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그 무엇보다 담담한 방식으로
두 남자가 걷는다.
어깨는 곧고, 표정은 없다.
도시의 공기는 눅눅하고,
그 속에서 발자국 소리만 또렷하다.
그들은 목적이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단지 걸을 뿐이다.
움직임 속의 멈춤,
그게 삶의 리듬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도행(道行)’ —
길을 걷는 것이 곧 수행이다.
도착이 중요하지 않다.
걷는 순간마다 마음이 드러난다.
그들의 침묵은 거리보다 넓고,
그들의 발걸음은 바람보다 가볍다.
그 무표정한 행진 속에서 —
세상은 묘하게 평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