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들의 땀 냄새는 시궁창의 쥐보다 더 역겹다. 그들은 최고급 향수와 맞춤 정장으로 자신들의 악취를 가리려 하지만 썩어빠진 탐욕의 냄새는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시각이 완벽하게 차단된 나의 세계에서 부패한 정치인들이 텔레비전에 나와 내뱉는 거짓말은 공기를 진동시키는 끔찍하고 불쾌한 소음일 뿐이다. 내 이름은 엘리야. 눈먼 자의 나약한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악당들의 가장 은밀한 살점을 도려내는 사냥개다. 내 발치에는 이 위험한 사냥의 완벽한 공범인 안내견 탱고가 엎드려 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금요일 밤이었다. 도심의 화려한 불빛은 빗물에 번져 타락한 도시의 민낯을 가려주었지만 나의 예민한 후각은 아스팔트 위로 튀어 오르는 온갖 비릿한 욕망의 냄새를 낱낱이 해부하고 있었다. 내가 목표로 삼은 사냥감은 이 도시의 재개발 인허가를 쥐고 흔드는 탐욕스러운 권력자 장 의원이었다. 그는 겉으로는 서민의 친구이자 자선단체의 후원자 행세를 하며 대중의 환호를 받지만 뒤로는 건설사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긁어모으는 파렴치한 위선자였다.
나는 장 의원이 최근 도심 외곽에 세운 거대한 개인 미술관 지하에 막대한 비자금을 숨겨두었다는 정보의 냄새를 맡았다. 미술관은 시각 예술을 찬양하는 자들의 성전이지만 눈이 보이지 않는 나에게는 그저 보안 시스템이 설치된 거대한 콘크리트 상자에 불과하다. 오늘 밤 장 의원은 자신의 미술관에서 고위층 인사들을 모아놓고 은밀한 자선 파티를 열었다. 미술품 경매를 빙자하여 검은돈을 세탁하고 뇌물을 주고받는 추악한 연회장이었다. 나는 후원자를 대리하여 참석한 시각장애인 감정사로 위장한 채 이 역겨운 파티장 한가운데로 당당하게 걸어 들어갔다.
미술관 로비는 샴페인 잔이 부딪히는 맑은소리와 사람들의 가식적인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나의 청각은 공간에 부딪혀 돌아오는 미세한 메아리를 분석하여 이 거대한 홀의 구조와 사람들의 동선을 머릿속에 완벽한 입체 지도로 그려내고 있었다. 값비싼 캐비아 냄새와 훈제 연어의 비릿한 향기 그리고 탐욕에 찌든 인간들이 뿜어내는 시큼한 아드레날린의 냄새가 섞여 구역질을 유발했다. 나는 탱고의 하네스를 잡고 아주 느리고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연회장의 가장자리를 맴돌았다. 눈먼 자는 어디서나 동정의 대상이 되며 그 동정심은 경계심을 완벽하게 무장해제 시키는 최고의 투명 망토다.
나의 목적지는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전시실이 아니라 빛이 닿지 않는 가장 깊고 어두운 지하의 밀실이었다. 나는 웨이터가 지나가는 소리와 경호원들의 무거운 발소리가 엇갈리는 틈을 타 연회장의 뒤편 직원 전용 통로로 스며들었다. 감시 카메라는 나의 시야에 보이지 않지만 카메라 모터가 회전할 때 발생하는 미세한 고주파 음은 나의 귀를 피할 수 없다. 나는 그 고주파의 사각지대를 정확히 짚어내며 유령처럼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았다.
지하로 내려갈수록 공기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습도가 낮아졌다. 완벽하게 통제된 항온 항습 시스템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아주 묵직하고 차가운 강철의 냄새와 함께 미세한 오존 냄새가 나의 코끝을 스쳤다. 최고급 생체 인식 보안 시스템이 설치된 금고의 전자기 판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냄새였다. 그 냄새의 끄트머리에는 수만 장의 오래된 지폐가 쌓여 있을 때 나는 특유의 곰팡내와 잉크 냄새가 숨죽인 채 웅크리고 있었다. 장 의원의 더러운 비자금이 잠들어 있는 심장이 바로 내 눈앞에 있었다.
금고의 문 앞에는 경호원 한 명이 서 있었다. 그의 군화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와 일정하게 씹고 있는 껌의 마찰음으로 보아 그는 지루함에 빠져 경계가 느슨해진 상태였다. 나는 탱고에게 은밀한 수신호를 보냈다. 녀석은 소리 없이 어둠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경호원의 반대편 복도 끝에서 아주 작게 금속 쓰레기통을 건드리는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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