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영원

너와 달리, 나는 영원을 믿었나 봐.

by 김예빈

맑고 푸른 하늘을 볼 때면,

우리는 영원할 줄 알았어.


드넓은 바다를 바라볼 때면,

우리만큼은 영원할 줄 알았어.


매일밤, 나는 우리의 영원을 염원했는데,

함께이지 않을 때도 나는 우리의 영원을 염원했는데,


넌, 우리의 영원을 염원하지 않을 만큼

우리의 기억과 순간이 깊고, 애틋하지 않았나 봐.


멍청하게도

미련하게도


나는 우리의 영원만을 바랐는데

너와 달리, 나는 영원을 믿었나 봐.


빛바랜 영원인 줄도 모르고,

나는 항상 널 향해 있었네.


그럼에도 난,

빛바랜 영원에 닿아보려고 해.




네가 말했었지?

모든 것에는 영원이라는 이름이 따라가지 않는다고.


나도 알고 있었어,

그럼에도 난 우리의 영원을 염원했어.


왜 그랬냐고 묻는다면,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필요 없이 말할 수 있어.


우리가 사랑을 나눴던 그때의 순간과 기억을 사랑해서,

사랑해서였어.


나를 사랑하던 너를,

너를 사랑하던 나를,

같은 마음으로 닿았던 우리를.


모든 함께하려 하던, 우리의 모습은

어떤 것보다 사랑스러웠고 빛났으니까.


사랑할 수밖에,

좋아할 수밖에,

못 잊을 수밖에.


멍청해,

미련해.


나는 네가, 나와 같은 마음을 품고 있는 줄 알았어.


영원을 믿지 않다 해도, 영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만큼은 영원하다고 했어야지.


네가 너무 미웠어,

우리의 마음은 같지 않았으니까.


멍청해,

미련해.


그럼에도 난, 아직 너를 못 잊는

나의 바보 같은 모습에 화가 나.


너를 쉽사리 못 잊고,

아직 내게 남아있는 너를 염원하는 게,

나는 무척이나 화가 나.


너무 미운데,

너무 좋아해.


좋아한다는 말로는,

사랑한다는 말로는,

내 모든 마음이 전해지지 않아.


나는, 아직까지 우리의 영원을 염원해.

나는, 아직까지 우리를 떠올리고 있어.


아마 난, 계속 그리워하지 않을까?

널 그리워하는 나를 발견하면

우리를 그리워하는 나를 보면


계속 바라봐 주면 안 될까?

너를, 그리고 우리의 영원을 염원하는

나의 애타는 진심을 바라만 봐줘.


빛바랜 영원이어도,

빛바랜 염원이어도,


나는 우리의 영원과, 사랑을 염원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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