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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중심의 기술 활용법

기술의 목적을 ‘통제’가 아닌 ‘가치’로 정의하다

by SWEL
도구가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닙니다.
그 도구에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이 세상을 움직입니다.



요즘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AI를 마주합니다.

회의를 정리해 주는 비서형 챗봇, 메일을 자동 분류하는 알고리즘, 글을 대신 써주는 생성형 AI까지.

일의 많은 부분이 이제 ‘기계의 손길’을 거쳐갑니다.


그 결과, 일의 속도는 빨라졌지만 어느 순간 이런 질문이 들려옵니다.

“나는 기술을 잘 쓰고 있는 걸까, 아니면 기술이 나를 쓰고 있는 걸까?”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기술을 얼마나 빨리 익히느냐가 아니라, 그 기술을 ‘무엇을 위해’ 사용하는가를 아는 능력입니다.

AI는 목적이 아니라 도구입니다.

도구는 방향이 있을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합니다.

그러나 방향이 없다면, 기술은 효율을 높이는 대신 우리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기술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생각합니다.

이들은 ‘기술 중심적 인간(Technology-Centric Human)’입니다.

새로운 기능이 나오면 가장 먼저 사용해 보고, 최신 트렌드를 쫓으며, 더 많은 자동화를 시도하죠.

하지만 그들이 자주 놓치는 것은 단 하나의 질문입니다.

“무엇을 위해?”


반대로 ‘인간 중심적 기술(Human-Centric Technology)’을 추구하는 사람은 다릅니다.

그들은 기술의 목적을 ‘인간의 확장’으로 봅니다.

AI가 일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더 깊이 사고하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로 활용합니다.

즉, 기술을 ‘대체의 수단’이 아닌 ‘확장의 파트너’로 보는 것이죠.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챗GPT를 ‘더 빨리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한 생산성 도구’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또 다른 사람은 그것을 ‘새로운 관점을 얻기 위한 대화 파트너’로 씁니다.

전자는 속도의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후자는 사고의 확장에 가치를 둡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사용법의 차이가 아니라, 기술을 바라보는 철학의 차이입니다.

전자는 효율의 인간이고, 후자는 창의의 인간입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기술은 언제나 인간의 한계를 확장시켜 왔습니다.

인쇄술은 지식의 한계를 넓혔고, 산업혁명은 노동의 한계를 넘어섰으며, 디지털 혁명은 정보의 한계를 허물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AI는 사고(思考)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사고력은 위축될 위험이 있습니다.

AI가 대신 생각해 주는 시대에 우리는 점점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검색창에 질문을 던지면 답이 쏟아지고, 알고리즘이 우리의 관심사를 대신 선택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점점 ‘스스로 묻는 힘’을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결국 기술의 진짜 가치는 사고의 대체가 아니라 사고의 확장에 있습니다.

AI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연결을 보여주고, 반복적인 업무에서 우리를 해방시킵니다.

하지만 무엇을 연결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한 디자이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AI는 나보다 빠르지만, 나보다 사람을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그는 AI 툴로 디자인 시안을 빠르게 만든 뒤, 그 위에 ‘인간의 감성’을 더합니다.

AI가 제안한 패턴에 이야기와 맥락을 입히는 것, 그것이 그의 경쟁력입니다.

결국 기술은 인간의 창의성을 비추는 무대 조명과 같은 존재입니다.


의료 현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AI는 진단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탁월하지만, 환자의 불안을 읽고 공감하며 신뢰를 쌓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AI 튜터는 학생의 약점을 빠르게 파악하지만, 학습의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감정의 힘’은 오직 인간 교사만이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술이 모든 것을 자동화할수록, 인간이 담당해야 할 영역은 오히려 더 깊은 인간성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기술은 점점 더 ‘기계적인 일’을 맡고, 인간은 점점 더 ‘의미 있는 일’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AI 시대에 우리가 가져야 할 기술 활용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첫째, “이 기술이 나의 가치를 확장시키는가?”를 묻는 습관입니다.

기술을 도입할 때, 단순히 ‘편리함’을 기준으로 삼기보다 나의 생각·감정·관계를 확장시키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AI가 내 시간을 절약해 주는 것보다, 내 사고를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가가 핵심입니다.


둘째, ‘자동화보다 해석’을 중시하는 태도입니다.

AI는 데이터를 처리하지만, 데이터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은 인간의 역할입니다.

기계는 패턴을 찾지만, 인간은 그 속에서 가치를 찾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빠를수록, 인간은 더 깊은 해석력을 길러야 합니다.


셋째, 기술을 인간의 목적에 맞게 재설계하는 능력입니다.

새로운 툴을 사용할 때 “이걸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이걸로 어떤 가치를 만들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 순간, 기술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나의 철학을 실현하는 수단이 됩니다.


AI 시대는 기술 중심의 시대가 아닙니다.

이제는 인간 중심의 기술 활용 시대입니다.

기술을 얼마나 잘 다루는가 보다, 그 기술을 어떤 의미로 사용하는가가 중요해졌습니다.

기술은 우리의 손을 자유롭게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결국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의 철학입니다.

이제 질문은 바뀌어야 합니다.

“AI가 나를 대체할까?”가 아니라,

“나는 AI를 통해 어떤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기술은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확장의 방향을 정하는 나침반은 오직 인간에게 있습니다.

AI가 빠르게 달려가는 이 시대, 결국 남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의도입니다.

당신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그 방식이 곧 당신이 어떤 인간이 될지를 결정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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