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 속의 호흡
고도 사백 킬로미터 상공 궤도를 도는 국제 우주 정거장 제칠 구역의 공기는 언제나 건조하고 미세한 금속 냄새를 품고 있었다. 생명 유지 장치 관리 엔지니어인 윤은 두꺼운 정비복 소매를 걷어붙인 채 벽면에 고정된 육각 볼트를 조이고 있었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발바닥에 닿는 바닥의 감각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허리에 찬 안전고리가 내는 묵직한 장력과 손끝에 닿는 차가운 티타늄 합금의 질감만이 윤이 우주 공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벽면 너머로는 이십사 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기 순환 모터의 미세한 진동이 척추를 타고 전해졌다. 그 일정한 웅웅거림은 거대한 고래의 심장 박동처럼 정거장 안의 모든 승무원에게 살아있다는 안도감을 주는 백색소음이었다.
오후 칠 시 십삼 분 거대한 고래의 심장이 멎었다. 웅웅거리던 모터의 진동이 거짓말처럼 뚝 끊겼다. 발바닥을 통해 전해지던 미세한 떨림이 사라지자 정거장 내부는 소름 끼치는 완벽한 적막에 휩싸였다. 윤은 들고 있던 스패너를 허리춤에 고정하고 본능적으로 숨을 참았다. 고막을 압박하는 기압의 변화가 느껴졌다. 귀가 먹먹해지며 침을 삼켜도 압력이 해소되지 않았다. 곧이어 매캐하고 독한 폴리이미드 전선 껍질이 타들어 가는 냄새가 환풍구를 타고 역류하기 시작했다. 산소 발생기 삼 번 모듈의 치명적인 결함이었다. 이 냄새는 단순한 고장이 아니라 전소에 가까운 파괴를 의미했다. 주 조명마저 꺼지고 비상용 붉은색 램프만이 맥박처럼 깜박거렸다. 붉은빛은 시각적인 경고였지만 시야가 차단된 암흑 속에서 윤을 짓누르는 것은 턱 밑까지 차오르는 질식의 공포였다.
대피 매뉴얼이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관리자인 윤에게 도망칠 곳은 없었다. 우주라는 공간은 문을 열고 뛰쳐나갈 수 있는 땅이 아니었다. 윤은 즉시 비상 통신망의 버튼을 눌렀다. 지직거리는 노이즈 사이로 메인 모듈에 있는 선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윤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삼 번 모듈의 메인 밸브를 수동으로 차단하지 않으면 이십 분 안에 정거장 전체의 산소가 우주로 빠져나갈 거다. 윤의 목소리는 건조하게 갈라져 있었다. 알겠습니다 지금 수동 차단하러 갑니다. 짧은 대답이었지만 그 안에는 수백 번의 훈련으로 다져진 서늘한 직업의식이 담겨 있었다.
윤은 즉시 비상용 이브이에이 우주복을 입기 위해 모듈을 이동했다. 무중력 상태에서 어둠을 뚫고 나아가는 것은 깊은 심해를 헤엄치는 것과 같았다. 벽면의 손잡이를 더듬어 쥐고 몸을 튕기듯 밀어냈다. 장갑 너머로 느껴지는 금속 손잡이의 차가운 온도가 뼈를 시리게 했다.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서 뇌에 공급되는 피가 부족해졌다. 시야의 가장자리가 흐릿해지고 이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폐가 쪼그라드는 듯한 압박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숨을 들이마셔도 허파에 채워지는 것은 턱없이 부족하고 메마른 공기뿐이었다. 윤은 이를 악물었다. 잇몸에서 비릿한 피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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