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그림자

— 그러나 그 무엇보다 고요한 방식으로

작은 배 하나가
끝없는 바다 위에 떠 있다.
그 아래, 거대한 그림자가 천천히 흐른다.

공포와 평온이 동시에 깃든 순간.
움직이지 않아도 모든 것이 느껴진다.
배는 위태롭지만, 물결은 부드럽다.

불교에서 말하는 ‘공(空)’은
이런 순간과 닮았다.
두려움 속에서도 경계가 사라지고,
존재와 무(無)가 하나가 된다.

그 깊이를 들여다볼 용기만이 —
진짜 평화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