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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맴맴 Apr 25. 2023

정리의 큰 이벤트

결혼의 자업자득





결혼을 했다.

준비과정이 생각보다 다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다양한 선택과 돈문제들이 나의 머리를 괴롭혔다.

결과적으로 마무리는 잘 됐지만, 과정 속에서 관계정리는 꽤나 슬픈 경험이었다.

생각해 보면 나도 서운할법한 행동을 했던 적이 있어서 이해가 되긴 했다.

그리고 과거의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상대방과 내 마음이 같지 않을 때 오는 마음의 리스크는 잔잔한 쨉을 날렸다.

잔잔해서 버틸만했고 잔잔해서 뭐라 하기엔 애매했고 그렇다 보니 당당하게 서운해하지 못했고.


싱글 때 생각한 건 애매한 관계들에게는 청첩장을 안 보내고 마음 편하게 친한 지인들에게만 돌리려 했지만, 막상 돌리려 하니 연결되어 있는 무리가 있었고 안 보내려면 내가 관계의 선을 명확하게 그어야 하는 상황 앞에 놓여있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대로 친한 사람에게만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누군가가 청첩장을 못 받아서 서운해하지 않도록 그냥 다 돌렸다.

철판 깔고 돌렸다. (그래도 안 왔으면 하는 사람은 안 줬다)


사람은,

이래도 서운해하고

저래도 서운해하고

잘해줘도 욕먹고

못해줘도 욕먹으니.



청첩장 돌릴 때 유독 상처받고 의도치 않게 정리가 된다는 말을, 난 겪고 나서야 이해했다.

진심으로 축하받고 싶은 사람들, 애매한 사람들, 안 친한 지인들을 어쩔 수 없이 관계의 선을 명확하게 그어야만 했다.



솔직히, 관계 문제로 마음이 아프지 않을 거라, 절대 그럴 일 없을 거라 생각했고

기분 좋게 식을 치를 자신 있었는데 청첩장을 돌리는 순간, 그 생각이 바로 무너지는 순간이 되었다.



식 당일에,

식을 알면서 모른척한 사람도 존재했고,

나에게 축의금을 받았으나 모른척한 사람도 있었고,

나에게 끈끈한 우애를 표현하더니 막상 예식날은 모른척한 사람도 있었다.


그럼에도 멀리서 오고 포기했던 사람들이 축하해 주러 와줬다.

사람들이 너무 감사하고 기뻤다.




하지만 사람은 나쁜걸 먼저 기억하는 존재.

온다고 하고 안 오고 아예 모른척한 사람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지난날 마음을 줬던 관계, 축하해 주러 와달라며 밥을 샀던 관계, 등등

그래도 특별한 날이니 겉으로든 진심이든 축하해 주지 않을까 했던 착각을 했나 보다.



서운함을 뒤로하고 다시 연락하지 못한 관계들이 됐다. 한마디로 애매함이 깔끔한 관계가 되었다.


그들에게 난 그것밖에 안 되는 존재였다는 걸 알게 된 게 꼭 나쁘진 않았다.

그리고 나에게 오랜만에 연락받은 누군가들은 연락도 안 하면서 청첩장을 왜 줬냐며 난감해했거나, 심하면 어이없다며 욕했을 것이다.


웃픈 건, 안 줘도 욕하고 줘도 욕하는 심보를 이참에 겪어보니,

나의 멘털이 그저 강해야 했다.

이해는 된다. 나도 누군가에겐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나 큰 이벤트이지 타인에겐 그저 주말 중 하루였을 것이다.


새 출발 이벤트를 위해 복장을 차려입고 멀리서, 가까이서, 시간을 빼서, 날 보러 와준 많은 사람들.

날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다.

모든 것이 감사했고, 감사했다.

당연히 와야 하지 않냐며 말해준 지인들에게 큰 감동이었다.

나의 큰 이벤트에 잊지 않고 챙겨준 마음이 감사했다.



식이 끝나고, 홀가분하고 재밌고 기쁘고 잘 치러서 기분 많이 좋았음에도,

온다고 하고서 오지 않았던 지인들이 불현듯 떠오를 때면 기분이 그렇게 유쾌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이 순간을 못 즐길 순 없으니, 신혼여행도 잘 다녀왔다.


내가 결혼을 늦게 했으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의 결혼식을 모른척해봤기에, 내 마음의 상처는 자업자득이라 생각했다.

나조차 어디로 튕겨질지 모르는 탱탱볼 같은 마음을 가졌기에...




상처를 뿌리며 다녔으니 나도 대상이 될 수밖에.

"자업자득"





실제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지내려 노력했기에,

부정적인 생각을 여기에 털어봤다.





역시 난, 신이 좋다.

마음이 다쳤을 때 도망치기에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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