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시>

by 마림



손가락



마림(眞林)



죽고 싶은 날이 있었다


무엇이라도

씻겨가기를

바랐다


샤워기를 틀고

뭐라도 흘려보내니

숨통이 트였다


심장소리가

빗소리에 숨어

조금은 잠잠해졌다


서 있지 못해

주저앉았다


육을 타고 흐르는 물이

무언가를 데려가는 것 같아


고립된 해방감 속에서

문득

흐르는 손을 바라보았다


유난히도 어여쁜

지가락이 있었다


죽기엔

썩 아까운 가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