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를 하며 마주친 인생의 진리
요즘은 한 홈쇼핑에서 모바일 채팅 지원 아르바이트를 한다.
“홈쇼핑 채팅 지원 아르바이트? 무슨 일이야, 그게?”
처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화면 속 채팅창은 가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 일은 크게 두 가지다.
해당 방송에 나오는 상품 정보를 파악하여 요약해서 전달하는 것과 실시간으로 고객 문의에 대응하는 것.
한 방송은 한 시간 동안 진행되고, 채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하지만 나름 단골 고객도 있다. 아이디만 봐도 ‘아, 이 분이다’ 싶을 만큼 익숙한 사람들이 있다. 말투도 기억나고, 취향도 어렴풋이 읽힌다.
방송에 따라 담당하는 상품이 다르고, 그에 따라 응대 방식도 달라진다.
건강기능식품이 메인일 때는 성분표를 미리 숙지해 두고, 가구일 때는 배송 일정부터 사은품 구성까지 정리해 둔다. 고객들은 빠르게 묻고, 나도 거기에 빠르게 답해야 한다. 흐름이 끊기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내가 매일 준비하는 이 응대가 꼭 PR의 그것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PR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도 이거다. 이 브랜드가 오늘 무슨 말을 하려는지, 왜 지금 이 이야기를 꺼내는지, 누구에게 어떻게 말해야 효과적인지를 끝없이 고민하고 정리하는 일. 그리고 그 메시지를 흐트러뜨리지 않게, 뾰족하게, 딱 맞는 순간에 내보내는 일.
채팅도 똑같다. 고객이 그 제품을 사야 하는 이유를 20자 이내로 설득하는 작은 문장들, 때로는 하나의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정리해 주는 간단한 반응이 쌓이고 쌓여 브랜드의 인상을 만든다.
처음에는 고객이 날카롭게 질문하면 ‘기분이 안 좋으신가?’ 싶어 움찔할 때도 있었는데, 이젠 다르게 보려고 한다.
고객은 단지 궁금한 거라고. 정보를 놓치기 싫은 마음, 방송이 끝나기 전에 혜택을 챙기고 싶은 마음, 질문에 늦게 답이 오면 나만 모르는 기분이 드는 그런 마음. 그건 분노보다 훨씬 약하고, 훨씬 일상적인 감정이다.
별 일 없이 지나가는 날들에서도 인생의 진리를 얻는다.
한 줄짜리 메시지를 준비하고, 순간의 말투를 고민하고, 그 모든 게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