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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Oct 19. 2024

글쓰기 실력 높이는 방법, 두 가지를 실습해 봤다.

필사, 그리고 내 방식대로 장면 다시 쓰기!

2024년, 올해 들어 알게 된, '글쓰기 실력 높이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서도 두 가지 방법에 가장 관심이 생겼다.


하나는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필사하면서 그 작가의 문장을 익히는 것.

다른 하나는 글이나 영화 등 어떤 콘텐츠든 본인이 좋아하는 장면을 본인의 언어로 묘사해서 써보는 것.


필사하기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아이디어나 자기 경험 메모를 하곤 한다. 그런데, 내용 그대로를 옮겨 적는 필사는 대사를 외우려고 노력하던 2017년 이후로 처음이다.

한국 문학에서 내가 좋아하는 작품들 중에서 퍼뜩 떠오른 작품이 있었다. 피프티피플.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 시험이 끝나고 대학 발표를 기다리는 기간이 있었다. 응시한 학교, 학과에 따라 학생마다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이 시간 동안 학교에서는 정규 수업이 진행되지 않았다. 대신, 다양한 체험학습으로 기다림의 시간을 다채롭게 채워 넣을 수 있도록 했다.

단체로 영화관람을 하기도 했는데, 영화 관람 후에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귀가를 하거나 친구들과 놀러 가거나 운전면허학원에 가거나. 본인의 일정대로 갈 길을 가면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 한 가지 이야기 구조를 상상했다. '한 공간에서 같은 영화를 보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져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 어떤 상황을 그려보는 데까지는 들어가지 못했고, 그저 구조만 상상했다. 그런데, 몇 년 후, 실제로 그런 이야기를 발견했다. 그 소설이 바로 정세랑 작가의 <피프티피플>이었다.

도서관에서 빌려 한 번 읽고 반해서 아예 구매했다. 그러곤 종종 생각날 때마다 꺼내 읽는다.


소설 피프티피플에서 작가는 호흡이 짧은 문장을 썼다. 그래서 읽다가 숨이 차지 않고, 어려운 단어를 쓰지도 않는다. 그리고 대화가 없더라도 묘사만으로 인물의 성향이나 특성을 드러낸다. 작가가 글을 쓰는 시기의 사회상을 인물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 드러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인물들이 생동감 있게 느껴져 좋았다.

이런 장점들에 반해서, '필사하며 그 작가의 문장 익히기'를 할 작품으로 선정하기에 이르렀다.

<피프티피플> 이야기 속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를 가장 먼저 쓰기 시작했다. 한 마취전문가 이야기다. *아직 그 한 에피소드도 채 못 썼음ㅋㅋㅋ


좋아하는 장면을

내 방식대로 다시 써보기

다른 하나인 '좋아하는 장면을 쓰기'는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라는 책에서 얻은 조언이다.

저자는 어릴 때 괴도 루팡의 뒷이야기를 써본 경험을 예시로 들었다. 나는 영상 콘텐츠 속 장면을 선정해서 써보기로 했다.


평소에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마음에 드는 장면은 기억해 두었다가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해 두는 습관이 있다.

연기 공부를 할 땐 움직임, 연기자료로 도움이 되어 좋았는데,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될 거라니! 근사한걸!

신나는 마음으로 장면을 고르려는데, 난관에 부딪혔다. '아마 별로일 거야'라고, 해보기도 전에 겁을 먹는 상황에 빠져버렸다.

에잇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적어본 것은 바로 영화 <극한직업>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그는 차에서 내려 피자가게로 들어섰다.

평소에 자주 입는 밝은 색 정장을 입고, 그 색상만큼이나 밝은 표정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한 손에는 결재서류를 들고.

가게 입구에서부터 부산스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입구부터 거친 환영식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홀 서빙을 담당하는지 멀끔한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달려들었다.

그다음에는 주방에서 뛰쳐나온 사람들이 그의 일행을 반겼다. 하얀 옷을 입고 두건을 쓴 채, 원래는 피자를 만드는 데 사용해야 했을 프라이팬이며 주방용 칼을 들고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그의 일행에게 두들겨맞거나 내팽개쳐졌다.

마지막으로는 도무지 피자 가게에서는 일할 것 같지 않은 검은 정장차림 사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들의 손에 든 도구들 역시 그들의 생김새나 차림새처럼 피자가게에는 영 어울리지 않았다.

가게 입구에서부터 사람들이 식칼을 들고 덤벼들어도 꿈쩍 않고 경쾌하게 내부로 들어가던 그는 한 테이블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고 손을 번쩍 들어 인사를 건넸다.

“창식이! 안녕!"

"저 미친 새끼가..."

가게 내부, 볕이 잘 드는 창가 테이블에 앉아있던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사내들을 물렸다.

“어어, 내버려두어 괜찮아. 이 새끼 싸움 졸라 못해. 어."

*좋아하는 장면 내 언어로 써보기. 첫 타자는 영화 <극한직업> 속, 이무배와 테드창(창식이)의 만남 in창식이네 피자가게 ㅋㅋㅋㅋㅋ


음~ 재밌는데? 더 해볼 의욕이 차오른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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