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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Feb 05. 2024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인파 구경

남다르게 불꽃 축제를 즐기는 방법, 불꽃 말고 사람 구경

부산, 해변.

이 두 키워드를 붙여 놓으면 사람들은 어느 해변을 가장 먼저 떠올릴까?


딸램은 해운대를 가장 먼저 떠올리곤 한다. 딸램은 대학 입학을 앞두고 친동생과 단 둘이 부산 여행을 했던 적이 있다. 그때는 여행지로서 알고 있는 부산 명소가 해운대와 벡스코뿐이었다.


겨울, 해운대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신발과 양말을 벗어 들었다. 해변 중앙에서부터 절벽 위 호텔이 있는 곳까지 걸었다. 그러고선 바위 위에 늠름하게 서 있는 호텔을 올려다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저 호텔에서 숙박하려면 얼마가 들까?"

"우리 다음에 저기도 와보면 좋겠다."

"그런데, 그만큼 돈을 벌 수 있을까?"

"응. 될 거 같아."


그러고는 다시 처음 발을 담갔던 위치까지 걸어갔다가 물가에서 좀 더 먼 모래사장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신발을 방석 삼아 앉아서 발이 마르고 모래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면서 연을 날리는 아저씨와 멀리서 훨훨 날고 있는 연을 봤다.


"저 아저씨 연 잘 날리신다."

"어디? 어디?"

"저기 점처럼 보이잖아."

"지금 날리고 계신 거야?"

"응 줄 연결되어 있잖아."

"우와 여기는 나무에 걸릴 곳이 없어서 끊어지지는 않겠다."

"바닷가라 바람도 잘 불어서 잘 날아가나 봐."

"어떻게 저기까지 올라갔냐, 신기하네."


그 뒤에 부산에 왔으니 부산어묵을 먹어야 하지 않겠냐고 하며, ‘다른 데 말고 여기가 진짜 부산어묵 집이다'라고 주장하는 한 포장마차에서 어묵 두 개씩과 국물 두세 번씩을 맛있게 먹었다.


첫 남매여행이자 첫 기차 배낭여행이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 그 덕에 아직도 딸램은 부산이라고 하면 요즘 핫한 광안리보다도 해운대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딸램은 2023년 모녀 여행에서는 해운대보다 먼저 광안리 해변에 갈 계획을 세웠다.


사실, 차편을 예매할 때 가장 마지막에 계획으로 잡아둔 것이 광안리 해변 방문이었다.

마침 엄마와 딸램이 부산을 방문하는 기간에 '부산 세계 엑스포 유치 기원 행사'가 있던 덕분이었다.


엄마와 딸램은 오랜만에 휘황찬란하고 시끌벅적한 축제를 구경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품었다.

부산 도착 당일, 광안리로 향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지난해, 서울 불꽃 축제에 가보고 싶다는 딸램의 말에 딸램의 친구가 남긴 어록이 있다.

"ㅇㅇ아, 불꽃 축제를 '즐기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야.
집에서 유튜브로 본다.
절대 현장에는 가지 않는다."

하지만, 부산으로 향하는 KTX에서도, 숙소에 짐을 풀고 잠시 시장 구경을 하면서도 딸램은 친구의 조언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딸램과 엄마는 숙소에 짐을 풀어두고, 시장 구경을 하다가 저녁 먹을 시간 여유를 두고 광안리 해변으로 향했다. 분명 광안리 근처 역에 도착했을 때까지는 감당할만했다. 아직 해가 지기 전이었고, 꽤 많은 사람들이 역 내부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일행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이 정도 인파는 뭐, 서울 시내에 가도 경험할 만한 걸.


걱정했던 것보다 여유롭다며, 마음을 놓은 엄마와 딸램은 저녁 식사로 점찍어둔 광안리 포케 식당으로 향하다가 굉장히 특이한 차량을 발견했다. 광안리 해변 인파 밀집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중계 차량이었다.


초록, 노랑, 빨강으로 구분하는데, 초록이면 인파가 몰리지 않은 편. 빨강이면 사람이 많이 몰려 있다는 것이다. 해변으로 가는 길에 중계차량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서 이용객들이 인파 밀집 현황을 보고 어느 곳으로 갈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층에 있는 포케 집에 들어가 보니 매장 내부에서 밖을 시원하게 내다볼 수 있는 통유리창 인테리어였다. 그래서 거리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2023년 모녀여행 중 방문했던 광안리 포케올데이 지점은 2024.2. 현재 지도에 표기되지 않는다.

메뉴를 선택하고, 받아와서 식사를 하는 내내 거리의 인파는 점점 불어났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갯벌에 밀물 들어오듯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해 질 녘이 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딸램은 이 광경을 보며, 포케 재료들을 씹으면서 '부산 전역에 있는 사람들이 다 여기 오고 있나 보다'라는 생각을 했다.

식사를 다 마치고 엄마와 딸램은 약속한 듯이 말했다.


"자, 맛있게 먹었으니, 이제 숙소로 돌아볼까."

"굿 아이디어!"


밤바다 하늘을 수놓는 불꽃을 보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도 인파에 밀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바닷가 쪽이 아닌, 숙소로 가는 길로 되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식당에서 나오려는데, 길이 사람들로 꽉 막혀있었다. 중계 차량을 보니, 불꽃 명당인 구역은 이미 빨간 불이 들어와 있었다.

정말 무서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는데, 뉴스에서 사건사고 소식 한 번 안 들린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파가 불어나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는 와중에 사거리에서는 차와 사람이 쏟아지듯 몰려와도 사고 한 번 나지 않았다. 수많은 경찰들이 횡단보도와 도로 복판을 오가며 통제 및 수신호를 하며 질서 유지를 돕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분들의 일사불란함이 멋졌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에서 보이는 피곤함은 안쓰러웠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행사가 마무리되고 인파가 어느 정도 해산될 때까지 계속 한 공간에서 반복 작업을 하실 터였다.


스스로 편안함을 누린다면, 누군가는 불편함을 대신해서 경험하며 돕고 있다는 것이다.


행사장에서 반대로 향하는 길은 아포칼립스 세계관처럼, 사람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한산했다.


행사장과 정반대로 나가는 길은 해변에서 멀어질수록 한산했다.

좀비나 괴물 등이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그런 영화나 드라마 속 아포칼립스 세계관처럼 말이다.

엄마와 딸램은 광안리보다 한 정거장을 더 걸어 전철역에 들어섰는데, 모녀를 제외하고는 이용자가 한 사람도 없는 개찰구 모습이 생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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