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생긴 큰 두려움은 아이에게 일어날 나쁜 일이다. 아무리 눈에 불을 켜고 지켜봐도 어딘가에 부딪치거나 낯선 뭔가를 입에 넣거나 터무니없이 넘어진다. 신생아 땐 자다가 코 박고 숨 못 쉴까 걱정하게 만들더니 이젠 앞도 아래도 안 보고 뛰어다니는 통에 하루에도 수십 번 심장을 들었다 놨다 한다. 찰나의 순간에 사고를 치니 아기가 움직이고 있는 동안은 언제나 경계 태세 모드. 하지만 억울하게도 사고는 잠깐 숨 돌리는 틈에 일어난다. 내가 뒤돈 틈에 소파 타고 올라가다가 떨어져서 병원으로 들고뛰게 만들고 일주일 넘게 멍든 광대 보여주며 가슴 아프게 만들더니 비싸게 깔아놓은 매트 피해 안 깔린 틈에 그새 머리를 또 박는다. 나에게 뛰어오나 싶더니 바닥에 있는 색연필 밟고 넘어져서 무릎이 아니라 얼굴로 바닥을 쓸어버린다. 눈 깜짝하게 예측 불가한 이유로 넘어지고 긁히고 다치고 운다. 그리고 그 상처는 엄마 가슴에 흉터로 남는다. ‘그 봐 엄마가 하지 말라고 그랬지’라고 아무리 설명해 봐도 해맑은 표정으로 계속하는 걸 보면서 한 번은 당해봐야 안 하지 싶다가도 선풍기 날개에 손가락이 진짜 끼일까 봐 그 앞을 단단히 지키고 앉아있다. 내 친구 하나는 오른손엔 지문이 없는데 어렸을 때 난로에 손바닥을 올려서 그랬단다. 엄마가 올리라고 놔뒀겠는가. 엄마가 잠깐 놓친 짧은 순간에 지문을 날려먹었을 거다. 이제야 그 이야기가 제대로 이해가 된다. 두고두고 아팠을 아니 아픈 엄마의 마음이 보인다.
어느 키즈 카페에서 어린 아이가 사고로 죽은 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기사엔 엄마를 비난하는 댓글이 달렸다. 그 잔인함에 말문이 막힌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진통제 없이 날로 받아내고 있을 그 엄마를 위해 기도한다. 그녀를 지켜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