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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돌보는 사람

아직 끝나지 않았다

by 정혜영작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죽음을 돌보는 사람


상담실 기록


오늘 상담실 문을 연 것은 52 살의 박순자 씨였습니다.

그녀는 낡은 가방에서 급여 명세서를 꺼냈습니다.

"상담 부탁드립니다. 저는 요양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합니다."

명세서의 월급은 이백만 원이었습니다.

"하루 열두 시간 일합니다. 주 6 일 근무합니다."

"시간당으로 계산하면 최저임금입니다. 정확히 최저임금이요."

순자 씨의 목소리는 지쳐 있었습니다.

"저는 오 년째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도 최저임금이었고 지금도 최저임금입니다."

"임금이 오르지 않습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제 월급도 그만큼만 올라갑니다."

순자 씨는 명세서를 테이블에 내려놓았습니다.

"저는 죽음을 돌봅니다. 사람의 마지막을 지켜봅니다.

그런데 최저임금을 받습니다."

"이게 맞는 건가요."



순자 씨는 자신의 하루를 이야기했습니다.

"아침 여섯 시에 출근합니다."

"환자분들을 깨웁니다. 기저귀를 갈아드립니다.

대소변이 묻은 기저귀를 하루에 수십 개 갈아드립니다."

"씻겨드립니다.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는 분들은 침대에서 닦아드립니다."

순자 씨는 손을 바라보았습니다. 거칠고 주름진 손이었습니다.

"식사를 도와드립니다.

혼자 드실 수 없는 분들은 떠먹여 드립니다."

"어떤 분은 입을 벌리지 않으십니다.

한 숟갈 넣는 데 십 분이 걸립니다."

"어떤 분은 삼키지 못하십니다. 토하십니다. 제 옷에 토사물이 묻습니다."

순자 씨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낮에는 물리치료를 도와드립니다.

침대에 욕창이 생기지 않게 두어 시간마다 돌려눕혀 드립니다."

"저녁에는 다시 기저귀를 갑니다. 씻겨드립니다. 저녁 식사를 도와드립니다."

"밤에는 응급 상황에 대비해서 대기합니다.

환자분이 호출하면 달려갑니다."

"이게 제 하루입니다. 열두 시간 동안 쉬는 시간은 점심시간 삼십 분뿐입니다."



순자 씨는 팔을 걷어 올렸습니다. 팔에는 멍 자국이 있었습니다.

"어제 생긴 겁니다."

"치매 환자분이 저를 때렸습니다.

기저귀를 갈아드리는데 갑자기 주먹으로 치셨습니다."

"아팠습니다. 하지만 참았습니다. 그분은 아픈 사람이니까요."

순자 씨는 팔을 내렸습니다.

"폭언도 자주 듣습니다."

"어떤 환자분은 저를 하녀 취급합니다.

이것 해라 저것 해라 명령합니다."

"안 들어주면 화를 냅니다. 소리를 지릅니다.

가족들한테 전화해서 저를 고발하겠다고 합니다."

순자 씨의 목소리가 작아졌습니다.

"보호자들도 어렵습니다."

"저희가 조금만 실수해도 큰일 난 것처럼 따집니다."

"어제는 환자분 손톱이 조금 길다고 화를 냈습니다.

왜 안 깎아줬냐고. 돈 받고 일하는 거 아니냐고."

"저는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울고 싶었습니다."

"환자가 사십 명인데 제가 어떻게 다 챙깁니까."



순자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이 년 전에 제가 돌보던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일 년 넘게 돌봤습니다. 말도 못 하시고 움직이지도 못하시는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기저귀를 갈아드릴 때 눈으로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순자 씨는 눈물을 닦았습니다.

"그분이 돌아가시던 날 제가 옆에 있었습니다."

"숨이 점점 약해지셨습니다. 손을 잡아드렸습니다. 힘내시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제 손을 잡고 계시다가요."

순자 씨는 손수건을 꺼냈습니다.

"장례식에 갔습니다. 가족분들이 감사하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장례식 후에는 연락이 없었습니다. 감사 인사 한마디도요."

"저는 일 년 넘게 그분을 돌봤습니다. 마지막 순간을 지켜봤습니다."

"하지만 제 손에 남은 건 최저임금뿐이었습니다."




순자 씨는 허리를 짚었습니다.

"허리가 아픕니다. 디스크가 있습니다."

"환자분들을 들어 올리다 보면 허리에 무리가 갑니다."

"병원에 가야 하는데 시간이 없습니다. 쉬는 날도 몸이 너무 아파서 누워만 있습니다."

순자 씨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무릎도 안 좋습니다. 하루 종일 서 있으니까요."

"손목도 아픕니다. 환자분들을 씻기고 들어 올리고 하다 보면 손목에 무리가 갑니다."

"발도 붓습니다. 저녁이 되면 신발이 안 들어갈 정도로 붓습니다."

순자 씨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저도 곧 환자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병원 갈 돈도 시간도 없습니다."

"그냥 진통제 먹고 버팁니다.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순자 씨는 휴대폰을 꺼냈습니다.

"딸이 있습니다. 대학생입니다."

"딸이 부끄러워합니다. 엄마가 요양보호사라는 걸요."

"친구들한테 엄마 직업을 말하지 않습니다. 물어보면 얼버무립니다."

순자 씨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작년에 딸 대학교 축제에 갔습니다. 딸을 만나러요."

"딸이 저를 보더니 당황했습니다. 친구들이 옆에 있었거든요."

"저를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먼저 가라고 했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돌아왔습니다."

순자 씨는 손수건으로 눈을 닦았습니다.

"딸이 미안하다고 나중에 문자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상처는 남았습니다. 제 딸조차 제 직업을 부끄러워합니다."

"저는 떳떳하게 일합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저를 천하게 봅니다."



순자 씨는 또 다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작년에 같이 일하던 요양보호사가 쓰러졌습니다."

"오십여덟 살이었습니다. 저보다 여섯 살 많았어요."

"일하다가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뇌출혈이었습니다."

순자 씨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병원으로 옮겼지만 돌아가셨습니다."

"과로사였습니다. 의사가 말했습니다. 너무 무리하셨다고."

"그분도 저처럼 하루 열두 시간 일했습니다. 주 육일 근무했습니다."

"몸이 아파도 참았습니다. 쉬면 월급이 줄어드니까요."

순자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장례식에 갔습니다. 그분 딸이 울면서 말했습니다."

"엄마한테 그만두라고 했는데 안 그만뒀대요. 돈을 벌어야 한대요."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저도 저렇게 될까 봐요."

"일하다가 쓰러져서 죽을까 봐요."





"순자 씨 그만둘 생각은 없나요."

순자 씨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만두고 싶습니다. 매일 그만두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만둘 수 없습니다."

순자 씨의 목소리가 작아졌습니다.

"저는 쉰두 살입니다. 고졸입니다. 경력도 요양보호사밖에 없습니다."

"다른 일을 하고 싶어도 아무도 저를 뽑지 않습니다."

"그리고 딸 등록금을 벌어야 합니다. 생활비도 벌어야 합니다."

"최저임금이라도 받아야 살 수 있습니다."

나는 그녀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일이 힘들지 않나요."

"힘듭니다. 너무 힘듭니다."

순자 씨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입니다."

"환자분들도 불쌍합니다. 가족들이 버리고 간 분들도 많습니다."

"그분들의 마지막을 제가 지켜드리는 겁니다."

"힘들지만 의미 있는 일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나는 순자 씨에게 말했습니다.

"순자 씨 당신이 하는 일은 가치 있는 일입니다."

"죽음을 돌보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환자분들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주는 것은 숭고한 일입니다."

순자 씨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저임금을 줍니다."

"제 딸조차 부끄러워합니다."

"맞습니다."

나는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돌봄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요양보호사, 간병인, 가사도우미.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을 천하게 봅니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된 겁니다."

순자 씨는 눈물을 닦았습니다.

"그럼 언제쯤 바뀔까요. 제가 죽을 때까지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는 순자 씨의 손을 잡았습니다.

"순자 씨 당신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최저임금을 받지만 당신의 가치가 최저인 건 아닙니다."

"딸이 부끄러워하지만 당신이 부끄러운 사람인 건 아닙니다."

순자 씨는 고개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 지쳤습니다. 몸도 마음도요."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얼마나 힘든지 압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환자분들에게 당신은 마지막 희망입니다. 마지막 따뜻함입니다."

"그것을 잊지 마세요. 세상이 인정하지 않아도 당신은 가치 있는 사람입니다."

순자 씨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순자 씨."

나는 그녀의 손을 꽉 잡았습니다.

"몸을 돌보세요. 당신도 사람입니다. 쉬어야 합니다."

"허리가 아프면 병원에 가세요. 월급이 적어도 건강이 먼저입니다."

"당신이 쓰러지면 아무도 돌볼 수 없습니다."

순자 씨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해보겠습니다. 조금씩이라도요."




나의 기록


순자 씨는 상담실을 나갔습니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돌봄 노동을 천하게 봅니다.

요양보호사, 간병인, 가사도우미. 사람을 돌보는 일에 최저임금을 줍니다.

죽음을 돌보는 일에 최저임금을 줍니다.

이것은 잘못되었습니다. 근본적으로 잘못되었습니다.

순자 씨는 오 년째 하루 열두 시간 일합니다. 환자들의 대소변을 치우고 씻기고 먹입니다.

폭언과 폭력을 참습니다. 허리와 무릎이 아파도 일합니다.

그리고 최저임금을 받습니다.

이것이 공평합니까. 이것이 정의입니까.

순자 씨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쉰두 살입니다. 앞으로 십오 년은 더 일해야 합니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몸이 부서지도록 일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일은 가치 있습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입니다.

환자들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주는 일입니다.

그 가치를 세상이 인정하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순자 씨가 최저임금이 아니라 정당한 대우를 받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창밖으로 저녁 해가 집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죽음을 돌보고 누군가는 최저임금을 받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말할 수 있습니다.

돌봄 노동은 가치 있다고. 그들은 존경받아야 한다고.

순자 씨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것만은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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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 문예 등단 작가 주영. 감성과 상징, 인간의 내면의 이야기를 쓰며 글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상처와 회복 사이의 여정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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