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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뉴욕의 심장이 다시 뛰는 순간

록펠러 센터의 불빛이 우리에게 속삭이는 것들

by Altonian Camino

뉴욕의 겨울은 차갑지만, 그 차가움 속엔 늘 어떤 기대가 숨어 있다.
거리마다 불빛이 하나둘 켜지면, 사람들의 마음에도 작은 온기가 피어난다.
차가운 바람이 스치고, 코끝이 얼어붙을 때쯤이면
누군가는 속삭이듯 말한다.


“이제 곧, 그가 올 거야.”


그리고 정말로, 그는 돌아온다.

해마다 변함없이, 약속이라도 한 듯.


록펠러 센터 앞에 거대한 나무가 세워질 때면
도시는 잠시 숨을 고른다.
단풍의 잔향이 남은 가을을 지나
조명 하나, 별 하나가 가지 위에 얹힐 때마다
뉴욕의 겨울은 조금씩 빛을 되찾는다.


그 기다림의 끝에,
12월 3일이 찾아온다.


광장은 사람들로 가득 차고

누군가는 손을 맞잡고,
누군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카운트다운이 끝나는 그 찰나,
수만 개의 빛이 한꺼번에 터져 오른다.
스와로브스키 별이 하늘을 찌르듯 반짝이고,
순간, 모든 숨소리가 멈춘다.


그 짧은 정적 속에서,
나는 느낀다.
도시의 심장이 다시 뛰고 있다는 걸.


누군가의 웃음이 공기 속에 섞이고,
아이의 눈동자에는 별빛이 고인다.
사람들은 그 불빛을 바라보며
각자의 지난날을 조용히 꺼내놓는다.


이곳의 빛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사랑하는 이에게, 그리운 이에게,
그리고 아직 만나지 못한 내일에게도.


록펠러 센터의 크리스마스트리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그건, 한 해를 버텨낸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위로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한 자리에 서서 같은 빛을 바라보는 그 순간,
도시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래서 이 점등식은 늘 특별하다.
그건 단지 불을 켜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에 다시 온기를 켜는 일이다.


빛이 속삭인다.
“괜찮아, 다시 시작해도 돼.”


록펠러 센터의 불빛 아래서
우리는 잠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눈 내리던 밤, 포근한 담요 속에서 느꼈던
그 설명할 수 없는 안도감처럼.


사랑과 희망, 그리고 다시 살아갈 용기가
조용히, 우리 마음에 내려앉는다.


그리고 그 빛은 말없이 다가와 속삭인다.
“당신의 내일도 분명 따뜻할 거예요.”


록펠러.jpg Rockefeller Center Christmas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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