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바뀌어야 할 이유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이혼은 더 이상 금기시되지 않고, 일상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결혼과 더불어 이혼 또한 사회의 중요한 인식 대상이며, 단순한 수치가 아닌, 그 안에 담긴 사회 구조와 생활 현실을 읽어내고, 우리가 어떤 사회를 지향해야 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2024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배우자가 있는 사람 1천 명당 이혼 건수'는 연간 3.7건 수준으로 안정된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혼인 대비 이혼으로 단순 비율 계산하면, 마치 절반 가까이가 이혼하는 것처럼 왜곡된 인식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장기 지속률과 누적 이혼율 개념을 구분하지 않은 통계 해석의 오류를 유발합니다.
실제로 장기적 혼인 지속률을 고려하면, 누적 이혼 가능성은 약 20% 수준으로 추정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단순 계산에 의존한 해석은 실제보다 과장된 위기 인식을 낳을 수 있으며, 누적 구조와 구분해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OECD의 『Society at a Glance: Asia/Pacific 2025』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조이혼율(Crude Divorce Rate)은 인구 1,000명당 약 2건 안팎으로, 아시아·태평양 평균은 물론 OECD 전체 평균보다도 높은 수준입니다. 이러한 수치는 통계 자체로 절대적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 내 체감 빈도는 높음을 시사합니다.
또한 이혼은 특정 시점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전체 이혼의 약 35%가 혼인 10년 이내에 발생하며, 이는 이 구간이 제도적 개입의 '핵심 타이밍'임을 시사합니다. 특히 5~9년 차 구간은 단일 연차 기준으로도 가장 높은 비중(18%)을 차지해, 초혼 시기의 구조적 취약성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이 시기는 육아, 경제, 가족 역할 조정 등 여러 부담이 동시에 밀려오며 신체적·심리적 에너지가 고갈되는 이른바 '구조적 탈진'이 발생하기 쉬운 시기로, 부부 모두 일과 가정의 병행에서 오는 과부하를 겪게 됩니다.
한편, 30년 이상 지속된 혼인 관계에서도 16.6%가 이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단지 초기 혼인의 취약성뿐 아니라, 생애 주기 전체에 걸친 리스크가 존재함을 보여줍니다. 장기 혼인에서의 이혼은 퇴직 이후 삶의 불균형, 노년기 관계 재조정 실패, 정서적 거리감의 누적 등 복합적 요인에서 비롯됩니다.
한국통계정보서비스(KOSIS)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체 이혼 사유 중 '성격 차이'가 45,676건(약 43%)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는 단일 갈등이라기보다는 앞서 언급한 대로 포괄적이고 다양한 요인이 복합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반복되고 누적된 생활상의 긴장이 결국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넘기지 못하면 결국 이혼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혼이 단지 '불행'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마음 한 구석에 이혼을 결심했다면 이는 상호 이해와 조정이 필요하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상대를 이해하려는 기술, 갈등을 풀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책임을 공유하는 사회적 시스템 없이는 결혼은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 나아가, 부부 중 주 소득자의 가정 내 기여에 대해 사회가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지 못하는 구조도 문제입니다. 실제로 가정의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배우자의 만족도와 가정의 안정성은 높아지지만, 동시에 승진, 소득, 근무 안정성 등에서 불이익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가정에 충실할수록 경제적으로 불리해지는' 구조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지속 가능한 혼인 관계를 위해서는 가족 내 역할 조정뿐 아니라, 가정 기여가 불이익이 되지 않는 사회적 인식 및 보상 체계와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제도 개편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결국 결혼을 유지하라는 도덕적 훈계가 아니라, 결혼이 지속 가능하려면 어떤 사회 인식과 구조가 필요한지를 묻는 것이 오늘날의 과제입니다. 이혼 통계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사회의 준비 부족을 지적하는 경고 신호일지 모릅니다. 직장에서 '가정의 일 때문에 승진이 늦어졌다'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사회여야 합니다. 가정과 생계, 일과 휴식이 균형 잡히고,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환경과 양측의 삶을 존중하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혼 관련 수치는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사회가 얼마나 '같이 살아가는 법'을 준비했는지를 묻는 질문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이해와 공존의 역량이 부족한 사회라면, 이혼율은 단지 통계가 아닌, 해결을 요구하는 신호일지 모릅니다.
비록 이혼은 차가운 수치로 기록되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함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조용한 질문이 담겨 있습니다.
출처: 통계청(2024년 혼인이혼 통계), OECD(Society at a Glance: Asia/Pacific 2025), KOSIS(2017, 시도/이혼사유별 이혼), KOSIS(시도/이혼종류별 이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