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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Sep 29. 2019

공연에 꼭 음악이 있어야 해?

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



영화<마법에 걸린 사랑>

  동화나라에 살던 공주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곧 왕자와 결혼까지 하게 될 것 같았지만, 마녀의 계략으로 '현실세계'로 오게 된다. 때묻지 않은 발랄함과 호기심 그리고 동화나라에서 입던 화려한 드레스 차림 그대로.


  현실세계에 살고있던, 지극히 현실적인 한 남자를 만나 세상을 알아간다. 새들과 대화도 하고, 커튼으로 옷도 만들고-어? 이거, <사운드오브뮤직> 오마주였나?-. 그런 모습도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차츰 현실세상에 적응해간다.


  그러다, 공주의 행방을 알게 된 왕자가 현실세계에 '공주를 구하러' 찾아온다. 물론 이 인물도 공주처럼. 동화 속 왕자같은 성향과 옷차림 그대로.


  우여곡절 끝에 공주를 만났고, 기쁨과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른다. 그리고 잠깐 침묵한다.

  세레나데를 듣고도 아무 반응이 없자, 어리둥절해하는 왕자. 그런 왕자를 보며 공주가 묻는다.


왜 그러시죠, 왕자님? 무슨 문제 있나요?


그러자, 왕자가 대답한다.

어... 당신, 이젠 노래하지 않네요?





대학에서 교수님과 면담 중, '저는 공연 제작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하는 주제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교수님께선 얼마 전 뮤지컬을 보셨다며, 굉장히 이상했다고 하셨다.

"굳이 노래를... 불러야 해?"


극한의 상황에서 갑자기 노래하고 춤추는 뮤지컬의 약속이 불편하다고 하셨다.

그리고 당부의 말씀을 하셨지.

"네가 공연을 만드는 날엔, 노래 없는 뮤지컬을 만들어줘."


???

그냥 연극을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라는 말씀을 차마 못 드렸지만ㅋㅋㅋㅋㅋㅋㅋ

그 후로 오랫동안 고민을 했다.


연극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전달이 되는데, 왜 굳이 음악을 극에 넣었을까?

사람들이 어색함을 느낄 정도로?

공연을 보고, 하면서 정리했던 내 생각을 적어본다. 이게 답은 아닐 수 있지만!



1. 연기하는 배우를 받쳐주기 위해서.


넘버가 사실 배우를 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뮤지컬과 연극 연기를 모두 해본 적 있다면, 내 말에 공감할 수 있을텐데.

조명도 분위기를 만들긴 하지만, 음악도 참 역할이 크다.

음악만으로도 사랑에 빠진 설렘,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것만 같은 불안함, 영영 이별을 하는 슬픔 등의 분위기가 많이 조성된다.

배우는 그런 음악의 흐름을 타고 더 집중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연극 연기가 더 힘들었는데, 연극에서는 소리로는 나의 대사와 호흡으로만 모든 상황을 표현해야 했지만, 뮤지컬은 노래가 받쳐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고, 뮤지컬이 연극보다 연기를 대충해도 된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배우로서 무대에 설 때, 부담이 덜 했다는 것이지.


다시 비유해보자면, 어떤 주제에 대해서 보고서를 8장 써서 제출해야 하는데,

연극이라는 교수님은 오로지 문자 자체로만 보고서를 제출해서 낼 것을 요구하시고,

뮤지컬이란 교수님은 사진이나 그래프 등의 이미지(노래!)를 적절히 넣어서 제출하라고 하시는 것이다.

주제에 대해서 명확히 전달하겠다는 목표는 같지만, 주어진 분량이 있는 상황에서 이미지를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약간의 위안이 된다.

딱 그런 정도의 느낌이었다.

(과제를 8장 해야 한다는 것은 똑같음... 대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동일함.)



2. 관객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뮤지컬 보컬 레슨을 받을 때, 참 많이 들었던 피드백.

사랑 노래를 할 땐,
사랑에 빠진 세상 모든 연인들의 기운을 모아 노래한다는 마음으로,
그런 에너지로 노래해.


무대 위 연기도 많은 에너지를 담아 해야 하지만, 뮤지컬에서 노래를 하는 상황은 극 속에서도 '굉장히 극적인'대목이다. 그러므로 관객들에게 더 강하게 감정과 상황을 전달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쏟아부으라는 의미였다.


노래를 들음으로써 관객이 얻을 수 있는 게 뭘까, 단순히 '잘 부르는 노래를 들어 얻는 귀호강'을 넘어서서 얻는 것이 뭘까.

관객들이 위로받는 느낌을 받아서는 아닐까?


노래방에 가면, 뮤지컬 넘버가 몇 곡씩은 꼭 있는 요즘.

그런데, 노래방에서 반주를 제작하는 방식이 '정해진 인원만큼의 사람들이 특정 곡에 대해 신청을 할 경우'라고 한다.

대중문화라고는 하지만, 아직 한 번도 안 본 사람이 더 많던 뮤지컬.

그런데 노래방에 수록되어있는 몇 곡의 넘버. 이건 인기투표의 결과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그 수록곡들을 보면, 아이원트송이 주를 이룬다.

뮤지컬 곡에는 '난 이런 사람이다!'하는 아이엠송(I am), '난 이러이러한 것을 원한다! 쟁취할 것이다!'하는 아이원트송(I want) 등이 있는데-사실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ㅋㅋㅋㅋ- 아이원트송 일색이다.


자유를 원한다거나, 지금 이별하고 있는 그 사람을 꼭 다시 만나고 싶다거나, 희망찬 미래로 함께 나아가자거나.

사람들이 각자의 상황에서 공감하는 '바람'을 담아서 뽑아놓은 것 같다.


바람을 담은 넘버를 듣고, 부르고.

이렇게 써놓고 보니, 참 애틋하네.



3. 비즈니스를 위해서(팔기 위해서).


공연장에서 공연을 올리는 시간은 한정적이다. 그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도 매 회차 정해져 있다.

그런데, 공연에 음악을 넣는다면, 공연하지 않는 기간/시간/장소에도 그 음악을 팔 수 있잖아!

ost앨범으로도 팔 수 있고, CF나 영상프로그램에 배경음악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예시로는, JTBC 비긴어게인1_성당 안에서 울리던 "대성당의 시대"(뮤지컬<노트르담 드 파리>),
옛날옛적 전지현 배우가 나오던 애니콜 광고 속 노래 "Time Warp"(뮤지컬<록키 호러 픽쳐 쇼>)


음악이 포함된 공연이라면, 가장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 음악 콘텐츠 아닐까?

그래서 굳이 음악을 작곡해서, 넣어서 공연을 만드는 게 아닐까?




여담

  판소리는?

과제 수행해야해서, 완창판소리 관람에 도전한 적이 있다. 결과는 완전한 패배.

총 2부로 나눠서 진행하는 심청가였는데, 나는 1부에 내가 가진 진득함을 모두 소모해버렸다. ㅋㅋㅋㅋ

화려한 연출과 여러 배우들의 등퇴장이 오가는 공연에 익숙했던 내게 판소리는 너무 정적이었다.


그런데, 판소리가 막 만들어졌을 옛날에는 음악으로 이렇다할 저작권 관련 수익을 올리지도 못할 거면서 왜 아니리로 꽉 채우지 않고 소리를 넣은 장르로 구성된 걸까?


완창판소리를 회상해보며-물론 내 기억속에 있는 건 1부 뿐이지만..ㅜㅜ- 짐작해보건데, 그래야 좀 더 외우기 쉽지 않았을까?

시험기간에 좋아하는 노래에 시험공부하는 내용을 붙여서 부르면 그렇게 잘 외워지던데.

판소리는 처음에 구전으로 전승되었다는 걸 보면, 소리꾼을 위해서, 그 긴 시간동안 혼자 공연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는 이유도 판소리의 주 구성요소 중 '소리'가 포함된 것에 큰 역할을 했을 것 같다.


*판소리 구성요소는
소리(노래), 아니리(이야기하듯이 말로써 서사를 전달하는 것), 발림(소리꾼의 몸짓). +추임새!!!

**물론, 판소리를 여러 인물이 각 캐릭터를 맡고,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무대연출들도 적용해서 만든 '창극'이라는 장르도 있다. 굉장히 에너지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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