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신 분들 글 한번 써보세요. 약장수 아닙니다. 믿어보시라니까요?
요새 1일 1글쓰기를 하다보니
느끼는 점이 매우 많다.
나는 평상시에도 안 좋은 꿈을 꾸면
그 내용을 글로 적어보는 습관이 있는데
꿈에 나온 사람이나 사건에 대해 글을 쓰다 보면
그 사람에 대해,
그 사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만약 꿈에 등장한 그 사람과 나와의 관계에서
어떤 껄끄럽거나
불편한 지점들이 있으면
내가 지금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고 있는지가
글에 여실히 드러난다.
그렇게 글을 쓰고 나면 불편한 마음이 해소되어
같은 꿈을 꾸지 않는 것이다.
(얼마나 좋은 방법인지 모르겠다. 여러분들도 해보시길!)
1일 1글쓰기를 해봐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내가 대개 생각한 글의 주제가 있었다.
교사였던 시절의 경험,
다단계 영업할 때의 경험,
예민 보스인 사춘기 딸을 키우는
요즘의 일상들 등등등
그런데 막상 글쓰기를 시작하고보니
내 안에서 쏟아지는 첫번째 이야기는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
(나도 놀랐다.)
과거의 기억들을 많이
내 안에서 정리하고
잘 갈무리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이 열리니
쏟아지는 건
어린 시절에 있었던 사건들이었다.
나는 "내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겠어!!"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라
지금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를 일단 쓰자!
막혀있던 둑이 뚫린 것처럼
이야기들이 손끝에서 줄줄 나온다.
글을 쓰면서 눈물이 나기도 하고
개운하기도 하고
아니 아직도 이런 감정이 남아있었다고!!
놀라기도 하면서
글을 쓰는 요즘이다.
나는 초, 중, 고, 지금까지 쓴 일기장을
모두 간직하고 있는데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20대 때 쓴
일기장은 80퍼센트가 욕설이었다.
그래서 1년에 한번 볼까말까한.
(왜냐하면 읽고나면 부정적 감정이
너무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힘들어서
자주 볼 수 없다.)
그런데 30대가 되고 나서 쓴
내 일기는
그 내용이 아주 많이 달라져 있었다.
감사와 경외, 기쁨과 같이
예전의 일기장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보려 해도
찾을 수 없는 단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라는 사람이 조금 변했구나,
나 스스로 인식할 수 있을만큼.
그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굉장히 좋았다.
내게 글쓰기는 배설같다.
큰 일을 보고 나면 개운한 것처럼
글을 쓰고 나면 그렇게 개운할 수 없다.
그래서 마음이 불편하거나 힘들 때
일기를 항상 썼었는데
글로 내 마음을 좀 풀어내고 나면
생각도 정리되고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서
특히 마음이 힘들 때
일기를 많이 썼었다.
글쓰기만큼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나 스스로를
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싶을만큼
참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마다 자신을 정화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겠지만)
글쓰기를 통해
내 안의 것들을
여과없이 토해냄으로써
마음이 정화된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 근무할 때
고학년 학생들의 경우는
일기를 쓸 때
욕설을 써도 된다고 말한 적이 많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거나
게시판에 게시되는 등
타인이 볼 수 있는 글 말고,
오로지 나만 보는,
내 개인적인 글인 일기에는
어떠한 내용도 다 쓸 수 있다고,
글을 쓰면서
내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꼭 경험해봤음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한 사건이 있었다.
보결 교사로 근무할 때
한 담임교사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하루만 보결 신청이 들어온 반이었는데
당일 아침에 그 반에 들어가보니
아이들이 무척이나 예민하고
화가 잔뜩 나있는 분위기의 반이였다.
(아이들이 아침부터 왜 화가 나있는지는
후에 알게되었지만)
하루동안 여러 일이 벌어졌는데
그 자세한 내용은 다른 글에 쓰겠다.
마지막 6교시가 국어 시간.
마침 내용도 '경험한 일을 써보시오.' 라는 차시여서
잘 됐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의 경험을 끌어내보면
왜 화가 났는지도 알 수 있을테니까.
"얘들아, 경험한 일에 대해 써볼까?
글로 써보고 싶은, 재밌었던 일 한번 이야기해볼까?"
그러자 아이들은 침묵했다.
쓰고 싶은 일이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 마음은 굳게 닫혀 있었다.
아이들의 경험을 끌어내기 위해
이런저런 질문을 하자
조금씩 아이들은 자신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수업 마지막에는
"일기쓰는 사람 있니?
일기는 나만이 보는 글이니까
거기에는 어떠한 내용도 쓸 수 있어,
욕설도 써도 되,
내 마음을 글로 풀어버리면 얼마나 개운한지 몰라."
이렇게 말하고 수업을 마무리했는데
욕설을 아무때나 쓰라고 받아들인
아이들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엄마, 선생님이 욕 써도 된대."
그러자 그 말을 들은 학부모는 격앙되어
담임교사에게 항의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욕설을 쓰라고
가르칠 수가 있냐고,
당황한 담임교사는 나에게 전화해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고
항의하는 전화를 한 것이었다.
그 학부모의 마음도,
수업을 하지도 않았는데
학부모의 항의 전화를 받은
담임교사의 황당하고 억울한 마음도
모두다 이해되었다.
내가 잘 못 수업한 부분이 있다고
죄송하다고 말했었다.
욕설을 쓰는게 정말 문제일까?
왜 그렇게 아이들이 화가 났는지,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은
어른들, 선생님들, 부모님들 모두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해보면 좋겠다.
실제로 그 반 아이들이 화가 난 이유는
그 국어 시간에 알 수 있었는데
아이들의 글에는
학원다니는 게 너무 힘들다,
(학원에서 테스트를 봤는데
재시험을 봐야한다고 말한
학원 선생님을 죽이고 싶다고 쓴 아이도 있었다.)
공부하는 게 너무 힘들고 지친다는 내용들이
태반이었다.
그 분노가 풀려야
욕설도 안 하게 될텐데.
무조건 욕설만 막는 게 무슨 소용이랴 싶었다.
공부는 나를 위해 해야하는 것이지만
공부를 하는 게 힘들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 감정은 충분히 받아줄 수 있는데 말이다.
공부로도 힘들어 죽겠는데
갑자기 어디서 굴러들어온 보결교사의
욕설 사용 허가 문제 때문에
부모님한테 혼나고,
담임선생님한테 또 혼나야만 했던
그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
그날 그 국어시간에
아이들이 글을 쓰면서
조금이나마 개운해졌던 마음,
그 마음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글쓰기는 정말 좋은 거라고!!!!
그리고 제발 아이들 일기를 발견하더라도
그 일기는 절대 읽지 말아주시길!
모든 부모님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