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불고기 냄새와 분식집의 저녁
5화. 불고기 냄새와 분식집의 저녁
하얀 간판 위에 ‘정자분식’이라는 붉은 글자가 다소곳하게 걸려 있었다.
오빠가 문을 먼저 열었고, 나는 따라 들어섰다.
가게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하얀색 고무바닥, 네모난 철제 식탁들, 국수 국물이 배어든 듯한 공기,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따뜻한 냄새들.
불고기 굽는 냄새와 김칫국의 매운 향, 튀김과 어묵에서 풍기는 기름기 섞인 향이
하루 종일 움츠러들었던 마음을 살며시 녹였다.
한쪽 벽에는 엄마가 싸 오신 반찬통들이 나란히 놓여 있었고,
이모가 만든 불고기와 잡채, 삶은 계란과 열무김치가 그릇마다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먹기 전에 오빠 손부터 씻어!”
이모가 주방 안쪽에서 소리쳤다.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는데, 김치국물이 앞자락에 튀어 있었다.
땀이 이마에 맺혀 있었고, 머리카락이 몇 가닥 흘러내려 있었지만, 이모의 얼굴은 생기 있었다.
“어머, 선영이 왔네. 고생했지?
잠깐만 기다려. 지금 손님 밀려서 정신이 하나도 없네.”
이모는 주방과 홀을 오가며 분주했다.
그 뒤편에는 이모보다 조금 더 나이가 있어 보이는 또 다른 아주머니가
튀김을 건져 올리며 일손을 돕고 있었다.
“이모님”이라고 불리는 분 같았다.
둘은 오래된 짝꿍처럼 말없이 손발을 맞췄고, 호흡은 척척 맞아 보였다.
엄마도 가게 안쪽에서 분주했다.
손님 테이블을 닦고, 김치를 덜어주며 이모를 거들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들어서자 엄마는 동작을 멈추고 선영이를 향해 손짓했다.
“현철아, 선영이 잘 챙겨.
이모 좀 이따 올라오면 뭐라도 해줄게.”
오빠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옆자리를 당겨주었다.
나는 가방을 벗고 자리에 앉았다.
처음 보는 식당의 소란, 엄마와 이모의 빠른 손놀림,
그리고 손님들 사이로 나는 불고기 냄새.
모든 것이 낯설고 조금씩 익숙해졌다.
“여기 고기 더 주세요—”
“튀김은 방금 나왔어요—”
홀 안은 사람들 목소리로 가득 찼고,
그 속에서 엄마와 이모가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나는 어쩐지 든든했다.
서울은 무서운 곳인 줄만 알았는데,
이모가 있고, 오빠가 있고, 엄마가 이렇게 웃고 있다면
조금은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빠가 물을 따라주며 말했다.
“밥은 여기서 먹는 게 진짜 맛있어.
이모 김치, 학교 친구들도 자꾸 사달라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따뜻한 밥 한 숟갈을 입에 넣자, 이제야 비로소 오늘 하루가 끝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날 저녁, 나는 분식집의 테이블 앞에서
처음으로 서울이 아주 낯설지만은 않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