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 7
나는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달랐다. 어린 소년의 망상 어린 사고가 아니라, 나는 정말 남들과 달랐다. 내 몸속에는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 하나가 들어있다. 평소에는 작은 실뭉치처럼 보이지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게 되면 이 실타래가 풀리며 실 한 가닥이 그 사람에게 붙는다. 여기서 말하는 '관계'란 단순히 눈길을 주는 것부터 시작하여 대화, 접촉 등 조금이라도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뜻한다.
나만이 이 실타래를 가지고 있었고,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실가닥들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부모의 멸시와 공포, 정신병원 체험, 히키코모리 생활 같은 굵직한 사건들을 겪었다. 오늘은 실타래로 인한 내 히키코모리 생활을 간단하게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26살, 그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아도 되는 단독 생산라인 아르바이트로 제법 돈을 모은 나는 저렴한 자취방 하나를 구했다. 그리곤 컴퓨터, 책상, 침대, 각종 무드등, 단조로운 디자인의 가구들로 방을 가득 채우고 스스로를 가뒀다. 모든 물건은 택배로 받고, 직접 방을 꾸몄다.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 몸에서 뻗어 나가는 수십, 수백, 아니 수천 개의 실가닥들 때문에 밖에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회는 나에게 희미한 구원의 손길을 보여주기는커녕, 언제든지 나를 옭아맬 수 있는 족쇄 같은 존재였다.
족쇄는 내가 방 안에서 가만히 인터넷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그 순간까지도 내 몸통을 조여왔다. SNS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의 댓글, 채팅조차 내 실가닥을 늘려버렸기 때문이다. 모아두었던 돈은 점점 바닥을 보이고, 호기롭게 샀던 물건들은 하나둘 방치되기 시작하며 결국 침대만 최후까지 내 곁을 지켜주고 있었다.
침대 위에 누운 내 몸에서 뻗어 나가는 수천 개의 각양각색 실가닥들을 멍하니 바라보는 게 익숙해질 무렵, 나는 불현듯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 실가닥들을 내가 직접 끊어버릴 수는 없을까?'
물론, 이 생각은 과거에도 수십 번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생각만 하곤 구체적인 방법이나 실천 방안을 마련한 적은 없었다. 그저 내 상황에 체념했을 뿐, 실타래에 대한 내 저항 의지는 오랜 기간 겪어오며 거세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이번만큼은 뭔가 달랐다.
나는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처음에는 손으로, 나중에는 가위 같은 도구를 사용해 실가닥들을 끊어 내 보려고 했다. 하지만 옛날에 시도했던 것과 같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실가닥에는 한 치의 살랑임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뒤에는 몸을 뒤틀어 본다든지, 침대 위를 뒹굴어 본다든지, 위험을 무릅쓰고 인터넷 검색을 해 본다든지 등 다양한 노력을 지속했다. 하지만 역시나 헛수고였다.
나는 생각했다. 그냥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적응해서 살아보자고. 하지만 그런 피상적인 생각은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나는 상상했다. 내 손으로 이 실가닥들을 휘어잡고 투두둑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박력 있게 뜯어낸 다음, 내 심장에 손을 집어넣어 실타래를 꺼내는 모습을. 하지만 당연하게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일어나지 못했다.
나는 다시 침대에 풀썩 누웠다. 내 몸의 충격량에 비례해 실가닥들이 출렁거렸다. 나는 눈을 감았다. 잠에 들기 위해 노력했다. 어둠 속에서도 잔상이 남아 있는 실가닥들이 미웠다.
이 히키코모리 생활을 얼마나 더 하게 될까.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해결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