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유종옥을 읽고
‘나무’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늘 한자리에 있는 한결같음, 싱그러움, 그리고 사계절을 묵묵히 견디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래서인지 나무의 위 이미지는 인생과 사람을 비유할 때 많이 쓰이곤 하는 것 같아요.
이 책의 저자는 ‘나무 의사’입니다. 죽어가는 나무를 되살리거나 더 잘 자라도록 돕는 일을 하죠. 그는 오랫동안 나무를 돌보며 ‘내가 나무를 가꾼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나무가 자신을 가꾸어주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고백합니다.
예를 들어 저자는 첫 아이가 태어나 어떻게 키울지 막막할 때, 나무의 성장 과정을 떠올리며 해답을 찾습니다.
“당최 아이를 어떻게 대할지 몰라 허둥대다가, 손을 많이 댈수록 오히려 자라지 못하는 어린 묘목이 떠올랐다.”
나무를 키울 때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성장을 방해한다는 것을 떠올리고, 그는 아이도 나무처럼 돌보기로 결심합니다.
그래서 어린 묘목을 다루듯, 간섭하고 싶은 마음을 거두고 한 걸음 뒤에서 딸을 지켜봤다고 해요.
덕분에 딸은 제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법을 일찍 깨우쳤다고 합니다. 지나친 관심은 때때로 독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무는 이미 오래전부터 가르쳐주고 있었던 거죠.
저자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평생 한자리에 살아야 하는 기막힌 숙명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나무를 보며
나는 포기하지 않는 힘을 얻었다.” 살다 보면 정말 ‘버티는 것’만이 정답인 순간들이 있습니다.
나무는 그 시간을 묵묵히 살아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 방법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종종 남들과 비교하면서 살아갑니다. 성과가 없으면 조급해지고, 인정받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붙이게 되죠.
하지만 모든 성장에는 ‘웅크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싹을 틔운 어린나무는 바로 자라기 시작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막 싹을 틔운 어린나무가 생장을 멈추는 이유는 뿌리 때문이다. 작은 잎에서 만든 소량의 영양분을 자라나는 데
쓰지 않고, 오직 뿌리를 키우는 데 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시간, 스스로를 다지고 힘을 비축하는 그 시기를 나무에게는 ‘유형기’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지금 잘 해내고 있는 걸까요?
눈앞에 성과가 없어서 막막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지금이 우리 인생의 유형기일지도 모릅니다.
저자의 삶도 그랬습니다. 어려운 형편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거리에서 생활하며 농장일을 배웠던 그는,
그 거친 시간 덕분에 온실의 따뜻함과 나무의 평화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밥벌이는 배를 채워줄 수는 있어도 마음을 충족시켜주지는 않는다.”
삶의 방향이 흐릿하게 느껴지는 지금 이 시간도 나를 만들어가는 또 하나의 계기일 것입니다.
저는 요즘 자주 생각합니다. 혹시 지금은 내가 버티고 있는 시기일까? 성장은 없지만, 뿌리를 키우고 있는 시간일까? 그렇다면 이 시간을 받아들이는 유연함을 배우고 싶습니다. 소나무처럼요. 길이 막히면 가지를 휘고, 방향을 바꿔서라도 그 자리에 뿌리내리는 나무처럼 저도 미련 없이 방향을 바꾸고, 버티고 있는 지금을 견뎌내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