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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력의 아키텍처

우리는 왜 실패할 때까지 올라가는가

by 김경훈

1969년, 미국의 교육학자 로렌스 J. 피터는 아주 소름 돋는 통찰을 내놓았다. 이름하여 '피터의 원리'. 내용은 간단하다. "조직의 모든 구성원은 자신의 무능력이 드러나는 단계까지 승진한다."


쉽게 말해 이런 거다. 일을 잘하는 말단 직원은 대리로 승진한다. 대리 업무도 기가 막히게 해내면 과장이 된다. 과장 업무도 완벽하면 부장이 된다. 그런데 부장의 업무(정치와 관리)가 그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그는 거기서 더 이상 승진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붙박이처럼 머문다.

결과적으로 조직의 모든 상위 직책은 '그 일을 감당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로 채워지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이론을 접하고 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왜 우리 학교 행정실의 결재 시스템은 이토록 비효율적인가? 왜 시각장애인을 위한다며 만든 키오스크는 음성 지원 버튼을 찾을 수 없는 곳에 숨겨두었는가?

그것은 그 시스템을 설계하고 승인한 사람들이 '피터의 원리'에 따라 승진한, 즉 '무능력의 정점'에 도달한 사람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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