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현장에서, 독서를 결심한 사람들 중 책장을 넘기기도 전에 걱정부터 앞서는 경우를 본다. 책이 좋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마음은 굴뚝같은데 정작 책 한 권을 끝까지 읽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워 엄두가 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단순히 의지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혹시 뚜렷한 목표 설정과 이에 대한 점검 체계가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무작정 시작한 독서는 갈피를 잡기 어렵고, 열정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독서 목표에 부합하는 책을 제대로 선택했는지도 함께 점검해보아야 한다.
내가 강의에서도 자주 인용하는 어느 부부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예전 직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두 사람은 사내 연애를 통해 결혼까지 이어진 커플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나와 각기 다른 부서에서 함께 일한 인연이 있었고, 당시 나는 팀원들과 함께 독서 모임이나 북 세미나를 운영하며 종종 책을 선물하기도 했는데, 이들 부부도 각자 나와 함께 독서 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
이 커플의 아내는 몇 해 전, ‘매달 자기계발서 2권 이상 읽기’라는 분명한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매주 일요일 저녁이면 독서 앱을 열어 한 주 동안 읽은 페이지 수와 완료율을 점검하고, 프로젝트 마감 등 바쁜 시기에는 목표를 유연하게 조정하면서도 꾸준히 독서를 이어갔다. 그 해 가을에는 다음 해 소비자 트렌드를 예측하는 <트렌드 코리아>를 팀원들과 함께 읽고, 북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기도 했다. 그렇게 1년 동안 27권을 완독하며 독서에 대한 성취감을 경험했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남편은 같은 시기에 똑같은 독서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아내보다 많은 책을 읽자’라는 독서 목표로 삼았다고 했다. 아내와의 은근한 경쟁 심리가 오히려 독이 되었을까? 한 해가 지날 무렵, 회식 자리에서 남편은 연초에 읽다만 책 두 권과 자괴감만 남았다고 했다. 개발 업무 특성 상 잦은 마감과 야근, 저녁 술자리가 방해 요소였다는 핑계인지, 분석인지 모를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실제로 충분한 독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이미 여러분들이 눈치 챈 바와 같이 ‘목표 설정’이 잘못되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구체적인 숫자가 아니라 ‘아내보다 더 많이’라는 추상적인 목표는 애초에 자기주도적이며 능동적인 독서 활동이 불가능한 목표였다. 백번 양보해서 ‘독서 목표’로 인정한다 치더라도, 그 다음 잘못한 것은 주기적인 점검과 회고의 과정이 없었다는 점이다. 아내가 매월 두 권씩 꼬박꼬박 책을 읽을 때, 한 달에 한 번만이라도 주기적인 점검을 했다면 남편의 독서 활동 또한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를 일이다.
나는 이들 부부가 서로를 자극하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독서 습관을 공유하고, 나아가 ‘가족독서경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했던 터라 지금까지도 아쉬움이 남는다. 요즘은 소식을 듣지 못했지만, 그 상이 새로 태어난 아이까지 세 식구가 함께 책을 읽으며 대화를 나누는 새로운 독서 공동체로 성장하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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