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단편 - 5

by ForestOfApocrypha

도시의 야경은 사람을 묘하게 빨아들이는 재주가 있다. 사람들의 돈을 위해, 편의를 위해, 미관을 위해, 자신을 위해 밝히는 빛무리들이 모여 한 폭의 점묘화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빛 망울이 듬성듬성 피어나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시골의 야경도 좋지만, 이 세상이 밤에도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역동적으로 보여주는 도시의 그것이 나에겐 더 마음에 든다. 하지만 빽빽한 건물 나무와 사거리 숲에서만 보는 야경은 죽은 풍경일 뿐이다. 내가 매주 토요일 밤마다 한강 둔치에 나와 강 건너로 보이는 야경을 천천히 걸으며 음미하는 것은 이 이유에서였다.


나는 어릴 적부터 야경을 좋아했다. 단순히 밤과 어둠에 대한 동경이나 우울함의 대변자 같은 것이 아닌, 크고 작은 빛 망울들이 모인 모습이 마치 반딧불이의 축제같이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야경에 대한 애착에는 좀 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어린 시절 내가 건물 밖에 나와 있던 시간대는 항상 밤이었기에, 그걸 좋아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었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야경 속에서, 나는 빛나지 못했다. 분명 내가 하는 일은 미래에 그 야경 속 빛 망울처럼 작더라도 선명한 흔적을 남기는 것이었는데, 실패했다. 죽은 눈으로 항상 쳐다보던 스마트폰의 불빛은 내 얼굴에 창백한 음영만 만들 뿐이었다. 나는 내가 그토록 선망하던 반딧불이 축제의 일원이 될 수 없었다. 나는 야경 속 그 어느 것도 담지 못하는 어둠이 되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하지만 거부감은 없었다. 언젠가, 내가 스스로 반딧불이처럼 빛을 내 축제를 즐기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둠 속을 헤엄치는 건, 생각한 거보다도 더 끔찍한 경험이었다. 야경 속에서 빛 망울들이 빛날 수 있는 건 그 주변에 담겨있는 어둠과의 대비 때문이란걸 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 나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무얼 하던 끈적한 무언가가 내 몸에 붙어 빛 망울에 절대 가까워질 수 없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주입했다. 그건 점점 커졌고, 내 몸은 점점 울퉁불퉁해졌다. 나는 그 속에서 반딧불이를 생각했다. 반딧불이는 아무리 작은 빛이어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존재기에, 나도 그러리라 믿었다. 그래야만 했다. 하지만 나는 반딧불이가 아니었다. 나는 그것들에 파묻혔다. 곧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끊임없이 빛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했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언젠가 갑자기 내 얼굴로 옅은 빛무리가 쓸려 들어왔다. 그건 나에게서 나온 빛이 아니었다. 우연이건 의도건, 균열이 생긴 것이다. 점점 더 빛의 구멍이 커졌고, 나는 구멍을 향해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마치 좁디좁은 파이프를 기어 나오는 사람처럼, 나는 온 힘을 다해 구멍 바깥으로 몸을 빼내었다. 손이 저리고, 어깨가 뻐근했지만 나를 도와준 존재를 찾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오직 야경의 어둠들뿐이었다.


꿈과 같은 일들이 지나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스스로 빛을 내는 법을 더 이상 찾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어둠 속에 빠져들지도 않았다. 내가 야경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은, 내 스스로 야경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가 되기보다는 그 존재들을 보며 마음의 안녕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야경은 어둠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야경 속 아름다운 빛 망울들은 어둠 속에 있어야만 사람들에게 몽글몽글함을 줄 수 있다.


나는 오늘도 한강 둔치를 걸으며 야경을 천천히 음미한다. 진정한 반딧불이의 축제를 보는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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