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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에넥도트

물수제비

물가에서

by 투명인간

선택하지 않은 건

태어나는 일뿐이었을까.

눈을 치켜뜨면 언제나

또 다른 갈림길이

물가처럼 펼쳐져 있었다.


자연스레 손에 쥔 돌을 굴리며

어떤 건 가볍고, 어떤 건 무겁고,

어떤 건 유난히 잘 튈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저 ‘잘 튀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늘 돌을 고르고 던졌다.


돌이 물 위에 닿는 순간,

되돌릴 수 없는 일들은

언제나 그렇게 시작되었다.

파문은 멀리 번지고,


누군가는 젖어가도

그땐 그 사실조차 보이지 않았다.


살다 보면

가벼운 선택에 오래 흔들리는 사람이 있고,

무거운 결정을 가볍게 던져버리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오래전에 알고 있었다.

정답은 없고,

있던 건 언제나 선택뿐이었다.


결국, 손을 벗어난 돌은

부메랑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던진 말들,

내가 저지른 순간들,

그 모든 튀김들은 다시는

손댈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물 위에 남는 건

잠깐의 파문뿐인데

나는 그 잠깐을 위해

너무 많은 것들을 던져버렸다.


가볍고 둥근돌은 웃음소리를 만들었고,

뾰족한 돌은 차갑게 튀었고,

무거운 돌은 가장 소중한 것을 가져갔다.


파문이 가라앉으면

강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고요해졌다.


내가 바라보고 있던 건

던져진 돌이 아니라,

그 뒤에 남은 내 흔적이었다.


그래서,

나는 한동안 돌을 고르지 않았다.

돌을 고를 때에도, 말을 꺼낼 때에도

조금은 머뭇거리게 된다.


되돌릴 수 없다면,

나는 조금 더 조용히,

조금 더 단단히 살아갈 것이다.


여태 돌을 던진 줄 알았는데,

내내 던지고 있었던 건 나였다.


잔잔한 강 앞에서 나는 잠시 멈춘다.

오늘은, 돌 대신 침묵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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