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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밖에서 길을 찾다

나만의 경력 지도 만들기

by SWEL

한때는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관문처럼 여겨졌습니다. 회사의 이름이 곧 개인의 신분을 말해주었고, 명함에 찍힌 로고가 사회적 가치를 보증해 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정규직이라는 신화가 무너지고, 조직이 제공하던 안정적인 울타리도 점점 힘을 잃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스스로를 증명할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나만의 경력 지도’입니다.


경력 지도는 단순히 이력서를 확장한 문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내가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인지 보여주는 자기 증명서입니다. 하나의 회사 이름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프로젝트와 경험, 다양한 네트워크와 학습을 통해 그려낸 입체적인 정체성의 지도입니다.


조직 밖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결국 스스로 브랜드가 되는 일입니다. 과거에는 회사가 개인의 브랜드를 만들어주었지만, 이제는 개인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쓰고 브랜드를 세워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경력 지도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자 자신을 설명하는 스토리가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만의 경력 지도를 그려나갈 수 있을까요?


첫째, 프로젝트 단위로 자신을 기록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회사 안에서 맡았던 업무라 할지라도, 그것을 하나의 프로젝트처럼 정리하면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집니다. 프로젝트의 목적, 내가 맡은 역할, 성과와 배운 점을 간결하게 정리하면, 경력의 언어는 단순한 ‘직무’에서 살아있는 ‘성과’로 바뀌게 됩니다.


둘째, 다양성을 담아내야 합니다. 이제 커리어는 한 길만 고집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특정 분야의 전문성뿐 아니라, 협업 경험, 새로운 도구 학습, 부업이나 사이드 프로젝트 같은 다층적인 경험이 더해질 때 경력 지도는 더욱 풍성해집니다. 깊이와 넓이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시장에서 대체할 수 없는 가치를 갖게 됩니다.


셋째, 경험을 스토리로 엮어야 합니다. 단순한 나열은 힘이 없습니다. 서로 다른 경험들이 어떤 문제의식과 가치관으로 이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데이터를 활용해 사람들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 일을 해왔다”라는 메시지가 있다면, 모든 프로젝트는 그 메시지를 증명하는 작은 조각이 됩니다. 그것은 마치 삶의 모자이크처럼 하나하나 쌓이며 더 큰 그림을 완성해 갑니다.


넷째, 보여주는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경력 지도는 이제 인사담당자의 책상 위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블로그, 브런치, 링크드인 같은 플랫폼에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거나, 강연과 워크숍을 통해 직접 증명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가진 생각과 역량을 세상에 드러낼 때, 새로운 기회는 예기치 않게 다가옵니다.




조직 밖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일을 스스로 정의하고, 증명하며, 발전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경력이란 고용주가 부여한 직무명이 아니라, 자신이 걸어온 프로젝트와 관계, 배움과 성찰이 켜켜이 쌓인 총합입니다.


물론 이 길은 쉽지 않습니다. 조직이 주던 안정성은 사라지고, 불확실성은 늘어납니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곧 가능성이기도 합니다. 회사의 명함은 빼앗길 수 있지만, 내가 그려온 경력 지도는 누구도 빼앗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조직 밖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며, 앞으로의 시대에 자신을 지켜줄 가장 든든한 무기입니다.


결국 우리는 이런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당신은 어떤 회사에 다녔습니까?”가 아니라, “당신은 어떤 문제를 풀어왔습니까?”라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만이, 조직의 벽이 무너진 시대에도 흔들림 없이 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답을 준비하는 과정이 바로, 나만의 경력 지도를 만들어가는 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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