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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적인가 동료인가

인간과 기술의 새로운 동행

by SWEL

오늘날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공상 속 존재가 아닙니다. 사무실, 공장, 연구실, 그리고 우리 손 안의 스마트폰까지, AI는 이미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제 노동의 세계는 AI와 분리할 수 없게 되었고, 인간의 일자리는 늘 이 새로운 존재와 비교되거나 함께 논의됩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AI는 나의 적일까, 아니면 동료일까?”


AI의 등장은 인간 노동의 본질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산업혁명이 육체노동을 기계와 나누어 맡겼고, 정보혁명이 지적 노동을 컴퓨터와 공유하게 했다면, AI는 이제 판단과 해석, 심지어 창의적 사고의 일부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습니다.


단순 계산이나 규칙 기반의 문제 해결은 이미 AI가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합니다. 문서 작성 초안, 데이터 요약, 일정 관리 같은 작업은 이제 버튼 하나로 처리됩니다. 이런 현실은 많은 이들에게 불안감을 줍니다.


“내 일은 AI 때문에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위기감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러나 AI를 오직 ‘경쟁자’로만 보는 시각은 변화의 절반만을 보는 것일지 모릅니다. 다른 한편에서 AI는 강력한 협력자, 즉 ‘동료’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업무를 대신 맡아줌으로써 인간은 더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수많은 데이터를 신속하게 정리하고 패턴을 제시하는 것은 AI의 강점입니다. 하지만 그 패턴의 의미를 해석하고, 맥락을 고려해 결정을 내리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이런 관계 속에서 AI는 ‘도구’를 넘어 함께 일하는 파트너로 자리할 수 있습니다.


실제 업무 현장을 떠올려봅시다. 마케팅 부서에서는 AI가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행동 패턴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그 결과를 토대로 어떤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는 사람의 창의적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연구소에서는 AI가 수천 개의 화합물 조합을 시뮬레이션하지만, 최종적으로 어떤 방향성을 실험에 적용할지는 연구자의 통찰이 결정합니다. 이렇게 AI와 인간이 역할을 나눌 때, 우리는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로서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물론 ‘적’으로 느껴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업무 효율만을 중시하는 조직에서는 AI 도입이 곧 인력 감축과 연결되기도 합니다. 콜센터, 단순 번역, 기본적 회계 처리 같은 영역에서 사람의 일자리는 실제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한 노동자에게 AI는 결코 ‘동료’ 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인간이 어떤 태도로 AI를 맞이할 것인가라는 점입니다. 불안을 억누르고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AI가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영역, 인간적인 강점을 재발견하고, 그와 동시에 AI를 파트너로 삼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과정에서 요구되는 역량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지시를 따르는 능력이나 정해진 절차를 수행하는 능력보다, 문제를 정의하는 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창의성, AI와 협업하는 능력이 중요해진 것입니다.


AI는 결과를 ‘예측’해줄 수는 있어도, 무엇이 중요한 문제인지 ‘선택’해주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질문을 던지고, 목표를 설정하고, 방향을 설계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고유한 책임입니다.


또한 AI와의 관계는 개인 차원을 넘어 조직의 모습까지 바꾸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피라미드형 조직 구조는 점차 힘을 잃고, 프로젝트 단위의 네트워크형 구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AI가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하고 연결하는 데 강점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전문성과 AI 활용 능력이 결합되면, 과거의 직장인과는 전혀 다른 커리어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AI와 협력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새로운 ‘직무 정체성’이 되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AI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AI는 분명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배우고 적응한다면 그것은 가장 현명한 동료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질문입니다.


“AI와 경쟁하는 대신,
나는 어떻게 AI와 협력해 나의 가치를 극대화할 것인가?”


AI를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본다면 불안과 소모 속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AI를 동료로 설계한다면, 우리는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고, 더 큰 창의성을 발휘하며, 더 풍요로운 노동의 미래를 열 수 있습니다.


결국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AI를 적으로 남길 것인지, 아니면 함께 성장할 동료로 삼을 것인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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