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bbio

by 마르치아


몇 해 전, 나는 이탈리아 출장 중 우연중에 움브리아주의 소도시들을 여행할 기회가 생겼다. 그러나 그 여정 속에서 ‘우연’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나의 발걸음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아씨씨로 향했다. 나는 그곳에서 온전히 삼일 동안 머물렀고, 묵상과 침묵 속에서 성 프란치스코 성인을 만나는 특별한 은총의 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


성 프란치스코는 나의 마음에 오래도록 깊이 새겨진 분이다. 그분을 존경하게 된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그는 하느님의 모든 피조물을 향한 각별한 사랑을 지니고 있었고, 그 사랑은 단지 감정이나 연민이 아닌,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향한 가장 순결한 방식의 사랑이었다. 피조물과의 교감 속에서 하느님을 느끼고, 창조주를 찬미하며, 존재하는 모든 것 안에서 사랑을 살아내신 분. 그분을 떠올릴 때마다 내 마음 깊은 곳에 말할 수 없는 경외감과 따뜻함이 피어오른다.


아씨씨를 떠나 굽비오라는 작은 마을에 다다랐을 때, 나는 또 다른 감동에 휩싸였다. 성인의 전기 「잔 꽃송이들」에서 읽었던 바로 그 이야기, 굶주린 늑대와 프란치스코 성인의 만남이 동상으로 재현되어 광장 한가운데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 동상 앞에서 나는 발걸음을 멈췄고,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동상 속 장면에 빨려 들어갔다. 늑대는 앞발을 들어 성인의 손에 얹고 있었고, 성인은 그 늑대의 눈을 마주하며 한없는 자비와 평화를 품고 있었다. 굽비오의 마을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늑대가 성인의 축복 안에서 변화되고, 사람들과 화해하며, 이웃이 되어간 그 기적의 이야기. 성인은 늑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형제 늑대여, 나는 너에게 상처 주지 않을 것이며, 너도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말거라. 우리가 서로 평화로이 살아가자."


그 이야기를 떠올리는 순간, 나는 저도 모르게 동상 앞으로 다가가 늑대와 성인의 입맞춤을 하듯,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성인의 깊은 영성 앞에서 눈물이 흘러내렸고, 마치 내가 그때 그 광장에 함께 있었던 사람처럼, 하느님의 평화가 내 영혼을 감싸 안았다. 나도 모르게 성인의 동상 앞에서 태양의 찬가를 바쳐 드렸다. 두 눈에는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주위의 사람들도 허밍으로 따라 부르는게 들렸다. 나는 아직도 이 거룩한 일치를 잊지 못한다.


성 프란치스코가 지은 ‘태양의 찬가’는 그분의 영성을 고스란히 담은 사랑의 노래다. 그 찬가는 나의 가슴 속에도 메아리처럼 울린다. 세상의 모든 것, 별과 달과 태양, 바람과 불, 물과 땅, 피조물 하나하나가 형제요 자매인 그분의 노래 안에서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님을 깨닫는다.


태양의 찬가


오 감미로워라 가난한 내 맘에


한없이 샘솟는 정결한 사랑


오 감미로워라 나 외롭지 않고


온 세상 만물 향기와 빛으로


피조물의 기쁨 찬미하는 여기


지극히 작은 이 몸 있음을


오 아름다워라 저 하늘의 별들


형님인 태양과 누님인 달은


오 아름다워라 어머니이신 땅과


과일과 꽃들 바람과 불


갖가지 생명 적시는 물결


이 모든 신비가 주 찬미 찬미로


사랑의 내 주님을 노래 부른다


이 노래 안에서 나는 자주 기도한다. 하느님의 피조물인 나 자신이 세상에 작은 빛이 되기를 나의 사랑과 기도가 아직도 연옥에서 그 빛을 기다리는 영혼들에게 닿기를 그리고 언젠가 내가 떠나는 날 나도 또 하나의 '잔 꽃송이'가 되어 누군가의 굽비오 광장에서 하느님의 평화를 증언하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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