 아프고 난 뒤에 내가 해줄 수 있는 방법은 뇌에게 최면을 거는 방법 밖에 없다.

'아세트아미노펜'으로 뇌를 속여주자.


마지막으로 무시무시한 그 단어 '내성'을 파헤쳐볼 것이다.


무엇보다 '내성'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약이면 전부 내성이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내성(tolerance) / 몸이 약물에 적응해서, 같은 용량으로는 효과가 떨어지는 현상"

대표적으로 '스테로이드계통의 약물, 마약성 진통제, 수면제, 카페인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뇌의 중추신경계에게 "이제 이 정도는 익숙하잖아~"를 만들어 버린다.


즉, 뇌(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것.


그러나, NSAIDs(이부, 덱시부, 나프록센)과 아세트아미토펜(타이레놀) 계열은 뇌에 직접 작용을 하지 않으며, 물리적으로 억제를 해서 통증의 원인을 차단하는 기전이라서 뇌가 적응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진짜 죽어라 먹지 않는 이상 내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되지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이 "내성 생긴다"라고 착각을 할까?


착각 1 : 전에 먹었을 땐 진짜 잘 들었는데, 이제는 별로야!

생리통이 전보다 더 심해졌거나,

공복에 먹어서 흡수가 덜 됐거나,

시간에 맞춰서 먹지 않았거나,

심리적으로 기대감이 낮아졌을 수도 있다는 것

즉, 내성이 아니라 상황의 차이일 뿐이다.


착각 2 : 자꾸 먹으면 더 많은 양을 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

용량을 늘리는 이유는 통증의 강도가 높기 때문이다.

약이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통증이 전보다 더 강할 수도 있고,

혹은 체중, 대사, 내 몸의 염증 정도에 따라 흡수의 차이로 인해서 다르다.

이것 또한, 내성이 아니며 통증의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착각 3 : 마약성 진통제처럼 의존적이게 되면 어떡하지?

중독이 되려면 뇌를 고장시켜버려야 하는데,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뇌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말초 신경에 작용하기는 하지만 중추 신경에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없다.

또한, 뇌에서 쾌감을 유도하거나, 금단 증상도 없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내성이 없을 뿐, 부작용은 사람마다 나타나는 양상이 다르다.
나의 몸의 상태를 확인해서 약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정말 어렵지 않은가?

나는 생리만 할 뿐이고, 아프고,

기분이 안 좋을 뿐인데,


내 몸 안에서는 너무 나 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나의 상태에 따라 어떤 약을 먹어야 하는지까지

이것을 다 기억하고 있을 바에야 그냥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생리통은 단순한 아픔이 아니다.

자궁이라는 기관이 스스로를 정리하고,

다음 주기를 준비하는 고유의 시스템이다.

내 몸이 무너지는 줄만 알았는데,

사실은 내 몸이 나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또한, 철거가 아니라, 정비였다.

아프기 때문에 내 몸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정직하다는 것 또한 알게 된다.


오늘 글을 쓰면서 더 마음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아픈 몸에서 일어나는 것에

더 크게 공감하게 되었다.


여자친구가 언제 아플지 모르니 약을 사둬야겠다.
기분이 안 좋을 수도 있으니 쪼꼬렛도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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