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yer May 28. 2020

Show must go on!

영화<커튼콜>

주의!

영화<커튼콜> 내용이 언급됩니다.



영화<커튼콜>

대학로, 성인연극을 제작하는 극단에 소속된 배우들이 있다.

휴가 나온 군인들, 객석에서 엄한 짓 하는 커플, 그 커플을 보며 더 엄한 짓 하는 관객. 그들을 빼곤 객석이 텅텅 비어있다.

어느 날, 극단 연출감독은 극단원들을 설득해서 셰익스피어 극을 올리는 공연축제에 참여하기로 한다.


올리기로 한 연극은 <햄릿>. 극단 '물주' 모르게, 비밀스러운 연습을 계속 하다가 어느덧 공연 당일.

무탈하게 공연을 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민한 햄릿 역 배우의 공연장 이탈, 햄릿의 삼촌 클라우디어스 역 배우의 알츠하이머 증상 등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몰아친다. 갑작스러운 상황이 닥치자 연달아 붕괴하는 캐릭터와 원작 햄릿의 줄거리.


그러나 이 사람들은 끝까지 공연을 마무리짓는다.


원작은 진작에 안드로메다로 날아갔고 주연이 바뀌는 일도 벌어졌지만, 자신들의 무대를 마쳤다.




소재가 공연 제작이라기에 챙겨서 봤을 뿐인데...

솔직히, 영화 자체는 재미가 없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이 영화에서 사건이 진행되는 핵심적인 이유는 흥미로웠다.


"공연 중,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공연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영화 요약 짤! ㅋㅋㅋㅋ 영화 속,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이미지이다.



가장 처음 들었던
공연계 철칙
Show must go on!
쇼는 계속 되어야 한다!


아마도 대학 1학년 때, 한 기획자 특강에서 이 말을 처음 들었던 것 같다.

그땐 굉장히 멋진 말 같았는데, 점점 가장 무섭고 무거운 말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다큐3일 대학로편에서 한 배우가 말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바로 가보지 못하고 공연 해야 했다고.

해당 다큐멘터리에서는 비극적인 면보다 따듯한 유대를 강조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런데 극장측에서 아버지를 위해 매진될정도로 인기였던 객석상황에도 한 자리를 빼줬다. 그 인간미, 따듯함이 참 좋았다."는 말이 이어졌다.

가족의 사건사고에도 즉시 달려가기 어렵다.


참 슬픈 사연인데, 공연 활동을 하면서 유사한 사례를 참 자주 들었다.


전문가분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show must go on은 멋진 말은 아니란 쪽으로 생각이 더 기운다.

많이 알려져 있는 사례로는 강수진 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의 일화가 있다. 무대 위에서 손가락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음에도 공연이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제때 제대로 치료하러 가지 않아서 뼈가 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일화는 알고보니 공연쪽에선 흔한, 그래서 더 소름끼치는 일화였다.

어깨가 나가기도 하고, 어딘가의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지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다큐3일 속에서와 같이 가족의 사건사고에도 바로 나서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신체적 상해에 대해서는 영광의 상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에 대해서는 연기 자산이라고 하는 말도 들었는데, 그렇게 표현하기에는 너무 안쓰럽고 비극적이라고 생각했다.



공포의 Show must go on,
본질적 원인은 뭘까?

특정 시공간에서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 산업이기 때문에. 그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예정된 시각에 계획된 내용을 공연해내야 가치가 창출된다.

그런데, 너무 산업적으로만 접근하다보면 사람이 다치게 되는 것 같다.


몇년 전에 읽으면서 마음이 너무 힘들어 못다읽고 덮은 책이 있다.

책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에서는 항상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데도 인건비 등을 문제삼아 시스템 개선을 하지 않는 병원 운영 방식이 간호사들의 소위 '태움'이라는 상황까지 초래한다는 주장이 나와있었다.


공연 시스템도 그와 유사하지는 않은가? 인건비 갈등으로 취소된 공연, 공연 노동자들의 파업, 공연제작사의 출연진 임금 체불 등의 문제가 이미 예전부터 관련자들만의 이슈가 아닌 시사 정보로써 표면 위로 떠오른다.


관객과의 약속이긴 하지만, 공연 근로자들도 사람인데. 다치면 병원 가고, 사건사고 생기면 달려나가고 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병원의 간호사 인력 문제도. 방법이 없을까?)


이미지 출처


이전 03화 공연에 꼭 음악이 있어야 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