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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어 알파벳 읽기

by 마라곤

알파벳이라면 영어 알파벳으로만 알았던 때는 오래전에 벗어났으나 그 알파벳의 기원이 페니키아 문자이고, (보다 정확하게는 메소포타미아 수메르인들의 쇄기문자가 전파되면서 페니키아인들이 자음 중심의 알파벳을 만들었다 한다.) 페니키아는 지금의 레바논, 시리아, 이스라엘 북부에 걸쳐 지중해 해상무역을 장악했던 문명이었다는 건 세계사 시간에 잠시 들었던 기억뿐이었다.


페니키아가 서구 문명의 스승쯤이 되는 건 여러 가지 영향이 있지만, 무역도시 '비블로스'(Byblos)에서 생산된 삼나무에서 나온 파피루스(성경의 Bible도 여기서 나왔음.) 수출로 유명했으며, 남부 유럽의 많은 도시들, 예를 들어, 포르투갈의 리스본, 모로코의 탕헤르, 이탈리아의 사르데나, 코르시카섬, 튀니스의 카르타고, 몰타섬, 키프로스섬 등이 모두 페니키아인들이 건설한 도시라고 한다.


KakaoTalk_20250724_164234542.jpg 페니키아 지역


그 페니키아 문자가 그리스 알파벳으로, 다시 로마 알파벳이 사실상 서양 문자의 기원이 되었으니, 영어는 그중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오늘날 강대국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역사와 문화를 통제하고 있다. (전 세계 온라인 정보의 약 80%가 영어로 저장되어 있다.) 그러니까 역사상 한 때는 특정 언어가 지배했을 텐데, 로마제국이 천년을 이어왔으니, 한동안은 라틴어가 세계의 중심이었고, 영어에서 라틴어 어원의 단어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서구 문명의 시작인 그리스가 현재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그들이 남긴 풍부한 문화와 역사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는 여전히 그리스 문자로 기록되어 있으니, 그리스 문자가 어떻게 변해서 오늘날 다양한 문자로 바뀌었는지 궁금했던 터라 그리스 여행 전에 잠시 그리스어 알파벳을 맛보기라도 보고, 현지에서 그리스 문자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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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페니키아 문자, 오른쪽: 그리스 문자(일부)

(페니키아 문자는 위키백과에서 가져왔으나, 그리스문자는 나름대로 정리한 것이라 오류가 있을 수 있음.)



페니키아 문자랑 비교해 보니 그리스어 알파벳이 훨씬 제대로 된 글자처럼 보인다. 눈에 익은 건 좋아 보이기 때문이겠다. 그래도 영어에 없는 꽤 낯선 모양의 자음이 보인다. 이집트, 그리스 문명 모두 수학이 발달해서 그런지 수학 기호 같이 생긴 문자가 눈에 띈다. 몇 개의 그리스 단어를 뜻과 함께 소리 나는 대로 적어보았다.


αλφά(=alpha : 알파), βιβλίο(=book : 비블리오), Γεια(= Hi : 야..), αγόρι(=boy : 아고리), Δαβίδ(=David : 다비드), φωμι(=bread: (프)쏘미), ζωα(=animals : 조아), ηθελα(=I’d like: 이셀라) θάλασσα(=sea: 탈라싸), κορίτσια(=girls:꼬리치아), μικρό(=small : 미크로), νερό(=water; 네로)

Ναι(=Yes: 네), ξέρω(=know: 크세로), σούπα(=soup : 쑤파), ροζ(=pink: 로즈), τοστ(=toast ; 토스트) γυνικα(=woman:이내카), καφές(=coffee : 카페), χολ(=hall: 홀) παρακαλώ(=please:파라칼로) εφημερίδα(=newspaper:에피메리다)


βιβλίο(비블리오)는 책을 의미하는 스페인어(Biblio)와 같다. 앞에서 말한 Bible 도 그렇고 모두 비블리오에서 왔다. 작다는 뜻의 μικρό(미크로)는 영어의 마이크로(Micro-)와 같지만 영어의 small에 가까운 것 같다. Ναι (네)는 영어로도 비슷하지만 우리말 '예'와 같은 게 신기하다. 영어의 soup, rose, toast, coffee, hall... 과 발음과 뜻이 거의 같은 σούπα(쑤파), ροζ(로즈), τοστ(토스트), καφές(카페), χολ(홀) 등을 보면 2천 년 동안 알파벳이 변했지만, 그래도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 많아 보인다.


그리스는 알려진 것처럼 섬이 많은 나라인데 섬으로 가기 위해 배를 탈 기회가 많았다. 2,3시간 동안 배에 있으면서 수없이 방송으로 들은 단어 중에 하나는 '파라칼로'(=please)였다. 그도 그럴 듯이 우리에게도 --해 주세요. -- 바랍니다.라는 말을 많이 할 텐데 , 억양이 강해서 그런지, 첫마디라서 그런지 아직까지도 그 말이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이제 앞에서 배웠던 그리스어 알파벳을 읽어보자. 몇 번 반복하면 아마 몇 가지 어려운 문자를 읽어내는 자신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보통 사람이 전혀 모를 것 같은 문자를 읽어낸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자존감이 엄청 올라갈 것 같다. 외국어는 새로운 언어니까 외국어를 배운다는 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가슴 벅찬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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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부터: 민 페르나테 티스 르람메스(Do not cross the tracks), 파기토(food), 스피티카 글리카(Homemade Dessert), 카페, 포토(Dri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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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알파 맥주, 픽스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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