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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안정의 꿈

‘안정된 직장’이라는 약속의 변질

by SWEL

한때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바람은 단순했습니다.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는 것”. 정규직이라는 이름은 곧 안정과 신뢰의 또 다른 말이었습니다.


매달 꼬박 들어오는 월급과 보장된 연금, 회사가 제공하는 복지와 승진의 길은 개인의 삶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울타리 안에 들어선 순간, 가족의 미래와 은퇴 이후의 삶까지도 어느 정도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안정된 직장의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꿈은 점점 흔들리고 있습니다. 회사라는 울타리는 더 이상 절대적인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평생직장이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직장은 언제든 닫힐 수 있는 문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직장은 정말 나를 지켜줄 수 있는가?”


흔들림의 첫 번째 이유는 기술과 시장의 변화입니다.


AI, 자동화, 디지털 플랫폼은 우리의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쓰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회사가 개인의 성장을 책임지고 경력을 관리해 주었지만, 이제는 개인이 스스로 역량을 증명하고 시장과 직접 연결되어야 합니다. 정규직이라는 형태가 남아 있더라도, 그것이 곧 안정이라는 보장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가치관의 변화입니다.


젊은 세대에게 안정된 직장은 더 이상 유일한 목표가 아닙니다. 자율성, 성장, 의미 있는 경험이 더 큰 가치로 다가옵니다. 프리랜서, 긱 워커, 원격 근무 같은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회사에 소속되는 것보다 자신의 이름으로 성과를 내는 삶을 더 선호합니다. 그들에게 안정된 직장은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삶의 주도권을 스스로 쥐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이유는 조직 내부의 변화입니다.


수직적인 위계와 고정된 직무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신 프로젝트 단위의 팀과 유연한 협업 구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조직은 민첩함과 효율을 이유로 고용의 안정 대신 즉각적인 성과를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 결과, 예전처럼 “회사에 다니는 한 괜찮다”라는 확신은 사라지고, 이제는 성과와 역량이 곧 안정이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안정된 직장의 꿈이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안정된 직장은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사회적 신뢰를 제공하고, 초기 경력을 쌓는 토대가 되며, 기본적인 생활의 균형을 지켜줍니다. 그러나 오늘날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직장에 속해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가?”


변화가 빠른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회사가 주는 안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성장해야 하며, 능동적으로 자신의 경력을 설계해야 합니다. 울타리의 크기가 아니라, 그 안에서 무엇을 배우고 성장시키는지가 더 중요해진 시대입니다.


조직의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안정이 줄어든다는 의미만은 아닙니다. 동시에 스스로의 길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조직 안에서만 가능했던 프로젝트와 성장을 이제는 다양한 플랫폼과 채널을 통해 개인 단위로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안정된 직장의 꿈이 흔들리는 대신, 나만의 커리어와 전문성을 쌓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회사라는 울타리에 기대어 안정을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불확실성을 감내하면서도 새로운 기회와 성장을 찾아 나설 것인지. 과거 직장인이 조직이 정해준 자리에 맞춰 삶을 조정했다면, 이제 우리는 스스로 “내가 원하는 일의 방식”을 정해야 합니다.


AI와 플랫폼이 주도하는 세상은 우리에게 한 가지 메시지를 줍니다. 단순히 직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의미를 설계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안정된 직장의 꿈이 흔들리는 시대, 진정한 안정은 울타리 안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힘에서 비롯됩니다.


결국, 안정된 직장의 꿈은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사라진 자리에는 새로운 길이 열려 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경력을 설계하고, AI와 플랫폼을 활용하며, 흔들림 속에서도 자신만의 리듬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안정이 흔들리는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스스로의 빛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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