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중심을 관통하는 거대하고 화려한 상업 도시 엘도리아의 이면에는 햇빛조차 제대로 들지 않는 음습하고 구불구불한 뒷골목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이곳은 귀족들의 위선적인 웃음소리 대신 금화가 부딪히는 차가운 소리와 은밀한 거래가 오가는 진정한 탐욕의 심장부이다. 이 어두운 골목의 가장 깊은 곳에는 간판조차 제대로 달려 있지 않은 허름한 마법 물약 상점이 하나 자리 잡고 있다. 상점의 주인은 헝클어진 흑발에 언제나 칠흑처럼 검은 옷을 푹 눌러쓰고 다니는 성질 고약한 연금술사 모르가나이다. 그녀는 왕립 아카데미의 수석 연금술사 자리조차 권력자들에게 아부하기 싫다는 이유로 단칼에 거절하고 나온 대륙 최고의 실력자이다. 하지만 그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독한 독설과 괴팍한 성격을 자랑했다. 그녀의 상점에는 오직 최고급 재료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달여낸 최상급 물약만이 존재했지만, 손님을 맞이하는 친절한 미소나 상냥한 덤 따위는 사전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였다.
어느 날 짙은 장미 향수를 코가 비뚤어질 정도로 뿌려댄 귀부인 한 명이 거만한 발걸음으로 모르가나의 상점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엘도리아의 돈 많은 귀족 부인들이 모여 만든 악명 높은 사교 모임인 황금 반지회의 회장 베아트리스 부인이었다. 그녀는 턱을 치켜들고 상점 안을 경멸스럽게 둘러보더니 모르가나를 향해 손가락을 튕기며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주문을 쏟아냈다. 우리 귀한 아들이 먹을 성장 물약을 하나 내오되 아이의 예민한 미각을 위해 쓴맛은 완전히 없애고 마나 농도는 아주 묽게 희석해서 향긋한 과일 향이 나도록 특별히 조제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이 누추한 상점까지 친히 행차해 주었으니 상도덕상 투명 마법이 걸린 최고급 실크 망토 하나 정도는 거저 끼워주는 것이 당연한 예의가 아니냐며 뻔뻔하고 당당하게 요구했다.
모르가나는 약탕기를 젓던 손을 멈추고 짐벌레를 쳐다보듯 서늘한 눈빛으로 베아트리스 부인을 노려보았다. 모르가나는 단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물약의 마나 농도를 희석하는 것은 연금술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미친 짓이며 쓴맛을 견디지 못하는 연약한 아들이라면 평생 젖소의 우유나 끓여 먹이라고 차갑게 쏘아붙였다. 덧붙여 뻔뻔하게 공짜 투명 망토를 요구할 시간에 본인의 그 두꺼운 얼굴 가죽을 가릴 강철 가면이나 사서 쓰고 다니라며 독설을 퍼붓고는 거대한 빗자루를 들어 귀부인을 상점 밖으로 매몰차게 쓸어내 버렸다. 흙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베아트리스 부인은 수치심과 분노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고 반드시 이 모욕에 대한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며 악을 쓰고 사라졌다.
다음 날 아침 엘도리아의 모든 시민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거대한 마법 통신 게시판은 모르가나의 상점을 향한 악의적인 저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황금 반지회의 귀부인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여 상점에 대한 최하점의 평가와 함께 끔찍한 악성 후기들을 사방에 도배해버린 것이다. 상점 주인이 손님에게 저주를 걸려 했다느니 물약병 안에서 썩은 쥐의 시체가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보았다느니 심지어 약을 먹고 탈이 나서 일주일 동안 사경을 헤맸다느니 하는 터무니없고 악랄한 거짓말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쏟아졌다. 귀족 부인들의 막강한 여론 몰이와 거짓 선동에 속아 넘어간 사람들은 모르가나의 상점을 불매하기 시작했고 항상 희귀한 약재를 구하러 오던 단골 용병들조차 발길을 뚝 끊어버렸다. 순식간에 상점의 수입은 바닥을 쳤고 골목에는 파리 한 마리 날아들지 않는 적막만이 맴돌았다.
보통의 상인이라면 당장 귀부인의 저택으로 달려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사과하거나 상점의 간판을 내리고 다른 도시로 도망치는 것을 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르가나는 세상의 부조리와 인간의 얄팍한 악의를 누구보다 경멸하는 성격이었다. 그녀는 텅 빈 상점의 계산대에 앉아 마법 게시판에 빼곡하게 적힌 억지스러운 거짓 후기들을 하나하나 소리 내어 읽으며 음산하고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허영심과 거짓으로 뭉친 껍데기들에게 진실의 무게가 얼마나 무겁고 끔찍한 것인지 똑똑히 가르쳐주겠다고 다짐하며 모르가나는 상점의 문을 굳게 닫아걸고 지하의 비밀 연금술 실험실로 깊숙이 내려갔다.
모르가나는 평범한 진실의 약 따위는 만들지 않았다. 그녀가 수일 밤낮을 새워가며 끓여낸 것은 인간의 이성과 가식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혓바닥을 무의식의 깊은 곳과 직접 연결해 버리는 저주받은 마법의 결정체였다. 그녀는 이 끔찍한 마법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과거 금지된 문헌에서 스스로 터득했던 디지털 공감각이라는 기이하고 강력한 파장을 물약에 융합시켰다. 이 디지털 공감각이 부여된 물약은 단순히 진실만을 말하게 하는 것을 넘어 뇌 속에 숨겨둔 가장 추악하고 부끄러운 기억들을 아주 생생한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환상과 함께 강제적으로 입 밖으로 쏟아내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모르가나는 이 치명적인 영약을 귀부인들이 가장 환장하는 달콤하고 화려한 다과회용 빵의 형태로 위장하기 위해 최고급 밀가루와 정제 설탕을 섞어 오븐에 구워냈다.
[감각 사진]
화려한 금박이 흩뿌려진 삼단 쟁반 위로 영롱한 장미 빛깔을 띠는 둥근 과자와 부드러운 앙금이 듬뿍 올려진 달콤한 빵들이 먹음직스럽게 쌓여 있다. 겉면은 바삭하고 윤기가 흐르며 주변의 공기마저 달콤하게 마비시킬 듯한 짙은 바닐라와 산딸기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 하지만 그 푹신하고 부드러운 빵의 안쪽에는 핏빛처럼 붉고 끈적이는 디지털 공감각의 저주받은 액체가 은밀하고 치명적으로 스며들어 있어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상반되는 불길하고 서늘한 기운을 동시에 뿜어내고 있다.
며칠 뒤 엘도리아 최고의 호화로운 야외 정원에서 황금 반지회의 성대한 정기 다과회가 열렸다. 수십 명의 귀부인들이 화려한 비단옷과 값비싼 보석으로 치장하고 모여 앉아 고급 찻물을 마시며 다른 사람들을 헐뜯고 자신들의 부를 과시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모르가나는 얼굴 전체를 덮는 두꺼운 가면과 낯선 앞치마를 두르고 엘도리아 최고급 빵집의 수석 요리사로 완벽하게 위장한 채 저주받은 다과가 가득 담긴 쟁반을 들고 정원으로 잠입했다. 베아트리스 부인을 비롯한 귀부인들은 출처도 묻지 않은 채 그저 겉보기에 화려하고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빵들을 앞다투어 집어 들고 탐욕스럽게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달콤한 빵조각이 그녀들의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순간 끔찍하고도 유쾌한 복수의 서막이 올랐다. 저주받은 디지털 공감각의 마력이 귀부인들의 뇌혈관을 타고 맹렬하게 퍼져나갔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마법 게시판에 주동적으로 악성 후기를 달았던 베아트리스 부인이었다. 그녀는 새로 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자랑하려던 참에 갑자기 눈동자가 뒤집히며 숨겨둔 추악한 진실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우리 귀한 아들이 먹을 성장 물약을 묽게 타 달라고 억지를 부렸던 진짜 이유는 아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묽게 탄 물약을 아들에게 먹이고 남은 고농축 원액을 암시장에 비싸게 팔아넘기기 위해서였다. 나는 모성애를 빙자하여 사기를 치고 그 돈으로 나의 심각한 도박 빚을 갚으려 했던 파렴치한 범죄자이며 내 목에 걸린 이 다이아몬드도 사실은 도둑질한 장물이라고 소리쳤다. 베아트리스 부인은 자신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파멸적인 진실에 경악하며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지만 혀는 이미 그녀의 통제를 벗어나 미친 듯이 나불거리고 있었다.
이 엄청난 반전에 다과회장은 순식간에 통제 불능의 아수라장으로 변모했다. 다른 귀부인들 역시 입을 열 때마다 자신들이 필사적으로 숨겨왔던 가장 역겹고 추악한 비밀들을 줄줄이 토해내기 시작했다. 나는 베아트리스 부인과 친한 척하지만 사실 그녀의 남편과 은밀하게 바람을 피우고 있는 타락한 여자라고 외치는 부인도 있었고 나는 마법 게시판에서 다른 상점들을 협박해서 공짜로 물건을 뜯어내는 짓을 매일 밤 즐기며 쾌락을 느낀다고 자백하는 부인도 있었다. 그녀들의 입에서 쏟아지는 추악한 진실들은 디지털 공감각의 마력에 의해 생생한 환상으로 변하여 공기 중으로 퍼져나갔고 정원 밖을 지나가던 수많은 평민들과 수도 치안대원들의 귀에까지 적나라하게 울려 퍼졌다.
서로의 끔찍한 비밀과 속내를 실시간으로 강제 청취하게 된 귀부인들은 수치심과 분노로 서로의 머리채를 쥐어뜯고 비명을 지르며 흙바닥을 뒹굴었다. 화려했던 다과회는 서로의 진실을 물어뜯는 지옥의 투기장이 되어버렸다. 가면을 벗어 던진 모르가나는 정원 한구석에 여유롭게 서서 서로를 파멸시키며 절규하는 껍데기들의 희극을 감상하며 배를 잡고 폭소를 터뜨렸다. 진실이라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가 허영심으로 쌓아 올린 모래성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감상하는 것은 연금술보다 훨씬 통쾌한 일이었다.
결국 다과회장에서 스스로 털어놓은 수많은 횡령과 절도 사기 범죄 사실들로 인해 치안대가 출동했고 황금 반지회의 귀부인들은 화려한 비단옷이 찢어진 채 줄줄이 감옥으로 끌려가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엘도리아의 마법 게시판에는 모르가나의 상점에 대한 악의적인 후기들이 치안대에 의해 전부 삭제되었고 대신 귀부인들이 감옥에서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쓴 눈물 어린 반성문만이 도배되었다. 억울한 누명이 벗겨지고 진실을 강제로 폭로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마녀의 상점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섣불리 진상을 부리려는 손님은 대륙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모르가나는 오늘도 텅 빈 상점 안에서 고요한 평화를 만끽하며 서늘하고 통쾌한 미소와 함께 새로운 물약을 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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