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유리 반사판에
내 모습은 없었다.
나는 이미 개인이 아닌,
집단의 이름 속에 스며 있었다.
철조망 너머, 불 꺼진 아파트 창문.
우리의 거친 숨소리가
그들의 자장가가 되어
밤잠을 재워 주고 있었다.
지쳐서 들리는 것은
숨소리와 발소리뿐.
그러나 머리 위 달은 아름다웠고,
벌레들의 합창은
우리의 행진곡이 되었다.
어둠은 사색의 장,
공상의 뜰.
미래의 불안과
걱정이 어깨에 내려앉았다.
몰래 나눈 전우의 인생 이야기는
밤길 위 작은 등불이 되었다.
그렇게 행군의 끝, 길의 끝자락에서
모든 것은 1점 소실처럼
어제의 기억 저편으로
빨려들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