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방식
"이번엔... 말이 안 통했어요."
유품정리사 김 대표가 말했다. 조현병 환자 이야기를 나눈 지 며칠 만이었다.
"말이 안 통했다니요?"
"이분이요. 한국말을."
40대 중반 남성. 고시원에서 혼자 살았다. 발견된 건 3일 후였다.
같은 층에 사는 네팔인이 발견했다. 며칠째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문을 두드렸다. 응답이 없었다. 관리인에게 말했다. 문을 열었다.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김 대표는 그날 오후 현장에 도착했다.
고시원. 좁은 복도. 1.5평짜리 방들이 빼곡했다.
"외국인이 많이 사는 고시원이었어요."
문을 열었다. 1.5평. 침대, 작은 책상. 그게 전부였다.
벽에 사진이 붙어있었다. 가족사진. 여자와 아이 둘.
"고향 가족이었어요."
책상을 봤다. 여권이 있었다. 네팔 여권. 이름이 적혀있었다. 외국인등록증도 있었다. 2012년 입국.
14년 전이었다.
"14년 동안 한국에 계셨던 거예요."
서류를 더 봤다. 공장 급여명세서. 매달 220만 원. 제조업 공장.
"공장에서 일하셨나 봐요."
통장을 찾았다. 입금 기록. 매달 220만 원. 나가는 돈. 고시원비 40만 원, 생활비 조금, 그리고 송금.
"송금이 많았어요."
매달 120만 원씩 네팔로 송금했다. 14년간.
"거의 다 보내신 거예요. 가족한테."
책상 서랍. 송금 영수증이 가득했다. 백여 장.
"한 장 한 장 다 보관하셨더라고요."
영수증 뒤에 메모가 적혀있었다. 네팔어로.
휴대폰을 찾았다. 오래된 폴더폰. 충전했다. 켰다.
사진첩. 사진이 몇 장 없었다. 가족사진. 고향 풍경. 공장 동료들.
"동료들은 다 외국인이었어요. 네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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