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 겨우 얻은 집

by 정혜영

사라지는 방식

16 - 겨우 얻은 집



"이번엔... 텅 비어있었어요."

유품정리사 김 대표가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 이야기를 나눈 지 며칠 만이었다.

"텅 비어있었다니요?"

"집이요. 사람은 있었는데, 짐이 없었어요."

50대 후반 남성. LH 영구임대아파트에서 혼자 살았다. 발견된 건 2주 후였다.

관리사무소에서 발견했다. 관리비가 3개월째 나오지 않았다. 전기도 끊겼다. 문을 두드렸다. 응답이 없었다. 경찰과 함께 문을 열었다.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김 대표는 그날 오후 현장에 도착했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 5층. 계단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영구임대아파트였어요. 저소득층이 사는."

문을 열었다. 14평. 방 하나, 거실 하나.

"냄새가 났어요. 술 냄새."

거실로 들어갔다. 바닥에 소주병이 굴러다녔다. 열 개가 넘었다.

"소주를 많이 드셨나 봐요."

하지만 집이 텅 비어있었다.

가구가 없었다. 소파도, 식탁도, TV도.

"침대도 없었어요."

방을 봤다. 바닥에 담요 하나. 그게 전부였다.

옷장도 없었다. 구석에 캐리어가 하나 있었다. 낡은.

"노숙하실 때 쓰시던 거 같았어요."

캐리어를 열었다. 옷이 몇 벌 들어있었다. 다 낡았다.

책상도 없었다. 바닥에 서류 몇 장이 놓여있었다.

"LH 입주 서류였어요."

서류를 봤다. 영구임대주택 입주 계약서. 1년 전.

"1년 전에 입주하셨던 거예요."

신청 사유. '노숙인 자활 지원 대상자'

"노숙하시다가 집을 얻으신 거였어요."

서류를 더 봤다. 주민등록증. 사진을 보니 수척했다. 머리가 길고, 수염도 자랐다.

"노숙하실 때 찍으신 사진 같았어요."

통장을 찾았다. 기초생활수급 통장. 매달 60만 원이 들어왔다.

"수급비로 사셨나 봐요."

나가는 돈. 관리비, 전기세, 수도세. 그리고 술.

"편의점에서 소주 사신 기록이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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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 문예 등단 작가. "멈추지 않고 무너진 문장을 다시쓰는 네오 크리에이터(Neo-Creator) 리라이프작가(Re-Life)정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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