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의 무게
배송 도착 알림이 울렸다.
문을 열었다.
물건은 문제없이 도착했다.
당연한 순간이었다.
반값 세일한다고
재빨리 주문한 2L짜리 물.
엘리베이터 없는
4층 빌라에 사는 나는
잠시 생각해 본다.
내가 기사라면,
탄피통 같은 물통을
양손에 쥐고,
이 빌라의 계단을
한 계단씩 오를 때면
욕이 입까지 마중 나와
각층마다 땀과 욕이
흘러넘쳤을 것이다.
단체 주문 들어왔다고
기뻐하는 사장,
죽어나가는 아르바이트생의 표정,
손님들의 미션은 단 하나
먹는 것뿐이다.
우리는 배송비 몇천 원을 냈으니
그 값을 당연하게 여긴다.
안전히 문 앞까지 사진 찍어
배송 완료를 했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환호와 기립박수를
쳐주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잠시 생각해 봤다.
몇 분 뒤,
핸드폰 알림이 울린다.
‘배송이 완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