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방향 잡기

by 이 경화





나는 삶의 방향을 잡는 데만 족히 오십 년이 걸렸다. 내 삶이 어떻게 설계되었는지, 밑그림이 어떤지 파악하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그것은 외부의 환경이나 직업의 변환이 아니라, 진정 내 내면의 안내자가 가르쳐준 소리에 귀를 기울여 알아낸, 마른 걸레를 힘껏 비틀었을 때 ‘똑’ 하고 떨어지는 땟국물 한 방울이었다.




수많은 삶의 시련을 헤치고 오면서 흔들리지 않았다면 그건 오만이다. 사실 나는 수없이 흔들거렸고, 덜컥 겁을 먹기도 했다. 벼랑 끝에 선 한 마리 짐승처럼 나약했던 시간도 분명히 있었다. 사람들은 종종 내가 강하다고 말했지만, 그건 외피였을 뿐이다. 속으로는 갈피를 못 잡고 방황했고, 어떤 날은 길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울기도 했다. 그런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을 참고 견디며 오다가, 때로는 폭풍우 한가운데에서 진정한 평화를 맛보았다. 그 평화는 안온하거나 부드러운 것이 아니라, 폭풍이 몰아치는 소리와 함께 찾아온 순식간의 침묵 속에서 발견한 것이었다. 내세의 천국이 아닌, 생명을 신께 온전히 내어 맡기는 극도의 신뢰 속에서, 그 찰나에 신을 만났고 천국을 느꼈다. 어떤 깨달음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에 온다. 그건 말보다 앞선 진동이고, 이해보다 깊은 체험이었다.




이 모든 것을 지나며, 내 인생의 뜨거운 물음들이 철벅였고, 들끓던 시간이 점차 잦아들었다. 마침내 내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투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난 오십 년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흘러간 시간 속에서 내가 건져 올린 것은 거창한 성공이나 명예가 아니었다. 오히려 실패와 상실, 방황과 기다림 속에서 익은 삶의 의미였다.




삶에 대한 열정으로 지금까지 버텨온 것도 사실이다. 나는 누구보다 삶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존재다. 그 뜨거움이 나를 살게 했고, 그 열정이 나를 지탱해줬다. 그러나 지나치게 뜨거우면 타버린다. 나는 이 뜨거움을 식히고, 균형과 조화를 맞추어 나가는 일과 경험을 통해 극기하고 있다. 삶은 온도의 문제다. 적정한 뜨거움과 적정한 차가움 사이에서 우리는 중심을 잡는다.




어떤 관점으로 삶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의 목적이 생기고, 목적에 따라 방향을 맞추어 나가는 것이 인생을 신에게 부여받은 자의 임무이다. 이 방향에 따라, 삶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된다. 같은 환경, 같은 조건에서도 어떤 사람은 꽃을 보고 어떤 사람은 흙을 본다. 내가 바라보는 방향이, 결국 내가 닿는 곳이다.

이제는 내 목표가 뚜렷해졌고, 더 진하고 굵어졌다. 나는 산 꼭대기에 #더세인트를 걸어두었다. 내가 그 꼭대기에 걸려 있는 #더세인트만 바라보며 걸어가면, 어느새 숲도 지나고, 강물도 훌쩍 뛰어넘게 되리라. 목표는 길을 만든다. 그 목표가 삶을 밀고 당기며 나아가게 한다.




앞으로 넘어야 할 일들이 산처럼 버티고 있어도, 그 꼭대기만 보고 간다면 다 지나가리라는 믿음이 생긴다. 그런 이 아침에, 고요한 감사가 내 안에서 일어난다. 감사는 목표를 더 빛나게 하고, 걸음을 더 가볍게 한다. 나는 다시, 걷는다. 내 안의 신이 걸어온 시간들과 함께, 조용하고 단단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