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유치해지는 소년·소녀 모드
너와 함께 있으면 정말 이상하게도 나도 모르게 어린아이가 되어버린다
평소엔 까칠하게 커피를 고르던 사람인데 너만 보면 괜히 아이스크림 먹을래? 같은 말이 먼저 튀어나온다 웃기지? 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는 게
또 신기한 건 너 앞에서는 작은 것 하나에도 괜히 설렌다는 거다
네가 내 이름 한 번만 불러도 내가 왜 웃고 있는지 나조차 모르겠을 정도로 가벼워진다
마치 책가방 내려놓고 운동장으로 뛰어나가던 그 시절로 순간이동한 것처럼
너랑 걸을 때면 이유 없이 종종걸음을 하게 되고
편의점 앞에서 누가 먼저 잡을까? 장난을 치고
엘리베이터 버튼 하나로도 웃음을 터뜨리는 나를 보면 진짜 어이없는데…
그래도 이런 내가 싫지 않다
아니 오히려 이런 나를 끌어낸 사람이 너라는 게 참 좋다
가끔 생각한다
우리가 왜 이렇게 유치하게 웃는 걸까?
근데 곰곰이 떠올려보면 답은 하나더라
너와 있을 때는 내가 어른 흉내를 내지 않아도 괜찮아지는 거다
어른인 척 괜찮은 척 딱딱한 척…
그런 거 하나도 필요 없는 시간
네 앞에서는 그냥 나로 살아도 충분하다는 확신
그래서일까?
너와 함께 있는 순간들이 자꾸 중독처럼 떠오른다
평범했던 하루가 너랑 마주친 몇 분 때문에 훨씬 밝아지고
잔잔했던 마음이 너의 한마디에 말랑하게 부풀어 오른다
어린아이가 되는 기분
유치해서 더 좋은
어른이 되어서는 잊어버렸던 나를 다시 꺼내주는 기분
그게… 너와 함께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