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은 처음인데 방콕도 아닌 치앙마이라고?
아이와의 한 달 살기 (보름이었지만) 첫 경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와서 앞으로 아이가 얼마나 더 가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마도 초등학교 졸업이 마지노선일 것이리라. 그런 생각을 갖고 있던 찰나, 아뿔싸 올해 여름방학이 무려 6주나 되었던 것이다.
일본은 4월부터 새 학기가 시작되는데, 7월 중순쯤 여름방학을 시작한다. 그런데 올해는 그 여름방학이 무려 6주, 6주라니!
특히나 매년 더워지는 날씨 속에 일본의 여름은 그야말로 찜통 더워, 더 나아가 사우나 더위라고 할 수 있다. 매일 낮 기온은 40도 가까이에 육박하고 습도는 말할 것도 없다. 그냥 불지옥이 있다면 일본의 여름이리라. 그래서 급하게 계획하여 떠나게 된 여름방학 한 달 살기.
이번 목적지는 태국으로 정했다.
여름이 더워서 떠난다며 태국?이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정해진 이유가 있었으니, 한 달 살기를 가며 아이를 스쿨링 시키기에는 역시 동남아라는 선택지가 가장 리즈너블 했다. 물론 나 역시 처음엔 여름인데 굳이 더운 나라로 가는 게 맞나? 싶었지만 그래도 태국의 북부지방인 치앙마이로 결정하여 북부지방이니 조금은 시원하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를 가졌었다. 특히 7월, 8월은 우기이기 때문에 차라리 비가 오는 게 낫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리하여 스쿨링 할 학교도 알아보고 결정한 후, 7월이 되어 떠나게 되었다.
이번엔 아빠도 함께 동행하였는데, 물론 아빠는 휴가로 일주일만 동행하고 나머지 기간에 아이를 스쿨링 시키기로 했다.
목적 1번은 스쿨링이지만 꼭 해외가 아니더라도 여행을 아빠와 함께 간다는 건 아이에게 있어서 큰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엄마가 아닌 아빠만이 해줄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며, 아빠와의 유대감 또한 깊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역시 남편이 같이 동행하는
편이 짐을 들지 않아도 되는 점에서 몹시 반가운 부분이다)
그리하여 시작된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우리가 도착해서 느낀 치앙마이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시원한데? 였다. 1년 내내 여름인 동남아이지만 세상에나, 일본의 여름보다 시원하다니!
이런 날씨라면 여름 내내 이곳에서 지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지난 발리에서의 생활로 더욱 자신감을 얻어, 어딘가를 가서 소통을 해야 할 때는 스스로 먼저 입을 떼었다.
아빠와 함께하는 일주일 동안은 아빠가 있을 때만 할 수 있는 즐길거리들을 스케줄에 포함시켰다.
무에타이, 코끼리 보호소 방문, 야시장 즐기기 등이 그런 것들이었다.
아빠와의 휴가를 일주일 즐기고, 아빠가 집에 돌아간 날, 아이와 나는 드디어 본 목적인 스쿨링 위크에 돌입했다. 그런데 아뿔싸.. 그만 보호자인 내가, 엄마가 장염에 걸려버렸다. 아빠가 귀국한 뒤 호텔을 이동했어야 했는데, 옮겨가는 호텔은 스쿨링 할 학교와 가까운 위치로 치앙마이 시내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곳이었다.
그리하여 새벽에 부랴부랴 병원을 찾아 다녀오고 체크아웃을 한 후 우리는 새로운 호텔로 향했다. 새 호텔에 도착하니 점심시간 무렵, 나는 도저히 밥을 먹을 수가 없어서 아이의 식사 때문에 호텔에 혹시 룸 서비스가 있는지 물었는데, 호텔 룸서비스는 없고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 식사가 가능하다고 하는 것이다. 어쩐담.. 아이 혼자 가서 먹고 올 수 있을까? 엄마가 같이 가주면 되지 않냐고 하겠지만 정말이지 열이 펄펄 끓고 복통 때문에 도저히 그럴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물었다.
”혹시 혼자 레스토랑 가서 밥 먹고 올 수 있겠니? “
아이의 대답은
“YES”
걱정도 되었으나, 본인이 할 수 있다고 하니 그렇게 해보자고 마음먹고 아이 홀로 보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이는 무사히(?) 방으로 돌아왔는데, 맛있는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를 시켜 먹고 왔단다. 어려움은 없었는지 물으니, 호텔 직원들도 친절했고 딱히 어렵지는 않았다고 했다. 왜 혼자 왔는지 안 물어봤냐고 하니, 물어봤는데 엄마는 아파서 쉬고 혼자 점심을 먹으러 왔다고 대답했다고 했다.
아 역시, 언어는 자신감!
치앙마이 학교는 스쿨버스가 있어서 호텔까지 픽&드롭이 가능했고, 물론 아이도 스쿨버스를 이용했다. 스쿨버스에는 다양한 아이들이 타고 가는데 그 사이에도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서 좋았다고 아이는 이야기했다.
이번 학교의 특성은 무조건 매일 태국어 수업이 1시간 있다는 것이었는데, 사실 2주 학교에 다니면서 얼마나 배우겠나 싶었다. 목적 자체도 영어가 주목적이었기에 솔직히 말하면 관심 밖이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겨우 하루에 1시간 들은 태국어 수업인데, 아이는 태국 글씨들을 배워왔고 거리의 광고판을 보고 읽기 시작했다. 물론 뜻은 모를지라도!
다만 외래어의 경우에는 태국어로 표기되어 있어도 뜻도 알 수 있으니 아이는 굉장히 흥미로워했다.
태국어로 자기소개, 색깔, 숫자 등을 배워왔고 매일 나에게 자랑하며 들려주었다.
집에 돌아와서 보니 아이가 들고 갔던 빈 공책에는 태국어 시간에 열정적으로 필기하고 공부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물론 영어, 영어도 빠질 수 없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메신저로 이런저런 학교에서의 일들을 알려주셨는데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영어도 참 잘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현지 학교의 친구들도 사귀며 같이 게임도 하는 사이가 되었고 말이다!
이번 학교는 발리의 학교와는 달리 시간표대로 앉아서 공부를 하는 스타일의 학교로 처음엔 지루하다고 하던 아이가 며칠이 지나니 이 학교도 무척 재미있다고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한 달 살기도 이만하면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미식의 나라답게 태국은 정말 많은 먹거리들로 우리의 미식에 대한 견문도 넓혀주었으니 일석이조였다.
이젠 아이가 태국어 메뉴판도 읽어주니 얼마나 든든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