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그 무엇보다 무심한 방식으로
형태는 없다.
그저 빛이 스며들고, 어둠이 밀려난다.
둥근 선이 이어지며 서로를 감싸고,
경계는 숨결처럼 옅어진다.
무엇이 앞이고 뒤인지 알 수 없지만,
그 모호함이 오히려 평화롭다.
빛이 사라지면 어둠이 되고,
어둠이 깊어지면 다시 빛이 된다.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緣起)’의 흐름처럼,
이 모든 곡선은 서로를 조건으로 존재한다.
따로 있지 않고, 함께 생긴다.
그 끝이 없는 순환 속에서 —
모든 것은 고요히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