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에는 아무런 냄새가 없다. 그것은 무색무취의 환상이며 배부른 자들이 만들어낸 나약한 도덕일 뿐이다. 반면 돈과 욕망 그리고 타인을 짓밟고 일어서려는 인간의 악의는 아주 지독하고 선명한 악취를 풍긴다. 시각이 완벽하게 차단된 나의 어두운 세계에서 나는 빛나는 정의를 쫓는 고결한 탐정이 아니다. 나는 그저 악당들이 뿜어내는 썩은 고기 냄새를 맡고 그들의 연회장에 난입해 내 몫의 뼈다귀를 챙겨 나오는 눈먼 사냥개에 불과하다. 내 이름은 엘리야. 남들이 보지 못하는 감각의 파편을 엮어 진실의 목줄을 쥐고 흔드는 자다. 내 발치에는 나와 완벽하게 동기화된 공범이자 가장 충직한 안내견인 래브라도 리트리버 탱고가 엎드려 있다.
비가 내리는 도심의 뒷골목은 온갖 불법적인 욕망이 하수구를 타고 흘러내리는 거대한 배설구와 같다. 젖은 쓰레기 더미 냄새와 토사물의 시큼한 악취 사이로 아주 값비싼 시가 냄새가 나의 코끝을 스쳤다. 나를 은밀하게 호출한 자는 이 도시의 어둠을 지배하는 거물 최 회장이었다. 그는 합법적인 사업가라는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그의 진짜 정체는 불법 도박장과 마약 밀매를 관리하는 조직의 우두머리였다. 경찰조차 그의 돈에 매수되어 눈을 감는 이 썩어빠진 도시에서 그가 맹인 사설탐정인 나를 부른 이유는 단 하나였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더러운 살인 사건이 그의 가장 은밀한 지하 금고실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건장한 체격의 조직원들이 뿜어내는 위압적인 체취를 뚫고 나는 최 회장의 지하 브이아이피 룸으로 안내되었다. 카펫의 두꺼운 질감이 지팡이 끝을 무겁게 잡아당겼다. 방 안에는 최 회장과 그의 오른팔인 김 실장 그리고 바닥에 싸늘하게 식어 있는 한 구의 시신이 있었다. 죽은 자는 최 회장의 오랜 라이벌이자 이 구역의 유흥업소를 분할하여 통치하던 마 사장이었다. 마 사장이 최 회장의 구역 한가운데서 그것도 가장 보안이 철저한 지하 밀실에서 살해당한 것이다.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 조직 간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벌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최 회장의 거친 숨소리에서 지독한 니코틴 냄새와 함께 극도의 분노가 섞여 나왔다. 그는 마 사장이 어젯밤 화해의 조건으로 거액의 무기명 채권을 들고 이곳에 왔다고 했다. 두 사람은 술을 마시며 협상을 했고 최 회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누군가 밀실에 들어와 마 사장의 목을 긋고 무기명 채권이 든 가방을 훔쳐 달아났다는 것이다. 외부의 침입 흔적은 전혀 없었으며 밀실의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은 최 회장과 김 실장 그리고 죽은 마 사장뿐이었다. 최 회장은 범인을 찾아 채권을 되찾아오면 채권 액수의 십 퍼센트를 수고비로 주겠다고 제안했다. 나는 옅게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계산을 마쳤다. 악당들의 돈은 훔쳐도 죄가 되지 않는다. 나는 탐정의 겉옷을 입은 채 이 부도덕한 무대 위에서 가장 이기적인 사기꾼이 되기로 결심했다.
나는 탱고의 하네스를 잡고 시신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이미 차갑게 응고되기 시작한 혈액의 냄새는 녹슨 철봉을 핥는 것 같은 역겨움을 동반했다. 시신의 목에서 흐른 피가 두꺼운 페르시아 융단에 스며들어 질척이는 소리를 냈다. 나는 장갑을 낀 손으로 시신의 주변을 더듬었다. 마 사장의 몸에서는 값비싼 코냑의 단내와 함께 아주 미세하게 화약 냄새가 섞인 가죽 총집의 냄새가 났다. 그는 무장을 하고 있었지만 총을 뽑을 새도 없이 당했다. 범인은 그가 완벽하게 경계를 푼 상태에서 등 뒤로 다가와 단숨에 급소를 노린 것이다. 면식범이자 살인에 아주 능숙한 전문가의 솜씨였다.
나는 후각의 촉수를 밀실 전체로 넓혔다. 코냑 냄새와 피비린내를 걷어내자 아주 흥미로운 냄새의 층위가 드러났다. 카펫 바닥의 한쪽 구석에서 미세한 가루의 질감과 함께 백합꽃 추출물이 섞인 최고급 구두약의 냄새가 감지되었다. 그것은 이 도시의 뒷골목 건달들이 싸구려 구두에 바르는 기름 냄새가 아니었다. 해외에서 소량으로 수입되는 최고급 수제화 전용 왁스의 냄새였다. 나는 몸을 돌려 최 회장의 뒤에 조용히 서 있는 김 실장의 기류를 읽었다. 김 실장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있었지만 그의 존재감은 냄새를 통해 완벽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그의 구두에서 나는 냄새가 바로 그 백합꽃 추출물이 섞인 고급 왁스의 향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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